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피어나는 또 다른 축제, 괴산페스티벌
현장에서 피어나는 또 다른 축제, 괴산페스티벌
  • 양영희
  • 승인 2012.09.15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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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괴산페스티벌을 다녀와서.

9월 8일 비 온 뒤의 괴산 하늘은 참 예뻤습니다. 벼가 노르스름하게 변해가고 한가로운 여유가 온 마을에 가득합니다. 일주일의 피로를 가득 안고 내려간 그곳엔 피곤이 그대로 녹아버리는 맑은 바람과 푸른 하늘과 숲의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괴산페스티벌이 있었습니다. 오후 7시부터 시작한 공연은 12시가 다 돼서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시작도 끝도 정해진 시간이 없는 1박 2일의 페스티벌 시간은 계속 되었습니다.

두 번째 열린 괴산페스티벌은 다른 곳에서 본 것들과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보여주었습니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동안 준비부터 정리까지 참가자들이 함께 공동 작업을 합니다. 공연하는 밴드팀이나 가수도 손님이 아닙니다. 함께 즐기고 밤새 놀며 관계를 맺습니다. 아주 잔잔한 파장이 있는 만남인 것이죠.

입장료도 없고 모금함이 돌면 내고 싶은 만큼만 능력껏 내면 그만입니다. 그 성금은 내년 행사를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그렇다고 공연참가팀이 약한 것도 아닙니다. 곽푸른하늘, 아나킨프로젝트, 김대중, 마릐한(부나비), 부산 아들, 사이밴드, 손지연(with 이중산), 프리마베라, 하찌와 애리.. 홍대를 비롯한 곳곳에서 자신들의 음악적 칼라를 유지해 온 여러 팀들이 기꺼이 함께 합니다.

작은 사이즈를 원하는 기획자의 메시지에 따라 100명 이상은 참가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폐교인 세평초 마당에 텐트를 치고 알아서 숙식을 해결하며 마을을 이룬 다른 사람들과 즐깁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농촌의 삶을 방해하지 않도록 커다란 소음을 만들지도 않습니다.

이 페스티벌을 준비한 사이는 홍대입구에서 음악활동을 하다 괴산에 귀농한 농부음악가(?)입니다. 젊은 그가 괴산에서 자리 잡으며 지역과 만나는 방법이 괴산페스티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괴산의 주민은 누구나 와서 즐기고 지역의 관심있는 사람들은 기획단계부터 함께 참여했습니다.

예산없이 군청이나 다른 단체의 지원없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작고 예쁜 축제인 것입니다. 1회 괴산페스티벌 이후에 마석, 합천 등지에서 이런 페스티벌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니 시간이 흐르면 어느 마을이나 스스로 페스티벌을 만들고 즐기는 날이 올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젊은 사람 구경하기 힘든 괴산터미널에 큰 배낭에 텐트까지 둘러맨 젊은이들이 서 있은 것만 봐도 페스티벌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다양하고 창조적 삶의 개척자들이 곳곳에서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괜찮은 발견이었습니다.

이런 삶의 모델은 미래를 걱정하는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예술은 현장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기획자 사이씨의 말과 실천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기꺼이 불편함을 즐기며 놀다간 전국의 젊은 참가자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그들이 미래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항들은 기획자 사이가 블러그에 올린 내용들임 

<안내사항들>
* 6시 전에 오셔서 저녁도 먹고, 텐트도 치고, 산책도 하시다가,
모두에게 추억처럼 7시가 오고, 해가 지기 시작하면, 음악공연이 시작할 겁니다. 마법이 시작되는 거지요.
* 이 축제에 도움을 주고 싶으시다면 당일날 조금 일찍 오셔서 "뭐 도울 일이 있나요?" 하고 물어봐 주시면 됩니다.
우리는 웃으면서 내민 손을 잡겠습니다.
* 일회용품을 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봅시다. 결국 지구도 소모품이니까요.

<주의사항>
1. 우리 페스티벌은 캠핑이 기본. 1박 2일 동안 살아남기 위한 모든 것(텐트, 침낭, 세면도구, 버너, 먹을 것, 돗자리, 모기장, 긴팔옷따위)를 스스로 준비하시오. 아, 자립하는 페스티벌이여!2. 주차공간이 없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시오. 히치하이킹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멋쟁이~! 
3.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시오. 환경과 생태가 유행이라오!
4. 가지고 오신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는 센스를!
5. 괴산 양조장에서 담근 막걸리를 판매할 예정이니, 맛을 보시오!
6. 뮤지션들한테 게런티를 주기 위해 각자의 능력에 따라 후원을 하시오. 내년에도 농사, 아니 축제하자!
7.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는 분들은 예약을 삼가시오. 애들은 가라!
8. 더 생각나는 게 있으면 또 요구하겠오.오, 건방진 페스티벌이여!

8월 4일 제주에서 열리는 강정 평화콘서트를 위해 저는 3일 인천에서 배로 출발합니다.
저는 두물머리와 강정의 싸움이 한국에 평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남길거라고 확신합니다. 여기에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거지요. 예술은 언제나 현장에서 더 큰 의미가 있지요. 거대하고 두꺼운 책보다 한장짜리 찌라시를 후딱 쓰는 걸 고민하지 않는 예술가의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왔던 거죠. 우리 같이 한국의 예술과 문화가 한뼘, 커가는 현장을 즐깁시다요.

 

▲ 필자. 구름산초교사.광명혁신학교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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