철산동의 이방인
철산동의 이방인
  • 기호신(빛을담는사람들 회장)
  • 승인 2012.02.0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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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호신의 사진과 시의 만남
양지바른 철산동 맥도날드 앞
폼나게 차려입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빛나는 그가 있다
찌들고 구겨진 외투 비집고
항상 웃음이 곁에 머물길 청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그가 있다
그는 오늘도 한줌 불빛으로 주린 배를 채우며
빚진 잠을 갚고 앉아있다
어디에서 왔을까
아비가 지나던 길도 자식이 가야할 길도 아닐텐데
번쩍이는 고층 아파트에서 미끄러졌나
사다리 없이 오르던 벼랑에서 떨어졌나
아님 너무 부풀어버린 마음에 벌레 들었나
첫 눈맞춤부터 헐거운 뱃속 조여 가며 이 골목 저 골목 떠돌았나
빛바랜 필름이 뿌연 안개속 떠도는데
물기 젖은 솜이불 털어낸 그는
술꾼들이 길바닥에 퍼다 버린 취기로 비틀거리는 빙판을 치워낸다
어깨를 발목까지 짙누르는 짐 벗어내려는 듯
힘차게
무엇이 무거운 어깨를 일으켜 세웠을까
아비, 자식, 아니면 구겨진 외투속에 숨겨진 새하얀 심장
시간 익어 네온싸인 뿔뿔이 돌아서고 잠이 깊어지면
사납게 온몸 조여 오는 칼바람 눈초리 피하여
아무도 걸음하지 않는 도시의 그늘진 구석자리
홀로 남은 녹색전구와 눈 맞춘다
검은 인간 속 녹색인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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