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심 없는 광명심포니의 신춘 음악회
배려심 없는 광명심포니의 신춘 음악회
  • 박민관 (광명시청 공무원,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승인 2013.03.24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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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독선적인 지휘자의 선곡에 기분 좋은 배신감을 느끼다.

지난 21일 시민회관에서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신춘음악회를 찾았다.
처음으로 힘들게 연주를 들었다. 그 후기를 정리해 본다.

첼로는 간절했다.
어디 여인의 마음을 얻기가 그리 쉬운가.
하지만 그것은 광명심포니의 욕심이었다. 겨우내 꽁꽁 얼은 온 몸의 신경 하나하나가 봄을 맞아 하나씩 풀어지고 늘어지는 관객들에게 무도회의 은밀한 ‘밀당’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었다.
연주자들의 자세 역시 한바탕 놀이판이 아닌 워크샵 분위기가 느껴졌다.
조용히 연주가 끝나고 객석에 박수소리가 날 때 지휘자의 얼굴에 순간 장난기가 서린다.
뭐지? 하는 순간 첼로의 ‘에프터’ 신청이 들어온다. 끝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어진 모짜르트의 호른협주곡의 선곡은 나의 인내력을 끝까지 끌고 갔다.
물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석준교수의 연주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시기적 사람들의 생체리듬이 있고 그러함에 대한 배려도 관객에 대한 기획의 기본 아닐까?
모짜르트 특유의 장난기가 섞여 있는 이 곡은 가뜩이나 춘곤증으로 늘어지는 내 몸을 속삭이듯 꿈속으로 이끌었다.
옆에 있는 아이는 바로 가수면 상태로 빠져든다. 편안히 한숨 자고 싶은 유혹과 치열하게 다투며 공연을 보고 있다.
오늘 광명심포니의 관객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신춘음악회 선곡을 원망한다. 두고 보자!!!

10분간의 휴식시간에 갈등을 한다. 그만 갈까?
도대체 관객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무례한 심포니의 연주를 계속 들어야 하나.
하지만 포기할 타이밍을 놓치고 맥없이 들어오니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가 준비되어 있다.
느려지고 지친 심신을 팀파니가 조금씩 활력을 주기 시작한다.
탄력을 받지 못하고 끊어지듯한 1악장에 팀파니의 리듬이 뭔가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항상 개구쟁이 같은 트럼본 주자의 눈빛이 오늘따라 매우 진지하다.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은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면서 손끝부터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길고 추운 겨울을 견딘 내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
오늘따라 첼로의 느낌도 강하게 다가온다. 지휘자와 느낌을 주고받으며 스코틀랜드의 습한 기운이 메마른 가슴을 적셔주고 있다.
결국 마지막 악장에서 파트별로 주고받으며 오늘도 본전생각을 잊게 만들었다.

집에 가는 길에 아이에게 물었다.
“오늘 어느 부분이 제일 좋았니?”, 아이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세번째요”
아이와 나는 오늘 똑같은 봄 선물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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