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정대희 님의 글을 읽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정대희 님의 글을 읽고
  • 황규관
  • 승인 2003.05.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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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정대희 님의 글을 읽고

정대희 님이 말하는 “현대 자본주의 '미'에 대한 사유나 철학 또한, 과거보다 낫다고는 못할지라도, 그다지 '천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현대 자본주의는 아시다시피 서구식 역사 개념인 근대체제를 말한다. 이 근대적 사유의 밑바탕에는 모든 대상과 사물을 자기와 동일시하는 데 있다. 동일화 되지 않는 모든 것은 배제되고 억압된다. 좀 어렵게 말해서 타자화 된다. 백인에 대한 흑인, 자본가에 대한 노동자, 이성애자에 대한 동성애자, 남성에 대한 여성 등등. 그런데 타자화 된 이들이 혁명적 에네르기를 발휘하느냐 혹은 지배자에게 동일화 되느냐에 따라 그들은 혁명가가 되기도 하고 체제에 순응하는, 알아서 복종하는 반동이 되기도 한다.

현대 자본주의에 하에서의 미의 문제, 더 정확히 말해서 미인 대회에 등장하는 ‘미’는 ‘아름다움’에 대한 지배자의 사유에 강제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동일화/획일화 된다는 데에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내가 미인 대회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이고 미인 대회를 개최/참여하는 데에 반대하는 주 논거다. 더군다나 현재는 미인 대회에 뷰티산업, 연예산업이 참가하게 됨으로써 미에 대한 지배자의 사유는 산업화되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는가. 사회는 미인 대회의'기준‘과 '척도’로 모든 여성을 줄 세우고 또 그 줄을 이용해 음험한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이 끊임없는 악순환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대안은 다시 우리의 삶을 재고하고 끊임없이 묻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진보를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진보가 다 다르게 사는 것이라면 정대희 님의 진보에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다르게’에 엄청 속고 있으며 문제는 ‘다르게’를 이용한 지배자의 지배원칙에 상당히 무능력하다는 것이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 용인되고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이 문제는 이렇게 일반론적으로만 말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그 해(解)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더 이상 말하지 말자.

거듭 말하지만 이유리 씨가 미스 코리아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미스 코리아 대회에 참가한 것 자체가 미스 코리아 대회를 돕는 것이다는 내 지적에 정대희 님은 선거 제도를 예를 들어 ‘참여’ 자체가 일방적으로 ‘체제’를 공공히 하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이건 논리의 비약이고 매우 부적절한 예이다. 이는 선거 제도의 역사와 미인 대회의 역사를 동일시한 결과일 뿐.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과 척도를 우리는 어떻게 깰 것인가. 단지 안티 미스코리아 혹은 미스 코리아 대회에 참여한 이유리 씨의 휴먼 멜로드라마로 깰 것인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광명시민신문이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고 말하면 된다. 나는 사회적 대안을 제시할 능력도 책임(?)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 스스로 나의 기준과 척도를 창조하는 삶을 살면 그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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