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을 ‘잉여’라 부르는가?
누가 이들을 ‘잉여’라 부르는가?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4.07.09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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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아이덱 준비팀,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상영...청춘 4인방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 기록

광명아이덱 준비팀은 교육, 청춘 관련 다큐멘터리를 사전 행사로 상영해왔다. 영화 상영 후 청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는 7월27일 개막해 일주일 동안 진행될 ‘국제민주교육한마당(아이덱)’ 사전 행사로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7월8일(화) 저녁 7시 평생학습원 2층 강당에서 준비된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하 히치하이킹)이 상영됐다.

이날 영화 상영에 앞서 아이덱 준비위원으로 사회를 맡은 노혜림씨는 히치하이킹을 상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녀는 “기존 아이덱 행사에서 청년의 삶을 다룬 경우는 없었다. 올해 광명 아이덱은 청년들의 행동하는 삶을 다루고자 했고, 영화도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씨는 “나이를 떠나 마음에 열정을 담고 있으면 누구나 청춘일 수 있다. 혹시 꿈에 대한 불타는 열정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함께 돌아보자.”며, 영화 상영회를 시작했다.

히치하이킹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잉여’로 일컬어지는 20대 대학생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십대 네 명. 청춘들이다. 청춘은 꿈꾸고 행동하기에 청춘이다. 또 미래를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이들이기에 청년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청춘의 자화상은 어둡다. 오죽하면 ‘잉여’라고 부를까.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일찍이 스펙 쌓기 경쟁에 몰입해야 한다.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빚을 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졸업을 해도 빚을 갚기는 요원하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졸업을 거부하고, 삶을 거부하고 숨기 마련이다. 역동하는 청춘은 오갈 데가 없다. 숨죽인 청춘은 대한민국의 우울한 미래상이다.

히치하이킹의 주인공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은 기꺼이 영화처럼 돌파구를, 승부를 던진다. 그리고 극단의, 극적인 선택은 영화가 된다. 네 명의 청춘들은 다니던 대학을 자퇴한다. 등록금을 해외여행 경비로 충당한다. 배낭을 메고 무조건 프랑스로 떠난다. 전공을 떠나 카메라를 다루는 등 영상을 제작하는 기술이 있어, 이 재능으로 숙박과 숙식을 해결하며 1년간 유럽을 여행하자고 마음먹고, 결행한다. 24살 이호재, 그리고 20살의 후배 동생 세명. 이호재는 맏형으로 여행을 이끈다. 또 이 영화를 만드는 감독 역할도 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 '잉여'일 수 없기에, 다른 길을 찾아 나선 주인공들.

이들은 낯선 이국 땅 프랑스에서 노숙해가며 길을 걷는다. 히치하이킹으로 나라와 나라를 이어 목표를 향해 간다. 히치하이킹에 대한 노하우는 깊어 간다. 여행은 고달픈 여정의 다름 아니다. 당초 기획했던 영상 제작 의뢰는 기대 같지 않아 자포자기의 시간이 하염없이 흐른다. 여행 중 만났던 일행들이 동행하다 떠나기도 한다. 네 명의 청춘들은 포기하지 않고 여정을 이어가고, 드디어 영상제작이 들어온다. 그 영상은 호평을 얻게 되고 입소문이 돈다. 추가 의뢰도 들어온다. 주리던 배를 채우고, 노숙은 안락한 숙소로 대체된다. 그러나 한 없이 머물 수 없고, 계획대로 길을 떠난다. 로마, 터키, 그리고 최종적으로 영국으로 향한다. 당초 여행의 목적 중 하나였던 뮤직비디오 제작 의뢰도 들어온다. 이들은 불가능해 보였던 일년 동안의 유럽여행을 성공한다.

대한민국 잉여들이 그들만의 여행을 떠났고, 또 당당하게 일정을 완수하며, 그들은 삶에서 잉여인간이 아님을 증명한다. 만약 이들이 이 길을 나서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저 수많은 대한민국의 청춘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느 모퉁이에서 사회를 체념하며 숨고 움츠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길에 머물지 않고 다른 길로 들어섰다. 사회가 주지 못한다면, 주어진 길에만 서 있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들만의 길을 찾아 나섰다.

어쩌면 2014광명아이덱 준비팀은 영화 속 이들처럼 당당한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청춘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세상 속 희망을 말하고 찾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민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모색의 길을 찾아 나서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이제 곧 ‘2014 국제민주교육한마당’이 광명에서 펼쳐진다.

한편 아이덱 준비팀은 영화 후 소감나누기를 통해 강북구 지역에서 ‘행성209호’ 공간을 마련해 놀며 미래를 준비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행성209호 김동성 대표는 “이 공간에 모이는 이들도 90퍼센트는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나머지 10퍼센트의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 10퍼센트를 놓고 살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 시대 청춘들에게 관심을 갖고 응원과 격려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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