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쯤에
봄은 어디쯤에
  • 기호신
  • 승인 2012.02.2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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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호신

 

봄은 어디쯤에

                                                  기호신

2010년 11월 23일
시들은 이념조각 통째로 집어삼켜
한뼘 바다 건너온 파편 덩어리 아니었다면
생각 없이 걷던 길을 걸으며 눈 감고 살았을 거다.

너는 좌로 나는 우로 차갑게 돌아서 얼어버린 강물이
저토록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면
웃음에 젖어 귀 닫고 살았을 거다.

찢겨진 가지의 눈물 보지 못했다면
오랜 시간의 무게가 덮어버린
잘려진 허리의 뜨거운 상처 잃어버리고 살았을 거다.

가로막은 장벽이 차갑게 식지 않았다면
등 따시고 배부른 건너편의 허기진 푸석돌 같은 동심이
한 부모에서 태어났음을 잊고 살았을 거다.

시골 노모의 갈라진 손등에 눈물 솟지 않았다면
주름 깊은 노신사의 소리 없는 떨림이
가슴 터지는 슬픔을 타고 내린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을 거다.

폭풍에 할퀸 자리 보듬는 손길 없었다면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난 가지 서로의 아픔은 달라도
외면하고 뿌리치지 않는다는 걸 잊고 살았을 거다.

어찌할 수 없는 구속이란 걸 몰랐더라면
박탈당한 자유로움으로 지루하고 맵게 이어진 매듭
누군가 풀어주지 않는다는 걸 정말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눈뜨고 가슴 열어 생각 한다.

너와나 뜨거운 눈물만이 얼어붙은 저 강물 녹여낼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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