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밥상’을 차리는 ‘밥상’ 엄마들.
‘착한밥상’을 차리는 ‘밥상’ 엄마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2.2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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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첨가물 ‘제로’, 100% 우리밀 사용 ‘빵 꾸러미’ 들고 광명을 누비는 예비사회적기업 엄마사업단 ‘밥상’.

 

광명YMCA 엄마사업단 ‘밥상’은 ‘협동과 자립, 좋은 먹거리’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일 공동체이다. 밥상이 시작된 지 올해 5년째이다. 아이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운영돼왔다.

밥상은 최근 ‘빵 꾸러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선물꾸러미도 추가해 메뉴를 다양화하고 있다. 밥상은 7인의 공동체이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운 지역의 엄마들이다. ‘건강’을 담보하고, 건강한 ‘육아환경’을 위해 광명와이엠시에이(YMCA) 생협(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했던 엄마들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육아로부터 여유가 생기는 틈을 이용해 시작한 것이 일 공동체 밥상이다.

밥상은 생협 활동을 하면서 배우고 터득한 올바른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전파하고, 확산하는 일에 나섰다. 먹거리 교육이다.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요청이 오면 직접 방문해서 먹거리 교육과 인형극을 진행했다. 지역 대안학교인 볍씨학교에서 제철요리교실을 진행했다. 밥상은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먹거리 교육을 진행하는 엄마들 공동체로 출발했다.

그렇게 3년여를 지나면서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운영상 대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제과제빵에 나섰다. 교육뿐만 아니라, 직접 먹거리를 제공해보자는 문제의식이었다.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건강한 간식을 제공하고 사업을 통해 공동체 자립을 모색하는 취지였다. 밥상 공동체는 그렇게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예비사회적기업을 신청해 지정을 받았다. 하안동 단독필지 내에 작업장을 마련했다.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고, 시설을 설치했다. 건강한 먹거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100% 우리밀을 사용하고 있다. 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생협을 통해 공급받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단가였다. 재료비 원가가 높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보존 과정도 만만치 않다.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으니, 바로바로 소화해야 한다. 가격, 관리, 유통상의 문제들이다. 대량 생산이 안 되고, 소량 생산해야 한다. 주문을 미리 받아서 만든 후 바로 배달해야 한다. 주문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밥상은 일 공동체, 생활 공동체이다. 광명와이엠시에이 생협 조합원들이 모여서 만든 협동조합형 공동체이다.

밥상은 육아를 했던 엄마들이 사업에 뛰어든 경우여서, 영업과 마케팅에는 젬병일 수밖에 없다. 알음알음 지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밥상의 빵 꾸러미 주문자들은 주로 와이엠시에이 생협 회원들이 주 대상이다. 그 외 밥상을 알고 있는 지인들이나, 가끔 밥상 작업장을 오가는 지역 주민들이다.

그래서일까. 밥상 회원들은 월 2회 빵 꾸러미 공급 시기를 주1회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선물꾸러미도 만들어 3천원부터 1만5천원까지 가격대를 다양화했다. 답례품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아직 현장 판매는 하지 않고 있지만, 준비하고 있다. 지역 기관이나 단체 등을 대상으로 밥상의 꾸러미 사업을 알리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날이 따뜻해지면 아파트단지를 찾아 시식회에도 나설 계획이다.

밥상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단이지만, 공동체에 가깝다. 출발도 먹거리 교육이었다. 철학과 가치가 우선이고, 그 철학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으로 일을 선택했다. 운영상에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7인의 공동체가 5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철학과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 원칙 때문이었다.

생협활동을 통해 터득한 철학과 가치는 지역, 자립, 공동체, 교육과 일을 통한 돌봄이었다. 이러한 ‘생협마인드’가 있기에 일반사업체라면 벌써 문을 닫았을 상황에서도 견뎌왔다. 밥상은 협동조합은 아니지만, 협동조합의 철학과 운영원리를 이미 실현해가고 있는 ‘협동조합형 공동체’이다.

밥상에는 실질적인 대표도 없다.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 각자가 빵과 쿠키에 대해서도 품목별로 제작 기술을 터득해, 함께 참여하는 작업방식을 선택해 운영하고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았지만, 지난해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자립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외부 의존을 최소화했다. 현재도 지원을 받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활용이냐, 의존이냐의 문제에 대해 답을 찾는 중이다.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의 떡고물에 눈독을 들이는 속물적인 일부 ‘묻지마식’ 접근과는 차원이 다르다.  

밥상이 최근 추가한 선물꾸러미. 행사 후 답례품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밥상 회원들은 거창한 성공을 바라고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밥상은 와이 생협 활동 3년 이상 된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밥상 회원들은 8년에서 10년을 함께 지내온 가족이자, 공동체이다. 회원들은 주 3일 이상 출근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빵이 나오는 날에는 오전 6시, 7시에도 나온다. 오전 9-10시 사이에 식혀 포장을 하고 당일 오후에 배달한다. 일이 있으면 주말에도 나온다. 일터이기 때문이다. 밥상 회원들의 월급은 아직 활동비 수준이다. 이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구역별로 주문받은 빵 꾸러미를 직접 배달한다. 가까운 곳은 걷고, 자전거를 탄다. 먼 곳은 버스를 타거나 자가용을 이용해 배달하고 있다. 그렇게 광명 어느 곳이던 주문 고객을 만나러 가고 있다.

밥상의 현재 대표 메뉴는 빵 꾸러미다. 가격은 1만원이다. 2주에 한 번씩 공급된다. 회원으로 가입해서 공급받을 수 있다. 계절별로 머핀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작은 것은 천원, 큰 것은 3천원이다. 100% 진짜 버터를 사용한다.

“우리밀 빵은 하루만 지나도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일 소화해야 한다. 1만원 빵 꾸러미는 매번 품목을 달리해서 구성한다. 단팥빵, 감자빵, 아침빵, 버터빵도 있다. 머핀류나 쿠키류를 포함하면 30여가지 품목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집에서 애 키우고, 중간중간 일도 했다. (밥상에서) 5년을 지나오면서 서서히 적응도 하고, 준비도 해온 것 같다.” 밥상 회원 우정인씨의 말이다.

밥상은 지금도 요청이 오면 아이들 먹거리 교육에 나선다. 인형극도 한다. 빵과 꾸러미도 만들어 배달한다. 밥상의 활동영역이다. “마인드와 체질은 이미 협동조합이므로, 때가 되면 언제든 협동조합 전환도 가능하다.”

엄마사업단 밥상에 대한 ‘예감’이 좋다. 밥상표 쿠키와 빵은 정말 맛있다. 가격이 문제라면, 건강을 생각하면 된다. 밥상은 팔고 보자식이 아닌, 지역 안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 맞대고 주고받는 착한거래를 지향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끼리끼리’ 관계망이 서서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 속도의 문제인데, 그것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고자 하는 듯 보인다. 왜? 밥상이니까. 착한 엄마들이 직접 꾸미고 만들어 내는 ‘착한밥상’이니까.

밥상 : 02)6011-8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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