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그]홍선생의미국비자 발급기(실제상황)
[야그]홍선생의미국비자 발급기(실제상황)
  • 미국이 싫어
  • 승인 2003.07.01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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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생의미국비자 발급기(실제상황)


지금으로부터 한달전 정**이사(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님 왈,
" 너 미국비자 받아놔라..."

'으잉! 뜽금없이 웬 미국비자?'

"그런데 여권은 있냐?"

'당근없지... 외국 나갈 생각 한번이라도 해본적이 없는디...'

"회사일 때문에 미국 한번 갔다와야할 것 같다."

'나 영어라고는 퍽킹 유에스에이!밖에 모르는디.... 가서 뭘한다냐...'

우리 사장님도 "홍과장, 미국비자 받아놓으세요."하시길래..
"저 사장님,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미국이랑은 좀 안친하거들랑요..."(우리 사장님도 나의 과거 전력(?)에 대해 알고 계신다.)
"홍과장, 그래도 받아보세요. 세상이 바뀌었는데..."

'요즘 미국넘들 하는 거보니 하나도 안바뀌었구만.... 쩝? 그래, 밑져야 본전인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거지 뭐...'


여권 받기

뜬금 없는 미국비자 받으라는 통에 생전 처음 여권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전에 한 선배가 여권과 비자 때문에 생고생(?)하신 걸 지켜본 적이 있어서... 전력이 화려한(?) 나도 여권과 비자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이미 수 년 전에 사면복권을 받기는 했지만.....

여권 신청하고 며칠 있다가 주민증 찾으러 여행사에 갔더니 여행사 직원이 "여권국에서 전화받지 않으셨어요?"하며 묻는다.
나는 '올 것이 왔네... 여권도 안 나오는가 보구나...'하고 체념하고 있는데.. 여행사 직원 뭔가 찾아보더니.. "아~ 다른 분이구나 죄송합니다.. 며칠 있으면 여권 나올거예요."
'으이.. 놀랬잖아...'
그로부터 며칠 후에 진짜 여권이 나왔다.


미국비자 신청

여권이 나왔으니 미국비자를 신청해야 한단다... 그런데 *팔! 미국비자는 여권사진과 다르게 찍어야 하기 때문에 사진을 다시 찍어야 한단다...(유독 미국비자만 양 귀가 다 나오고, 배경이 흰색으로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나??)
그리고 여행사 직원이 적어주는 서류목록을 보니... 정말 가관이다.뭔 넘의 준비할 서류가 이리 많은지...이거 내가 처음 회사 취직했을 때도 서류가 이렇게 많지는 안았는데...재직증명서, 호적등본, 소득증명, 주민등록등본, 근로소득원천징수 어쩌구 저쩌구....
아무튼 세무서, 동사무소 뛰어다니며 서류 간신히 마련해서 갔다 주었드만... 여행사 직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인터뷰를 받으셔야 할 거 같아요. 작년 소득증명으로는 서류심사만으로는 어렵겠습니다. 인터뷰 일정 잡을께요."

갑자기 자존심이 확 상해버렸다...
'뭐야.. 내 전력 때문에 비자가 거부된다면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버는 게 시원찮다고 서류심사에서는 떨어진다고? 오매 자존심 상하네.... 으이그 열받아... 내 안가고 만다...'

그러나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회사에 보여주어야지... 사장님, 이사님이 기대(?)를 많이 하시는데.... 쩝!
"네, 인터뷰 받을께요. 스케줄 잡아주세요"


미국비자 인터뷰

약속된 날짜에 미대사관으로 갔다...

'아~ 감회가 새롭네... 내가 여기 깨러 오는 게 아니라 부탁(?)하러 올 때도 있네 그려...'

대사관 담벼락밑에 쭉 둘러싼 의자들을 보면서 '이것들이 밖에다 기다리게 하나보네...'하고 은근히 열 받으려하고 있는데... 여행사 직원이 '안에 들어가서 대기한다'고 귀뜸을 해준다... 아마도 그동안 여론이 안 좋아서.... 바뀐 것 같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금속탐지기를 통과하여(? 본인은 외국 나간 본 적이 없어서 공항 금속탐지기는 구경도 못해봤음. 그렇지만 공항 빼고 금속탐지기가 있는 곳이 있음. 아는 사람은 다 알고있음 ^^;)인터뷰장이라는 곳을 들어가보니... 사방이 꽉 막힌 홀 안에 의자만 주루룩있고.. 화장실 하나 있고, 유리벽으로 막힌 인터뷰하는 창구만이 보였음... 차라리 밖에서 기다리는 게 낫지... 여긴 담배도 못 피우고.. 돌아다닐 곳도 없고... 감옥이 따로 없네...

인터뷰 신청을 하라고 해서 신청창구에 여행사직원이 챙겨준 서류들을 들이미니.. 분명히 생긴 것은 조선 사람인데... 신청서만 주면 되지 다른 서류들은 왜 주냐고 떽떽댄다...
'X발! 내가 맨날 미국비자 인터뷰만 하러다녀야겠냐? 모르니까. 그렇지.. 안내문 하나 창구에 써놓으면 이렇지 않지...'하고 투덜대고 돌아서는데... 한 학생이 무지하게 그 여직원한테 쿠사리를 먹는다... 아마도 돈을 아끼려고 신청서를 여행사 시키지 않고 직접 작성했나본데... 이거저거 빠졌다고 무뇌아 취급을 한다...
순간 욱하는 기운이 아래배부터 올라오는데... '참자! 지금 개겨봐야 나만 손해지..'

번호표를 받아가지고 돌아서니... 눈앞이 깜깜... 인터뷰하는 창구는 두군데인데... 기다리는 사람들은 2백여명은 족히 넘어보였다.
안내직원 아저씨가 토끼 몰듯이 빈자리 찾아 앉아 있으라고 하는 통에 인터뷰 창구 바로 앞에 빈자리에 앉았다.

내 순서 오기까지 한시간 반을 멍하니 기다리고 있으니 별의별 광경을 다 보게되었다.

어떤 아저씨... "제발 미국 구경 좀 하게 해주세요.. 부탁입니다."라며 애걸복걸한다.
저렇게까지 해서 미국 가고 싶을까?

어떤 아가씨는 되지도 않은 영어로 양넘에게 어필을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통역이 있으니까. 그냥 한국말로 하면 더 잘 자신의 처지를 설명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아줌마는 아마도 2년 전에 이혼을 했나보다... 어떻게 아냐고... 글쎄 그 사람 많은데서 통역(물론 미국넘이 물어봤겠지) "아줌마, 언제 이혼했어요?(마이크를 통해 말하기 때문에 뒤에서도 잘 들린다.)"라고 크게 물어보니 모를 수 없지...

아무튼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니...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라이프 스토리며, 생활수준, 교육수준을 본의 아니게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취조하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내 얼굴이 벌게지면서... 열이 받치기 시작한다....

더욱이 절정인 것은 아까 이혼 어쩌구저쩌구하면서 남의 치부를 묻던 양넘이 이제는 신고된 소득이 없다고 따지는 모양이다.그런데 가만 들으니 농사짓는 사람이다.. 당연히 1차농산물은 면세인데.. 소득신고가 될리 가 있나... 그런데 그 양넘 그걸 이해 못한다.. 지내들처럼 농부들은 기업농만 있는줄 아는가보다...
그 때 내 엉덩이가 반쯤 들렸다.. 내가 얘기해줘야지... 하다가 참았다... '그래, 인터뷰장에서 개기다가 짤렸다면 우리 사장님과 이사님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지'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니 내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었다.

남의 나라에 와서 마치 경찰이 피의자 심문하듯이 취조(?)하는 그들을 보니... 열이 치받치는 게...

아무튼 내 순서가 다가옴을 느끼면서...
'그래 X발! 나한테도 분명히 이것저것 따질텐데 오늘 여기서 한번 깽판 한 번 놔보자..'라고 되뇌이며 투지를 드높였다.

드디어 내 차례!
결전의 시간이 왔도다...!

창구 앞으로 가서 서류를 내밀고, 인상을 무지하게 드럽게 하면서 미국영사넘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넘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그래서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었다. 속으로 '그래 한판 붙자'라고 하면서...
그런데 이넘이 나 한테 질문은 안하고 통역하고 잡담을 나눈다. 나는 아예 무시하고, 그러더니 내가 가져간 서류를 한 손가락으로 몇장 넘겨보더니 또 통역하고 몇 마디 나눈다..

'뭐여! 빨리 시작해봐봐... 함 깽판 한 번 놓게...!'하고 눈에 힘주고 있는데....

갑자기 통역이 "끝났어요. 가세요"하네...
한마디 질문도 없었는데... 내가 너무 황당해서 "된 겁니까?"하고 물으니 통역이 "됐어요"하고 가란다.
내 뒤에 앉은 수많은 사람들이 실소를 한다.
한시간 반을 기다리는 동안 질문 한번 없이 인터뷰 통과한 넘이 나밖에 없었으니까.....

에이 X발! 이거 뭐여?허무함, 그 자체였다.


며칠 후 여행사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비자 나왔어요. 고객님은 아주 드문 케이스에요.. 서류 완벽하게 갖추고도 인터뷰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빨리 나온 경우가 드물거든요.."

우리 사장님, 인터뷰 당일날 미국영사가 질문을 한마디도 안 했다고 하니 비자가 거절된 줄 알고 "역시 홍과장이 미국하고는 안 친하네.." 하셨는데...

아무튼당시 내 인상이 무서워서 그랬나?

앞으로 미국비자 받는 게 더 어려워진다고 하던데... 여기서 어떻게 더 어려워지는 겁니까?
상상이 안되네.....

아무튼 미국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맙시다!!! 나쁜 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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