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어른들에게 묻는다...
시시한 어른들에게 묻는다...
  • 강찬호
  • 승인 2016.01.0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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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린왕자’를 보고.

겨울방학 극장가 영화로 어린왕자가 상영 중이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른이 봐도 무방하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영화를 봤다. 영화적 완성도는 보는 이들의 평가에 맡긴다. 영화 어린왕자는 ‘시시한 어른’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시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꼬마 주인공의 모험과 저항이 줄거리이다.

엄마의 스케줄대로라면 꼬마 주인공은 시시한 어른들의 세계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삶은 우연한 사건을 통해 전환점을 맞는다. 그 사건을 통해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고, 그를 통해 어린왕자를 만난다. 할아버지와 만남, 어린왕자 이야기와의 만남을 통해 꼬마는 엄마가 정해 놓은 삶의 궤도에서 이탈한다. 이탈은 모험으로 이어진다. 이야기 속 어린왕자를 직접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곳에서 만난 어린왕자는 더 이상 이야기 속 어린왕자가 아니었다. 모험 속에서 만난 어린왕자는 여우와 친숙하게 길들여진 모습이 아니었다. 기존 질서에 복종하고 생존을 갈구하기에 급급한 시시한 어른일 뿐이었다. 꼬마 주인공은 ‘어른(이 된) 어린왕자’를 구출하고,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는다. 어린왕자는 원래 행성으로 돌아가, 시들어가는 장미꽃 한 송이를 다시 돌본다.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회귀로 이 영화는 끝맺는다.

‘어린왕자’는 어린이들의 동화이기도 하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삶에서 ‘아름다움’을 간직한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읽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의 도입부는 강렬하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매우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아이의 소중한 꿈을 지켜주겠다며, 무참하게 아이들의 삶과 꿈을 짓밟고 있는 어른들의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엄마의 계획으로부터 달아나는 꼬마 주인공은 어쩌면 비현실적일 수 있다. 동화 속 ‘어린왕자’처럼. 이 영화는 묻는다. 엄마들의 계획을 쫓아 시시한 어른들의 세계로 들어 갈 것인지. 시시한 어른들의 세계를 위해, 아이들의 꿈을 짓밟을 것인지. 어른이 된 당신의 가슴 속에서 어린왕자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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