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문’을 열었다....그 다음은?
‘지옥의 문’을 열었다....그 다음은?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3.31 2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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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원 토크콘서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주제로 토크...원전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우려하다.

 

정주하 사진작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그곳 현지를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 99장의 사진 중 마지막 사진 속에는 곰 인형이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쓰나미는 다시 원전사고라는 재앙을 부를까. 다음은? 미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는 멀리 있지 않았다. 과거로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후쿠시마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과거이고, 현재이고, 또 미래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2011년 3월11일. 일본 열도를 강타한 쓰나미는 해안가 원자로를 삼켰다. 노후된 원전은 쓰나미의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다. 그리고 원전이 폭발한 곳은 죽음의 땅으로 변질됐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피해 참상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죽음의 땅이 언제 살아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방사능 피폭에 의한 피해가 어느 대에, 어느 곳까지 퍼져 갈지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방사능은 인류가 다룰 수 있는 범주에 있지 않다.

2013년 3월30일 오전11시. 광명시평생학습원 강당. 평생학습원이 매월 일회 진행하는 시민특강 토크 콘서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 후’를 주제로 진행됐다. 사회는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가 맡았다. 정주하 사진작가, 성공회대 강주하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김찬호 교수, 정주하 작가, 강주하 교수. 원전의 안전을 믿는가. 핵 방사능은 인류가 다룰 수 없는 재앙이다.

정주하 사진작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지의 사진을 찍었고, 일본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정 작가의 사진 속에는 원전 피해의 참혹한 실상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피해의 흔적이 사라진 버려진 땅의 자연을 소재로 사진을 찍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일본의 어느 마을, 자연이 그의 사진 배경이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그의 사진 주제이다.

히로시마 핵폭탄의 피해를 입은 일본이 다시 원전 사고로 또 다시 재앙을 당했다. 일본이 갖춰야 할 태도는. 진실의 은폐가 아니었다.

정 작가는 원전 사고의 참상을 드러내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참상 위주의 보도, 보고는 또 다른 ‘현실’을 은폐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참상에 대해 연민을 통해 반응하고, 이를 통해 긴급하게 복구하는 것으로만 그친다면, 일본사회는 진실에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정 작가의 변이었다.

정 작가는 원전 사고를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이 궁극적으로 제국주의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사를 반성하고, 그 토대 위에서 원전의 재앙을 벗어나려고 할 때만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참상을 전하기보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이유였다.

한편 강주하 교수는 원전 위주의 전력공급 정책은 제2, 제3의 후쿠시마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원전의 폐기’를 주장했다.

강 교수는 미국의 쓰리마엘, 소련의 체르노빌에 이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의 안전을 결코 보장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며, 한반도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도 이미 23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또 11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어, 원전 폐기 내지 감소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은 ‘지옥의 문’을 연 것에 비견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또 누가 그 지옥의 문을 열고자 하는 것인지, 그것이 혹시 우리나라는 아닌지 우려했다.  

원전은 양날의 칼이다. 전력 공급이라는 필요성에 방점을 찍는 이들은 불가피성을 거론한다. 원전의 안전을 말한다. 그들은 이해관계로 둘러싸여 있다. ‘원전마피아’는 안전불감증과 이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력을 칭한다.

그러나 원전사고로 유출되는 방사능 핵은 통제불가능한 영역이다. 강 교수 말대로 ‘지옥의 문’이다. 인류의 재앙을 부르는 지옥의 묵시록이다. 대체 에너지로의 적극적인 전환이 유일한 대안이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원전을 중단하는 것이 대안이다.

참석한 패널들은 ‘인간의 어리석음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 왜 판단을 흐리는 것인지’ 우려했다. 그 반대편에서 ‘원전마피아’들은 악마의 웃음을 짓고 있다. 그들에게 미래세대는 없다. 자신들을 정당화하고, 변호하는 한줌의 앙상한 ‘논리’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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