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찬물 끼얹은 ‘무기계약직 폄훼발언’ 파장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찬물 끼얹은 ‘무기계약직 폄훼발언’ 파장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3.05.16 1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명시청, 시의회에 제출한 공공도서관 직영화 반대 문건에 무기직 폄훼 내용 작성...민주연합노조, 즉각 반발...양기대 시장 사과 촉구

▲ 16일 오전 무기계약직 폄훼 내용의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한 해당 부서 공무원들의 해명을 듣는 민주연합노조 정병오 광명지부장의 표정은 시종 무거웠다.

“무기계약직은 공공기관 운영에 비협조적인가? (무기계약직은) 근무연수가 오래 될수록 담당자를 부시하고 충돌이 비번한가? (무기계약직은) 노조에 가입해서 하던 일 외에는 담당자의 말을 듣지 않는가? (무기계약직은) 불평불만이 많고 수당 등에만 관심이 많은가? (무기계약직은) 일이 힘들다고 쉬는 시간이 많아지고 결국 대체인력 투입으로 예산낭비를 초래하는가? (무기계약직은) 파업 등으로 업무거부를 주장하며 업무방해가 비일비재한가?”

광명시청에서 작성된 내부 공문서 내용의 일부이다. 공공도서관 청소업무의 직영화를 주장하는 시의원들에게, 광명시청 해당 부서는 직영이 아닌, 민간위탁 청소용역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위와 같은 문건을 작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 김익찬 시의원과 진보정의당 소속 문현수 시의원은 5월15일 임시회 본회의 첫날 ‘10분 발언’을 통해 공공도서관 청소 직영화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해당 문건에 대해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은 즉각 큰 파장을 초래했다. 무기계약직을 싸잡아 폄훼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등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불리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조합 활동이나, 이들의 파업권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는 민간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장에서 무기직 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업무지휘를 하면서 일정부분 충돌이나 말썽이 있을 수는 있다지만, 그것이 전체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싸잡아 몰아가는 듯한 내용으로 공문서가 작성된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 민주연합노조 광명시지부는 공공분야 업무의 '민간위탁철회'를 주요 현안으로 삼고 활동하고 있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공공부문부터 우선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시도하는 사회적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고, 그러한 인식을 드러내는 경우여서 심각성은 더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단계적 정규직 전환의 수순이 무기계약직 전환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규직 공무원들이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폄훼하고, 공공도서관 청소 직영화를 요구하는 시의원들의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로 아무렀지 않게 제출되는 현실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문현수 시의원은 발언을 통해 무기계약직에 대한 근태 관리와 징계는 무기직 근무규정을 통해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는데도, 마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해 통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그들을 비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익찬 의원도 같은 맥락으로 지적했다.

▲ 민주당 소속 김익찬 의원은 양기대 시장에게 민주당 시장으로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라며, 공공도서관 직영화를 요구했다.


더욱이 문 의원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청소 직영화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사항이었고, 양기대 시장도 같은 당 소속 시장임을 강조했다. 김익찬 의원도 민주당 정강과 정책이 비정규직 해소라며, 시장이 당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0분 발언을 통해 무기계약직 폄훼 발언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조합인 전국민주공무원노조 광명지부 정병오 위원장은 당혹스럽다며,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당일 시장 면담을 요구했다. 양기대 시장의 공식사과와 철산도서관 등 공공도서관 청소업무 민간위탁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겠다고 입장을 정했다.

▲ 진보정의당 소속 문현수 시의원은 공공부문 청소 직영화는 지난 대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약속이라며, 당시 작성된 협약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당일 시장 면담은 시장 일정으로 인해 이뤄지지 못하고 다음날로 연기됐다. 해당 부서도 즉각 진화에 나섰다. 16일 정병오 위원장 등 민주연합노조 간부들을 만나, 내용에 대해 해명했다. 문서 작성 경위가 와전됐다며, 광명시에 근무하는 무기계약직의 근무행태를 거론한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거론한 것인데 확대됐다고 해명했다. 문서 역시도 시의회와 협의를 위해 작성된 것으로 내부용이라고 해명했다. 청소용역 직영전환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유지했다.

한편 시측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불씨는 쉽게 갈아 앉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공도서관 직영화를 놓고 시의회 예산 심의가 예정돼 있다. 감정의 불씨와 함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이뤄지는 양기대 시장과의 면담이 변수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민주연합노조 광명시지부 조합원들 역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모 간부는 “칼질만 하면 다 된다는 식이다”라며, 무기직의 설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간부는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화가 난다. 노조 행사에 나가더라도 새벽부터 와서 일을 다 해놓고 나가는데....”라며, 자신들에 대한 왜곡에 대해 분노했다. “공공도서관에서 종사하는 무기직 노동자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되겠냐”며 우려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