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호
516호
  • 기호신
  • 승인 2012.10.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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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호신의 시와 사진의 만남

516호

                                       기 호신

선명하게 빛 발하며
24시간 잠들지 않는 그곳에
빛을 잃어가는 영혼들이 모여 있다
절반쯤 으깨진 당신이
마른 들판 가운데 홀로 비틀거리며
이별의 날개 짓
퍼득이는 공간이다
지워져가는 생을 되살리려는 듯
허공에 초점을 던져 놓고 무언가 찾고 있는 할머니
그 곁을 담담한 눈길로 보듬는 반백의 신사
주렁주렁 생명의 끈 매달고
가파른 비탈길 오르고 있는 할머니
어느 순간 할머니만큼 늙어 버린 딸
아직은 결 고운 경상도 사투리의 아지매
남편의 시중 받으며 퇴원 준비하는 얼굴에
갑자기 꽃이 피었다
아이들을 볼 수 있다고
그 옆 틈새 없는 생을 살아온 것 같은 아주머니
물러갔다 다시 밀려온 파도와
혼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 건너 전 재산으로
쪼그라든 몸 누일 수 있는
침대 한 칸 달랑 가진 당신이 있다
지금 매몰찬 눈보라가
당신의 따스한 발자국 지워 가지만
별빛처럼 말간 영혼은
당신의 가지에 뿌리 내려
지워져 가는 것은 단지 한 덩어리 육체일 뿐이다
말라가는 눈동자에서 힘겹게 피어난 꽃송이가
포근하게 나를 보듬고 있다

 

기호신님은 철산1동에서 화랑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해 직접 사진을 찍고 시를 쓴다. 평생학습동아리인 '빛을담는 사람들' 회장을 맡고 있고, 시 모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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