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치료를 하는 이유, 그것은...
언어치료를 하는 이유, 그것은...
  • 조경숙
  • 승인 2012.03.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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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숙의 언어치료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차트를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번엔 무얼 했더라?’ ‘무얼 해야 아이들이 잘 놀까?’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아이들의 치료 계획서를 정리하고 자료를 찾고, 심지어는 그림도 끄적 거린다. 매일같이 하는 일이라 이젠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아주 심심해서 방황할지도 모르겠다.

일곱 살 현석이와 여덟 살 연우는 마치 견우와 직녀처럼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나자 어느 때보다도 활기를 찾는다. “현석아 가자.” 손을 내밀며 현석이를 이끌고 치료실로 앞장 서는 연우! 연우를 바라보지는 않지만 현석이도 내심 기다렸다는 듯 연우를 냉큼 따른다.

늘 그렇듯이 준비된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두 녀석이 그룹치료를 시작한지 열 네 번째 시간. 연우는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해요?”, “이렇게 왜 해요?”라며 묻는다. 현석이가 잘 하지 못 하는 질문을 모범이라도 보이려는 듯하다. 놀이 차례를 지키고 자기 자리에 앉아 놀이 순서를 기다린다. 제 순서에 놀이에 실패한 탓에 실망한 모습이 역력하지만 순순히 현석이에게 차례를 넘긴다. 현석이 역시 오늘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누나의 놀이 모습을 주의하여 바라본다. 늘 판에 박힌 듯, 한 가지 문장만 되풀이하던 모습도 온데 간데 없다. 다른 사람의 말에 후속반응을 하기도 하고... 연우의 약점인 이야기 듣기 시간에는 오히려 더 의젓하다.

지난 3개월간 많이도 변했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고 눈가도 그랬다. 완벽하지 못 한 나를 따라주고 서로에게 부족함을 채워주는 너희들...

“고맙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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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 소개: 일곱 살의 꽃미남. 언어와 전반적인 발달이 늦고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어 재작년 봄부터 치료를 시작한 지적장애.

연우 소개: 여덟 살의 예쁜 초등 새내기. 조선족 엄마․아빠와 유아기에 헤어져 지낸 뒤 발달이 늦어 치료를 시작한 지적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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