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잠식하는 대형교회, 평화적인가?...통일 보다는 ‘이웃되기’가 먼저!
골목 잠식하는 대형교회, 평화적인가?...통일 보다는 ‘이웃되기’가 먼저!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4.12.07 2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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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평생학습원, 12월 토크콘서트...신이 내려준 평화, 인간이 선택한 평화...종교와 통일 문제 토크

광명시평생학습원 월례 토크콘서트. 종교와 통일 문제를 가지고, '평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은 어떤 평화를 인간 세상에 내려 준 것일까. 그리고 인간이 선택한 평화는 무엇일까.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인 12월이 왔다. 전 세계는 크리스마스 축제로 향하고 있다. 부디 그랬으면 한다. 세상도 평화이고, 각 자의 마음도 평화였으면 한다. 그런 소망을 품어 보는 12월이다. 그런데 좀처럼 쉽지 않다. 세상도, 마음도.

광명시평생학습원은 12월 토크 콘서트 주제를 ‘평화’로 잡았다. 정윤수 문화평론가, 박태식 성공회 신부,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 교수가 초대 손님으로 참여했다. ‘신이 내려준 평화, 인간이 선택한 평화’가 주제였다. 광범위하고 수수께끼 같은 주제인데 두 시간의 토크콘서트는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평화에 접근하는 두 개의 소재는 종교와 통일의 문제였다. 2014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 종교와 통일의 문제를 평화적 관점에서 접근해보는 것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평생학습원 토크콘서트는 12월6일 오전 11시 진행됐다. 가볍지 않은 주제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평생학습원 토크콘서트는 통상 초대 손님의 미니강의 후, 토크콘서트로 진행된다.

박태식 신부는 독일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온 지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대학의 시간강사라며 한국사회에서 시간강사의 조건이 얼마나 힘든지 넌지시 던지며 본인을 소개했다. 위트있게 말하는 어법인데, 행간에는 큰 화두와 세상에 대한 ‘사회읽기’를 포함했다. 미니강의를 통해 거대담론을 전달할 때는 적절한 어법이겠다 싶었다. 영화평론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박태식 신부는 한국 종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종교는 평화적인가’라는 입장에 대해 그 반대에 섰다. 평화의 반대편에 서 있는 한국 종교의 모습을 비판했다. 이성과 합리성의 시대에도 여전히 종교의 비중이 높은 한국사회의 현상은 기이하다. 이미 서구에서 종교의 비중은 줄었고, 심지어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흐름과 달리 한국사회 종교는 여전히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특성은 종종 반평화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교를 믿지 않은 이들이나 종교 내부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들이 한국 종교, 특히 기독교의 공격성을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문제를 건드리거나 실타래를 푸는 일은 어렵다.

박 신부는 문제의 출발점을 다시 짚어보자고 제안한다. “종교가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문제인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어진 미니강의에서 김성경 교수는 사회학 전공자이자 북한 전공자로서 북한과 통일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다. ‘통일’이라는 용어 대신 ‘탈 분단’이란 용어 사용을 제안했다. 통일은 강자가 약자를 흡수하는 통일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다름이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식이 아닐 수 있어 평화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분단 이후 체제의 모습을 고민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바로 통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북한의 인권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남한의 방식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북한이탈을 돕는 종교단체들의 행보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과 이웃으로 지내며 함께 살아가기부터 먼저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난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시상식에서 남북여자 축구대표단 선수들이 보여준 ‘이웃하기’가 남북 교류의 표본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사회의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종교는 반평화적이다. 그래서 깨어있기가 필요하고, 깨어있는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박태식 신부와 김성경 교수는 미니강의 후에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수단과 목적 모두에서 평화로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인정하기, 들어주기, 존중하기’를 제시했다. 동북아평화를 위한 거대담론, 거시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우선 우리사회 안에서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우선이고, 이러한 맥락을 쫓다보면 거대담론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박태식 신부는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 문제로 몰아가는 우리사회 보수층의 시각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다며 유가족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종교의 역할도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존중하는 것이고,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도 ‘텔레비전 시청’을 뒤로하고, 눈을 마주치며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곧 평화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김성경 교수도 우리사회가 분단으로 인해 비트러지고 몰아가는 사회이기에 북한 문제나 평화 문제를 거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전혀 다른 이야기, 다른 생각을 들어주고 인정하는 상태가 평화로운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문제 역시도 다문화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 ‘우리화’하는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다며, 우리사회 안에 있는 반평화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사회에 2만7천여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있지만, 이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제3의 나라로 ‘탈남’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우선 이들과 교류하고 이웃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통일이 된다면 더 많은 문제들이 양산될 것이라며 이웃맺기 차원에서의 교류,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한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태식 신부는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는 우선 종교지도자들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장악해 들어가듯이 대형교회가 골목을 잠식해가고 골목의 작은 교회들이 힘들어 지는 것도 현실이라며, 한국교회에 안에 자본주의, 계량주의가 많이 침투해 있다고 비판했다.

교인들 스스로가 깨어있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우리사회가 반평화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깨어있기’가 중요하다며, 우리사회와 자신의 평화를 위해 ‘깨어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윤수 사회자는 김 교수에게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에 대해 우리사회 반응이 일종의 ‘신드롬 현상’처럼 보이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해석도 요청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보면 북한사람들은 주체사상을 종교처럼 믿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남한 사람들의 종교를 대하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사회에 와서 믿음의 대상이 부재하게 되면서 정신적 공황상태를 겪기도 한다며, 이를 한국 종교로 대체하려는 접근도 있다고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사회도 힘든 사회이고 루저들의 사회로 개인들은 힘들고 어딘가 기댈 곳을 찾지만, 마땅히 기대고 의지할 곳 없는 사회이기에, 교황 방문은 이러한 저마다의 외로움을 확인하고 위로받고자 하는 욕구로 분출된 현상이라고 파악했다.

그러나 이 현상은 우리사회의 변화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개인은 다시 불통, 말하지 않는 일상의 삶으로 돌아와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런 임계점이 폭발하지 않으려면 일상에서 구멍이 필요하고, 이러한 구멍들이 확산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윤수 사회자의 제안에 따라 박태식 신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도쿄기담’과 장예모 감독의 영화 ‘5일의 마중’을 추천했다. 김성경 교수는 수잔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추천했다.

2014년 12월. 신은 어떤 평화를 내려 주었을까. 우리 스스로는 어떤 평화를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인간이해와 깨어있기, 다름을 인정하고 이웃하기. 평생학습원 12월 토크콘서트는 ‘평화’로 학습하는 시민들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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