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북초 황금돼지 학생들은 ‘학년 공동육아’로 성장한다.
하안북초 황금돼지 학생들은 ‘학년 공동육아’로 성장한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7.03.18 2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부모총회와 공개수업 참관하기

3월15일 오후, 하안북초 4학년 3반 공개수업 현장을 찾았다. 공개수업에 앞서, 학교 강당에서 진행된 학부모총회도 참석했다. 낮 시간이라 아빠들이 두 세 명 정도 눈에 띄었고, 대부분은 엄마들이었다. 조금 쑥스럽지 않을 수 없는 현장이었다. 아이 엄마가 직장에 가 있는 시간이어서, 학교 방문은 내 몫이었다. 유럽 등 다른 나라 영화를 보면, 아빠들이 종종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를 드나드는 장면을 보게 된다. 우리와는 다른 현실이기에,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는 ‘유럽처럼 우리도 가야만 해’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다. 학부모총회에 앞서 서준희 교장 선생님의 학교교육과정 안내가 있었다. 이어 학부모 임원 선출, 학부모 교육 등 준비된 프로그램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학부모총회 후, 아이들이 있는 교실로 이동해 공개수업을 참관했다. 아이 교실은 이미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교실 바닥에 아이들이 둘러 앉아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인가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각 자 한 장의 사진을 골라 손에 들고 있었다. 교실 뒤편에 모인 학부모들도 별도로 마련된 사진을 한 장씩 고르라는 안내를 받았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학부모들은 학부모대로 각 자 고른 그림을 토대로 원하는 반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주문이었다. 아이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다. ‘우리 반이 실처럼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편식하지 않은 반이 되었으면 해요. 생각을 모아 더욱 풍성하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해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반이 되었으면 해요. 비빔밥처럼 서로 잘 어울리는 반이 되었으면 해요. 달팽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반이 되었으면 해요...’ 아이들은 희망 섞인 약속과 이야기를 말했다. 이쁜 생각들이었다. 아이들의 말대로라면, 엄마들이나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아무 걱정이 없을 정도이다.

이어 참석한 학부모들도 손에 든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저런 희망과 기대를 발표했다. ‘자동차 경주 사진처럼 비록 진흙탕이고 힘들어도 끝까지 완주하는 반이 되면 좋겠어요. 우리 때는 여성들이 힘든 것도 많았는데 남녀학생 모두가 평등한 반이었으면 해요. 평화롭게 하나 되는 반이 되었으면 해요. 돌고래처럼 올 해 대양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반이 되었으면 해요. 천천히 함께 걸어가는 반이 되었으면 해요...’ 아이들이나 학부모나 한 명 한 명이 그려낸 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애정 어린 희망의 노래였다.


이어 교사는 아이들에게 모둠 활동을 주문했다. 그림에서 말한 여러 희망과 약속들을 공통적으로 모아, 반의 약속으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모둠 활동을 했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반에 대한 공통의 기대와 약속의 얼개가 잡혀가는 수업이었다. 40분 수업은 금방 흘러갔다. 아이와 학부모가 함께 생각을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떠들면 교사는 ‘경청’을 주문했다. 그래도 틈만 나면 떠든다. 아이들이었다. 학부모들이 와 있으니, 애들은 더욱 신이 났고, 철부지가 되는 듯 모습이다. 그래도 아이들 나름대로 긴장했을 것이다. 혁신교육이 확산되면서 수업공개도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담임교사도 상당한 부담을 안고 진행한 수업이었을 것이다.

공개수업으로 아이들 수업은 끝났다. 방과 후 활동을 가는 아이들, 귀가하는 아이들 등등. 아이들과 인사를 한 후, 교사의 시간은 계속 됐다. 이어서 4학년 전체 교육과정 설명회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시간 상 바로 귀가하는 학부모들도 있었지만,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계속 남아서 나머지 학년 교육과정 설명회를 들었다. 4명의 학년 담당 교사들이 함께 했다. 교사의 안내에 따라 참석한 학부모들은 종이비행기에 자녀들의 장점을 기재하고 비행기를 날렸다. 다른 사람이 적어낸 아이의 장점을 통해 서로를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이어 학년교육과정 안내 설명을 들었다. 끝으로 돌아가면서 궁금한 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4학년 4명의 교사들은 ‘97명의 황금돼지 전체 학생들을 학년 공동육아로 돌보겠다.’고 했다. 작은 학교의 힘이다. 교사들의 철학과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강당과 교실을 오가며 3시간 넘게 진행된 학교와 만남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한 아이를 키워가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교육자들이나 학부모들이 이 말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가고 있다. 내 아이 만이 아닌, 모두의 아이로 키워가자는 ‘공동체 교육, 마을교육’이 힘을 얻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