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도 하고, 노래도 했다. 다음은 ‘춤’일까?
연주도 하고, 노래도 했다. 다음은 ‘춤’일까?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4.1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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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심포니, 제56회 정기연주회...뮤지컬 노래와 함께 관객과 ‘입담’ 소통

 

제56회 정기연주회를 연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관객들을 뮤지컬의 세계로 초대했다.

광명심포니가 ‘입’을 열었다. 4월18일 진행된 제56회 정기연주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광명심포니는 정기연주회를 통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정기연주회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 때문이다. 심포니는 정기연주회를 통해 작품성 있는 곡을 관객들에게 선사해왔다. 입을 여는 것은 연주자들의 연주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다. 연주의 집중성, 몰입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 역시도 곡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감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온전히 작품을 연주하는 것을 통해서만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이 정기연주회의 힘이었다. 관객은 곡을 듣고, 때로는 연주자들의 동작과 표정을 보는 것으로‘만’ 작품과 소통했다.

그런데 광명심포니가 56회 정기연주회를 통해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 그것도 ‘세트’로. 일종의 ‘보너스’였다. 김승복 지휘자는 지난해 8월 공연에서 ‘입’을 연 이후, 이번에 다시 입을 열었다. 곡에만 집중하는 ‘절제’를 내려놓고, 관객과 ‘입담’의 소통을 선택했다. 나름 입을 다문 시간들이 꽤 흘렀다는 자각이 생긴 탓이었을까. 아니면 이쯤이면 작품성을 살짝 내려 놓고, 관객들과 ‘모닝클래식’ 버전의 소통을 가져도, 관객들은 쾌히 ‘정기연주회’의 변형을 수용할 것이라고 여긴 탓이었을까. 그리고 덧붙여 ‘보너스’로 단원들의 ‘노래’까지 청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김승복 지휘자는 “단원들의 노래를 스스로도 듣고 싶었고, 또 청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연주 연습과 달리 노래 연습이 끼어 든 것에, “단원들도 피식피식 웃으며” 면 설어해 하기도 했단다.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한 심포니. 한지연, 신영숙, 정동효, 엄주필.

제56회 정기연주회는 ‘뮤지컬’과 함께 했다. 당초 ‘레미제라블’을 통으로 연주하고, 불러보고 싶었지만 ‘사정’이 생겨서 당초 기획대로 되지 못했다. 대신 레미제라블 ‘셀렉션’을 선택했다. 함께 뮤지컬 명곡들이 선택 연주됐다. ‘오페라의 유령’ 셀렉션이 1부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배치됐고, ‘레미제라블’ 셀렉션이 2부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연주됐다.

1부 연주의 첫 곡은 ‘Hymn to the sun with the Beat of the Mother Eearth'. 이 곡은 당초 금관앙상블로 작곡된 곡이다. 광명심포니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편곡했다. 김 지휘자는 “이 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연주한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 만큼 첫 프로그램에 애정을 쏟았다. 늘 처음과 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지휘자는 연주 후 첫 곡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대지에서 돋아나는 새싹, 대지 위로 떠오르는 태양과 같은 생명의 신비를 묘사한 곡이다.” 정기연주회 첫 프로그램을 통해 ‘봄’을 노래하고, ‘생명과 희망’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읽혔다.

그리고 회심의 일타가 관객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연주 소리를 따라가다, ‘바이올린이 저런 소리도 나나’ 순간 착각이 생겼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고 들으니, 그것은 바이올린의 음이 아니었다. 그 소리는 단원들의 입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였다. 지휘자의 입보다, 단원들의 ‘입’이 먼저 열렸고, 무대에 등장했다. 김 지휘자가 듣고 싶었다던 단원들의 노래가 연주자들의 연주음에 실려, 관객들의 귀를 타고 흘렀다. 첫 곡의 메시지가 희망이고 생명이었다면, 단원들의 노래는 심포니가 선사한 또 다른 ‘봄맞이 선물’이었고, ‘보너스’였다.

그리고 첫 곡이 끝난 후 김승복 지휘자의 구수한 ‘입담’이 시작됐다. 모닝클래식, 해설이 있는 교과서 음악회를 통해 ‘편안하고 친숙한 클래식’을 지향하며, 관객과 만났던 모습이 정기연주회를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났다. “1부 진행을 맡은 김승복입니다. 진행도 하고 지휘도 하고 숨이 찹니다. 평소처럼 들락날락하면서 휴식도 취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러지를 못합니다. 혹 실수가 있더라도 ‘우리끼리’니까 이해주세요.” 이어 전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오늘은 뮤지컬 줄거리는 생각을 마시고, 좋은 뮤지컬의 곡과 노래를 듣는 것으로 여기고 띄엄띄엄 즐기면 됩니다.(웃음)”

김승복 지휘자. 오랫만에 관객들에게 '입담'을 걸었다. 

이어 본격적으로 다음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는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해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 ‘지킬과 하이드’, ‘모차르트’의 ‘테마곡’이 심포니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경희대 연극영화과 신영숙 겸임교수를 포함해, 한지연, 엄주필, 정동효가 그들이다. 그들은 무대에서 서서 솔로로, 듀엣으로, 전체 합창으로 노래를 불렀다.

1부의 마지막 프로그램 ‘오페라 유령’의 셀렉션은 웅장했고, 또 섬세했다. 2부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레미제라블’ 셀렉션은 관객들의 참여로 이뤄졌다.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즉석 ‘리허설’도 진행됐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장면을 관객들의 ‘합창’ 참여로 만들어 보자는 시도였다. 김 지휘자는 관객들의 합창 참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앵콜곡’은 없다고, 재치있게 ‘배수진’을 쳤다. 그리고 관객과 약속을 걸었다. “레미제라블을 통으로 연주해보고 싶었던 것은 여러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좌절하지 않고 희망으로 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이번에 사정상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하도록 하겠다.”

이어 레미제라블 곡이 연주됐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영상을 통해 등장하고, 심포니 연주를 통해 익숙한 멜로디가 연주됐다. 관객들은 심포니 연주에 맞춰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그 감동의 깊이는 어디만큼 이었을까. 영화 속 그들처럼 ‘절실함’이었을까. 김승복 지휘자처럼 봄밤의 ‘희망’이었을까.

광명심포니 단원들은 여느 정기연주회처럼 열정을 다해 연주했다. 객석의 누구는 ‘심포니 사랑해요’라며, 호응했다. 김승복 지휘자는 “즐거우셨나요. 저는 재밌었습니다. ‘봄밤’입니다. 돌아가시는 걸음이 행복한 걸음이었으면 합니다.” 인사를 끝으로, 심포니는 앵콜곡 연주를 시작했다. 웅장한 대지의 희망을 불러내는 ‘아프리카의 아침’이었다. 앵콜곡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동작은 가볍고, 표정에는 미소가 담겼다.

관객들은 저마다의 ‘감동’과 ‘희망’을 안고 공연장을 나섰다. “좋은 음악이 있는 4월 봄밤으로 기쁩니다. 무척 즐거웠습니다.” 초대를 받은 어느 지인의 관람평이다.

광명심포니는 오는 5월21일(화) 저녁7시30분 57회 정기연주회를 ‘세대공감 온 가족 행복음악회’로 열 예정이다. 아동부터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5월의 선물이다. 티켓이 ‘오픈’되면, 서둘러 예매하는 것만이 제한된 객석에서 누릴 수 있는 최선의 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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