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어머니들, ‘치맛바람’이라고?
녹색어머니들, ‘치맛바람’이라고?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2.05.28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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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어머니연합회 전·현직 임원단 인터뷰

김혜숙 전 회장, 조은주 현 부회장, 이정은 현 회장, 이소용 현 총무, 최미순 전 회장(왼쪽부터).

‘녹색어머니들’이 있다. 초등학교 등하굣길에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다. 그 자체로는 학부모 봉사조직이다.

현재 광명지역 녹색어머니회에는 4,7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학교별 모임에 지역 연합조직이 있고, 전국적으로 조직돼있다. 광명녹색어머니회는 1년에 한 번 일일찻집을 통해 장학금과 일부 운영 경비를 조달하고 있다. 광명시민신문(5.21자)은 일일티켓이 일부 학교 현장에서 강매되고 있어,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5일 녹색어머니회연합회 전·현직 임원들을 녹색어머니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본지 기사가 녹색어머니회 활동 전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녹색어머니 임원단들이 갖는 활동에 대한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취재 과정에서 현장에서 제기했던 몇몇 문제제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답변을 들었다. 임원단들과 현장에서 느끼는 회원들과 일부 생각이 다른 부분도 느꼈지만 임원단들은 녹색 어머니 활동에 대한 애정과 소신을 갖고 있었다. 전·현직 임원단과 대화 내용을 요약했다.

녹색 2,3기 회장을 맡았던 김혜숙 회장, 녹색 5-8기 회장을 맡았던 최미순 회장, 전 10기 정은희 회장, 현 11기 이정은 회장, 조은주 현 부회장, 이소용 현 총무가 참석했다.

“(광명시민신문 기사가) 순수하게 활동하고 봉사하는 녹색 어머니회 활동을 왜곡할 수 있다. 타격이 일파만파이다.” “10년 성과 참담하다. 최선을 다했는데...” “심사숙고해서 기사화했어야 했다. 아이들을 위한 활동에 대한 것이다.” “강매 기사가 나와, 정신이 없었다. 그런 목적이 아닌데 당혹스러웠다.” “오늘 기사를 봤다. 놀랐고, 화가 나서 이 자리로 왔다.” “녹색은 시한부 봉사이다. 초등자녀를 둔 학부모들만이 대상이다. 고인물이 없다. 누가 돌을 던지지 않는다면 계속 흐르게 된다.”

전·현직 녹색 임원단들은 본지 기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토로에는 조직과 활동에 대한 애정이었다. 기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손가락의 방향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는, 손가락 그 자체에 멈춰 있는 듯해 기자로서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본론과는 다르기에, ‘소통’에 무게를 두었다.

녹색 임원원단들은 일일찻집 행사에 대해 보기 나름이라며, 처음 시작한 동기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어려움에 처한 유자녀 가족에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다가 일일찻집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유자녀 돕기를 우선하고 각 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일찻집 모금액도 실상 장학금으로 대부분 사용되며 일일찻집 운영비를 제외하고 나면, 단체 운영경비로 오는 것은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이게 문제가 된다면, 전액 장학금으로 사용하면 될 것이라며, 녹색의 ‘목적 사업’을 지속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정은 11기 현 회장. 등하굣길 아이들 안전 지킴이인 녹색어머니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주문한다.

녹색어머니회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침마다 아이들 등굣길을 지켜줌으로서 스쿨존에서 아이들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줌마들 치맛바람이다.’라는 편견을 가졌다가 직접 녹색 활동을 하고나서 인식을 바꾸는 회원들의 말을 들으면 한껏 보람도 느끼게 됐다는 것도 이런 자긍심의 한 면이다.

녹색 활동에 대해 치맛바람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질문했다. 임원단들은 스쿨존 교통환경 개선 등을 위해 학교에 수시로 가서 건의를 하곤 하는데, 다른 엄마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스쿨존에서 밤샘 주차를 했던 차량이 등교시간이 되어도 빼지 않을 경우, 차 빼라고 건의하는 것도 녹색어머니들의 몫이다. “아줌마들 치맛바람이 아니라, 교통에 관한 치맛바람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한 목소리다.

이런 자부심의 근거는 또 있다. 녹색은 경찰서와 함께 주 1회 스쿨존 ‘교통사고 제로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스쿨존에서 속도를 30킬로미터 이하로 하도록 단속을 강화함으로서 운전자 인식을 전환하도록 한 이면에도 녹색의 지속적인 건의가 한 몫을 했다는 것.

유니폼 문제는 종종 논란이 된다. 매번 유니폼을 바꿔야 하냐는 질문과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녹색 임원단은 유니폼이 과용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유니폼 없이 앞치마만 두르던 때도 있었다. 운전자들 눈에 잘 띠지 않은 면도 있었고, 운전자들이 앞치마 두룬 아줌마들을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다. 경찰들과 유사한 복장을 함으로서 눈에 띠도록 하고 운전자들의 인식도 바꿀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이 유니폼 착용이라고 말했다.

매년 유니폼 보충을 하는 것은 학교별로 비치한 유니폼이나 여타 품목들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부족분을 채우기에는 시 지원 예산이 부족하다. 예산이 모자라 임원단들이 자비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멀리 보지 않고 나무만 보고’ 비판을 하는 경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운영비 관련 투명성에 대해서도 임원단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무실 운영에는 전기세, 전화세 등 실비만 부담된다. 임원단이나 사무실 봉사는 자원봉사이다. 간혹 임원단들 회의 후 식사비 정도가 운영비에서 나간다. 경비사용은 상하반기로 나눠 인터넷 카페에 공개하고 있다.

학교별로 하면 되지, 꼭 연합조직이 필요하지도 물었다. 임원단들은 연합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초기에는 연합회가 없었고, 학교별로 했다. 그러나 학교마다 상황이 달랐고, 오히려 사고가 나기도 했다. 그래서 연합회 1기는 준비기였고, 2기부터 연합회로 활동했다. 연합회가 있기에 철저한 교육도 하고, 학교별로 했던 당시처럼 치맛바람도 줄어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학사업을 꼭 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임원단은 목적사업이므로 본래 취지를 이어가며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녹색의 정신이다. 5천원 티켓은 학부모 부담은 줄이고, 작은 힘 모아 큰 성과를 내고자 한 것이다.”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이렇게 못한다.” “녹색을 보면 떨린다. 녹색은 아이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교통사고 나면 가슴이 철렁한다. 스쿨존이야. 어디야? 어린이야?”

이상이 25일 녹색 임원단과 만나 대화한 주요 내용이다. 자부심과 애정, 사명감이 이들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임원단들과 대화를 통해 그러한 진정성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임원단들이 올곧은 입장과 방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의견이 전부일 수만은 없다. 임원단들과 인터뷰 후 한 학부모와 통화를 했다. 녹색 활동을 했던 학부모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등굣길 교통지도를 하는 것은 필요하고 고생스럽다. 그러나 꼭 유니폼을 입어야 하나. 아침에 갈아입는 것이 귀찮고,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입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임원단들과 일반회원들과 유니폼은 또 달라야 하나. 학교에 묵혀있는 유니폼도 있다. 일일찻집 티켓이 강매가 아니더라도, 현장에서는 할당을 받았는데, 그렇게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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