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담금질... 이제는 ‘커밍아웃’.
그동안 담금질... 이제는 ‘커밍아웃’.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2.05.24 10: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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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장애인이 편하면 세상이 편해진다.’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태균 소장. 장애인 이동권 확보 등 장애인들을 위한 권익옹호 활동과 자립생활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5월16일 그들은 광명시청에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잤다. 당초 예정은 당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정대로 되지 않았고, 하루가 늦춰졌다. 다행히 다음날 협상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들은 다음 행선지를 향해 떠났다.

이들의 투쟁을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그들이 궁금했다. 장애인들은 이동이 불편하다. 그들은 휠체어에 의지해 공간을 이동했다. 비장애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장애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다르다.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어렵다. 비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고 있다면, 다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래서 그들이 요구하는 장애인 콜택시(특장차) 법정대수 마저도 쉽게 ‘유예’하려고 한다.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들에게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전용 콜택시가 필요하다. 그것이 ‘장애인 콜택시’다. 법으로 최소한도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정대수 15대 중 광명시는 4대를 보유하고 있다. 시는 당초 2016년까지 법정대수를 채우는 계획을 세웠었고, 그 일정을 조정해 2014년으로 계획했다. 이동권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은 2013년도까지 앞당겨 줄 것을 요구했고, 하룻밤 노숙투쟁을 통해 그 요구를 채울 수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본적 욕구이자 권리를 1년 이상 ‘유예’하는 것은 단순한 예산의 문제로만 접근할 수 없는 일이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입장이 되어, 자기문제로 보려는 적극적인 입장과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장애 문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이 필요한 이유이기도하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적이지 않다. 현실은 투쟁해야 하고 또 개선을 요구하지 않으면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적극적으로 요구에 나섰고, 행동에 나섰다. 광명지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연대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들은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활동가들이었다. 21일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방문해, 김태균 소장을 인터뷰했다.


광명지역에서 이들의 투쟁이 겉으로 드러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동권 환경개선을 요구해왔다. 민선5기가 시작되면서 양기대 시장과 면담을 통해 요구했고, 연초 동 방문에서도 요구했던 사안이다. 2010년 시장과 면담에서는 휠체어를 탄 채 ‘들려’ 올라가서 요구안을 전달했다. 지난 5월 16일에는 2층 시장실에 가기 위해 ‘기어’ 올라갔다. 들려져야 하고, 기어가야 하는 현실이 변한 것은 없었다. 다행히 시는 올해 시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청사가 이렇다면 지역의 일반환경은 어떨까? 일반인들의 이동권도 종종 위협받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되는 환경은 또 어떨까? 쉽게 짐작되는 부분이다. 자립생활센터가 입주해 있는 하안동의 사무실로 오르는 민간건물의 엘리베이터도 이들에게는 비좁았다. 먼 길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야 하는 현실에서, 이동권 확보 투쟁은 그런 단초이다. 최소한 교통수단이라도 확보하자는 것이다. 시설에만 갇혀 사는 당장의 현실이라도 우선 개선하자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김태균 소장은 장애인들의 ‘자립생활(IL, Independent Living)’ 이념은 하루아침에 설명될 수 없는 개념이라며, 깊은 이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장애인들이 시설이나 특정 공간, 지역에 갇혀 지내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처럼 지역공동체 속에서 불편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미뤄 짐작해봤다. ‘자립’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 지역에서 살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동권 문제도 이러한 입장과 시각을 통해서 본다면, 문제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장애인이 독립(자립)되려면, 사회환경이 달라져야 한다. 계단이 바뀌면 모두가 편해진다. 장애인 편하면 모두가 편한 세상이 된다.”

서울지하철공사에 공문을 주고 받으며 광명사거리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김태균 소장은 장애문제에 접근하는 행정의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은 등급으로 나눠져서 차등 지원되고 있다. 행정은 예산과 관리 측면을 내세워 장애인 등급제를 운영한다. 그러나 등급제는 그 만큼만 지원하면 된다는 안일한 사고에 빠지도록 한다. 소극적 지원에 머문다. 부정수급의 유혹도 등급제에서 기원하고, 관리상의 부담을 가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누구든 지원을 받고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충분하게 제공되면 부정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관리 중심적인 접근도 달리 적용될 수 있다. 장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교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김 소장의 설명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000년도부터 확산되기 시작해 2005년도에 전국적으로 200여곳이 생겼다. 그 사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전동휠체어를 적극 보급했고, 집에서 지내던 이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자립생활센터의 확산도 이런 맥과 닿아 있다. 광명지역에서는 지난 2008년도에 생겼다. 현재 70여명의 장애인들이 이곳을 통해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고, 40여명의 인력이 활동보조 인력으로 참여하고 있다. 활동보조서비스 제공 사업은 시비와 도비를 보조금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활동시간 보조시간이 늘어나면 수혜를 받는 장애인들이나, 일자리를 얻게 되는 활동보조 인력이나,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좋아진다. 이번 이동권 투쟁에서는 활동보조 서비스 추가시간 확대, 장애인콜택시 법정대수 확보, 저상버스 도입 촉구를 요구했다. 활동보조의 핵심은 정부보조 시간 외에 지자체 차원에서 추가서비스 시간 제공을 통해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같은 문제의식이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활동과 등장은 지역에서도 장애인 단체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장애인단체의 이익을 떠나,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라고 하는 장애인들의 보편적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시 청사 엘리베이터 설치를 이미 요구해왔고, 광명사거리역 엘리베이터 설치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장애인들이 시민체육관(구 실내체육관) 지하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계단에 리프트를 통해 이동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불편하고, 리프트 이동시 추락의 위험도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공시설에 마땅히 설치돼야 할 이동시설들이지만, 과거에 설치된 공공건물들 중에서는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불편을 감수하거나 이용을 못 하고 있는 경우들이다.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는 기존 장애인 자활이나 재활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해, 자립과 독립을 지향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지원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권익옹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동료상담 등 실제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상근자는 8명. 그 자체로 장애인 고용창출에 나서고 있다.

한편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그 자체로 장애인들의 고용을 창출하는 사업장이다. 공공기관이나 복지분야 기관의 장애인 고용률은 낮다. 법이 정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마저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민간은 또 어떤가. 결국 장애인들이 스스로 나서서 고용을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도 있다. 그러 면에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열악한 근무조건이더라도, 장애인 고용창출 확대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이동권 확보 요구투쟁에서 광명새누리학부모연대와도 함께했다. 장애인들의 보편적 권익 신장을 위해 향후 지역사회에서 더욱 보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김태균 소장은 지난 5월16일 투쟁에 대해 쉽게 요구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예상 밖이라고 말했다. “법정대수 요구는 최소한의 요구이다. 이게 돼야 주말이던 야간이던 이용할 수 있다. 수요는 더욱 늘 것이다.” 김태균 소장은 장애인 자립생활 이념의 실현을 위해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말한다. 2008년 개소이후 그동안의 시간은 담금질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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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2012-06-14 10:09:45
중증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은 기본권이며 생존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