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패키지여행을 하고 계신가요?
아직도 패키지여행을 하고 계신가요?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4.11.02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생학습원 인문학 특강] 여행작가 정여울, 자유여행은 스스로 선택하는 내 삶을 마주하는 과정이다.
나는 ‘정여울’이다. 문학평론가로서 언론에 글도 쓰고, 책도 쓰고 있다. 여행 작가로서 책을 냈다. 여타의 여행기보다는 인문학적인 여행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삶의 궤적이나 작품의 내용을 찾아 떠나는 작가여행기를 쓰고 있다. 여행기가 아닌 인문학으로 읽히는 여행기를 원한다. 나는 자유여행을 고집한다. 자유여행을 통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뜻밖의 우연을 만나고, 그 일이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는 등 ‘이외성’은 자유여행이 주는 재미이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한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 보다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주는 기쁨이 크기에 떠나는 것이고, 그 기쁨은 떠나 보면 확인하게 된다. 우리가 떠나지 못하는 두려움도 따지고 보면 일상에서 간직한 여타의 두려움과 다르지 않다.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면 자신감을 얻게 된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게 된다. 나도 20대 후반부터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하게 됐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떠나지 못하는 108가지 이유를 대기 마련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국내 여행부터 혼자 떠나는 여행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유여행가로서 혼자 떠나는 여행, 혹은 소규모로 떠나는 도보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혼자나 소규모 자유여행을 통해 여행지의 장소가 주는 ‘아우라’를 충분하게 느껴보는 재미를 추천한다. 골목이 아름다운 유럽의 도시들이 있다. 나는 이탈리아 아시시나 베네치아 등을 추천한다.

이렇듯 혼자 떠나는 자유여행은 내가 내 삶을 선택하는 자유와 만나는 과정이다. 우리는 우리가 자유롭게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외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게 된다. 실상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선택지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읽은 책 중에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라는 책이 있다.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되면 자수성가 할 수 있다는 환상을 하고 있다. 자신이 잘못될 경우, 그것은 잘못된 선택의 탓으로 여기고 자책한다. 자신에게 책임을 부과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인지 생각해보면, 자신의 선택의 잘못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나는 스스로 선택의 기회를 넓혀 가는 것, 그리고 무엇을 소비하며 살 것인가가 아닌 내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선택하는 삶을 통해 이러한 선택의 이데올로기,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간은 우리를 바꾸지 못하지만, 공간은 우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여행이 주는 힘이다. 여행을 통해 익숙하고 편한 곳을 떠나, 낯설게 느껴지는 다른 곳을 만나보면 어떨까. 공간감이 떨어지면 장소성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사람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게 된다. 여행은 공간, 장소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익히는 것이고 다른 세상에 대한 경험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힐링열풍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두가 아픈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정말 아픈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힐링 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소소한 선택을 해나가는 것이 어떨까. 가치있는 선택, 사유하는 선택을 권하고 싶다. 나의 여행책은 정보 중심이나 경험 중심의 여행기와는 다르다. 인문학적인 감성을 전하고 싶다. 그동안 여행기를 쓰는 것은 내 글쓰기에서 남겨 놓은 영역이었다. 글 쓰는 것으로 모든 게 소진되고 싶지 않은 영역이었다. 오래 묵혀 두었다. 그동안 작가 여행, 즉 작가와 관련된 장소나 장소에 깃든 스토리텔링 여행을 해왔다. 나의 이런 여행을 알고 있는 출판 편집자의 제안을 수용하게 돼, 여행기를 내게 됐다.

나만의 여행 팁을 드리고 싶다. 초보라면 패키지 여행을 먼저 탈출하라고 하고 싶다. 인천-런던-로마로 떠나는 유럽 여행을 권한다. 가능하면 14박15일 정도 긴 일정을 추천하다. 1주일 정도라면 한 도시를 추천하고 싶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짐도 간소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일단 떠나라는 것이다. 해보면 별게 아니다.

중급이라면 한 나라를 정해 집중적으로 여행해보는 것을 권한다. 스토리텔링 등 테마여행도 방법이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물고 그 장소가 주는 것들을 충분하게 즐기는 것이 좋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탈리아를 먼저 둘러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독일도 개인적으로 좋다. 이탈리아의 경우 로마-피렌체-베니스-베로나-아시시-나폴리-폼페이-소렌토-친퀜테레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하루 일정의 현지 투어도 좋을 듯하다. 자전거나라라는 현지투어 전문여행사도 참고할 만하다.

고급, 마니아라면 장소 보다는 어떤 여행을 떠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한 도시에서 현지인으로 한 달 이상 살아보는 방식이다. 나의 경우 베를린에서 살았던 시간이 좋았다. 여행을 통해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얻게 된다. 성지순례도 추천한다. 알프스 등반도 추천한다. 알프스 등반의 경우 스위스로 출발하는 방식 보다는 독일(뮌헨)에서 출발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여행을 하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곳이 생기게 된다. 나는 헤르만 헤세를 좋아해, 그와 관련된 여행을 하고 있다. 글도 쓰고 생각도 하게 된다. 좋아하게 되고 취향도 생기게 된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확대하고, 사람들과 나눌 거리도 많아지게 된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2014년10월30일(목) 저녁7시30분. 광명시평생학습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특강, ‘인생의 재발견-여행으로 돌아보는 나의 삶’이라는 주제를 통해 ‘혼자 떠나는 자유여행’을 추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