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도 데이트하자!
다음에도 데이트하자!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2.05.2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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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산초, 5월 구름산가족의 밤 ‘행복한 오후 7시’...구름산시네마,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팝콘 받아가세요. 구름산시네마에 방문한 이들에게 강냉이를 나눠주는 자치모임 두레 친구들(위). 5월 가족의밤은 '구름산시네마'로 진행됐다.(아래)

한 시간 반 정도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이란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어떤 꼬마의 일을 다룬다. 영화 장면은 한 마을과 이웃한 또 한 마을을 오간다. 마을의 골목 이곳저곳을 누빈다. 마을에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칠순, 팔순의 어르신들이 골목골목을 채운다. 그들은 굽어있어 저물어 보인다. 젊은이들이 빠져 나가고 없는 우리의 시골 풍경을 닮았다. 저물고 기운 그곳을 8살 꼬마는 바삐 뛴다. 8살 소년 아마드는 학교에서 짝궁인 친구의 공책을 자신도 모른 채 가져오게 된다. 친구에게 공책을 가져다 줘야, 친구 네마짜데도 숙제를 할 수 있다. 담임 선생님은 친구가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퇴학을 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이다. 아마드는 난감한 상황에서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웃 마을 친구집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아마드는 그 친구집을 모른다. 무작정 찾아 나섰지만 쉽게 집을 찾을 수 없다. 골목골목을 누비고, 수소문한다. 해는 어느새 기울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르신들이다. 길을 안내하기에는 기력이 쇠했다. 그마나 있는 어른들도 소년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소년은 결국 공책을 전달하지 못하고 집에 왔다. 다음날 학교에 아마드는 늦는다. 짝궁 네마짜데는 초조하게 대기한다. 늦게 아마드가 도착하고, 아마드는 짝궁의 숙제도 해와 친구에게 건넨다. 이윽고 담임 선생님의 숙제 검사가 있었고, ‘잘했다’라는 칭찬을 듣는다.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숨죽이던 관객들은 ‘잘했다’라는 담임 선생님 말에 환호성을 지른다.

구름산시네마를 찾은 가족들을 위한 간이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는 학부모들.

5월22일 저녁 7시. 구름산가족의 밤 ‘행복한 오후 7시’는 구름산시네마로 진행됐다. 5백여명의 꼬마 손님들과 가족들이 구름산초교 강당 ‘구름산마루’에 모였다. 풍경은 야외극장의 모습을 닮았다. 집집마다 돗자리를 가져와서 바닥에 펼쳤고,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크지 않은 스크린이 강당 무대 위에 펼쳐졌다. 영사기가 아닌, 빔프로젝트 영화이다. 화질과 음질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영화는 두 마을을 오가가며 반복적인 장면이 느리게 펼쳐졌다. 다소 지루해 보일 듯 보이는 영상이지만, 주인공 아마드와 호흡하다보면 영화는 어느새 끝난다. 아이들에게는 한 편의 동화처럼 보이는 영화였다. 화려한 영상에 길들여져 있는 요즘이지만, 구름산시네마는 소박하지만 집중력있게 진행됐다. 영화 이야기의 힘에, 학교라는 공간의 힘이 덧붙여진 결과일까.

영화를 마치고. 가져 온 돗자리와 쓰레기는 각각 가져갑니다.

구름산시네마의 볼거리는 또 있었다. 야외극장의 풍경과 함께 추억의 팝콘이 등장했다. 2층 강당 입구와 로비와 연결된 통로 공간을 활용해 작은 간이 카페가 펼쳐졌다. 의자와 탁자가 놓여 졌고, 앉아서 휴식할 수 있게끔 준비됐다. 팝콘 판매처도 마련됐다. 영화에는 팝콘이 같이 가는 게 정석. 엄밀하게는 팝콘이 아닌 팝콘을 흉내 낸 강냉이다. 대신 공짜다. 이쯤이면 극장이다. 여기에 다시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포토죤이 마련돼 가족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됐다. 소감을 적는 메모란도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그리고 ‘영화 그 후’라는 소감까지. 퀴지를 풀면 선물이 주어지는 이벤트 공간도 있다. 영화축제로 가는 것일까. 더욱 재밌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구름산초 학생자치활동인 ‘두레모임’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강냉이를 팔고, 행사장 쓰레기를 줍는 등 행사 진행요원으로도 활약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그 사진은 후에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다. 학교 협력교사들의 이름표 뒷면을 ‘스태프’라고 적어 ‘재활용’하는 기염도 토했다.

포토존에서 찰칵. 사진은 두레실에 전시해 놓습니다. 찾아가시면 됩니다. 두레에서 알림.

영화가 끝나자, 가족들은 사진도 찍고, 가져 온 돗자리와 쓰레기를 되가져 갔다. 그리고 후기를 적었다. 부모님에게. “엄마 몸 힘드실텐데 와주셔서 감사해요-승현 올림” “엄마 영화 재밌었어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엄마, 영화 완전 재미있어요-김주혜” “엄마, 영화 같이 못봤지만 사랑해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자녀에게. “사랑스런 성현이와 단둘이 영화 보는게 엄마는 너무너무 행복했다. 다음에도 데이트하자.” 영화, 에프터. “나는 그 친구(아마드)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은미”, “친구집을 찾아가는게 쉬운게 아니다라는 것을 느꼈다.”, “...숙제 안 해왔다고 퇴학시키겠다는 선생님은 나쁘다.”...

구름산학교 가족의밤 행사는 이 학교 학부모회에서 주관하는 행사이다. 지난 4월에는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회로 진행됐다. 향후 학년별 가족의 밤, 야간산행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름산학교 전 가족이 함께 하는 행사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행복한, 오후 7시’가 타이틀이다. 5월 행사는 학부모회와 두레모임이 함께 하는 모습으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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