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6일 토요일 아침 9시. 늦잠을 즐기고 싶지만,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야 하기에 집을 나섰다. 쌀쌀한 가을 아침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광명민방위교육장으로 향했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한걸음 떼는데, 지하 교육장에서 들리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음악이 귀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음악에 화음을 넣었다.
기자에게 익숙한 민방위교육장은 가족오케스트라가 연습하는 열기로 후끈하였다.
강단에는 플루트 연주자 3명, 첼로 2명과 더블베이스 연주자 1명이 강사 2명의 지휘 아래 ‘에델바이스’ 곡을 연습하고 있다. 강사는 전문 연주자로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이다. 12주차 연습으로 협연하는 모습에 여유가 느껴졌다.
유일한 더블베이스 연주자인 지효섭(39세)씨는 아이 4명을 둔 다둥이 아빠다. 다른 아이들은 나이가 어려서, 큰아이 지경현(10세)군만 클라리넷을 배우고 있다. 부자간에 연습곡과 연습에 대한 어려움 등을 대화로 나눈다고 한다. 때론 집에서 지효섭씨가 연주 연습에 어려워하면, 경현군은 웃으며 “악보를 보고 연주하면 되요.”라며 격려한다고 한다. 경현군이 학원에서 혼자 악기를 배울 때면 힘들어했지만 가족오케스트라에선 서로를 다독거리며 연주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교육장 제일 앞쪽에는 십여 명의 아이들, 어머니들이 강사 두 명의 박수소리에 박자를 맞추며 바이올린 연주를 연습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반복된 연습에 산만해질 만도 한데,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고 있었다. 클라리넷 연주자의 ‘Always with me’(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 ost), 오보에의 ‘The key of major’, 색소폰의 ‘런던다리’ 등의 선율이 연주자들의 열기와 어우러져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버지들만이 강사의 지도에 열심히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이 이채로워 아버지들 한걸음 뒤에서 연주를 들었다. 연주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안타까워하는 최철웅씨의 뒷모습이 아이같이 느껴졌다. 최철웅씨네 가족은 호른을 배우는 아들 최현우(20세)군과 동생 현경(10세), 첼로를 배우는 아내 강희경씨까지 모두 참여했다.
따로 마련한 드럼 연습실로 발길을 향했다. 통유리창문 사이로 십여 명의 교육생들이 두 손에 채를 각각 쥐고 연습용 드럼으로 박자를 연습하고 있었다. 강사가 눈에 익어 자세히 보니, 지난여름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60회 정기연주회 ‘행복나들이’에서 강렬한 드럼 독주로 관객을 열광케 만든 윤명준 오케스트라 단원이다. 박자를 놓쳐 당황해하는 엄마를 아이가 박자를 가르쳐주는 모습에 윤 단원은 흐뭇하게 아빠 미소를 지으며 강의를 계속 진행했다.
‘가족 나들이 행복 오케스트라’가 일회성으로 지원되는 사업으로 인해, 참여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효섭씨는 “지인들이 전문 강사에게 무상으로 악기 연주를 배우는 것을 부러워한다. 약 4개월간의 수업으로 악기를 배우는데 한계가 있어, 지속적인 사업 진행을 참여자 모두 바라고 있다.”라고 하였다.
광명심포니 차원에서도 가족오케스트라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김승복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내년에는 기업 후원을 받아 세 개 권역(광명경륜장, 광명시민회관, 소하동)으로 나눠 보다 많은 참여자들이 음악 연주를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김 지휘자는 “매주 토요일 아침부터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본인 그리고 단원, 참여자에게 모두 힘든 점이 있다. 그러나 대화의 단절로 가족이 붕괴되어 가는 세태에서 음악을 매개로 가족 간에 화목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라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