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과 천재론에 대한 비판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과 천재론에 대한 비판
  • 유석
  • 승인 2003.10.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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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과 천재론에 대한 비판


삼성 공화국의 천재론은 독재자 발상

한국 내 삼성그룹의 자본 독점이 심화되고 있다. 전 산업 분야에 삼성그룹의 영향력이 드세지고 있다. 비교적 반재벌 언론이라고 생각되는 <한겨레신문>조차도 삼성그룹이 협찬한 기획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한겨레신문>을 구독할 때, 책한 권을 택배로 받았는데, 삼성택배가 배달한 것이어서 우려감이 들었다. 그런데 10월 27일, 28일자 <한겨레신문> 은 “1대 재벌 삼성 '빛과 그림자'”라는 제하의 기사를 두 차례에 걸쳐 실었다. 광고 의존도가 높은 언론시장에서 삼성그룹을 배제하고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일은 편집자나 광고담당자들의 피를 말리는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다. 시사저널의 편집장은 삼성그룹에 대한 특집기사를 쓰면서 자사 광고담당자의 알력을 소개한 일도 있다. 삼성비판하는 기사가 나가면 광고수주가 줄어든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고백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겨례 신문>이 삼성그룹의 독점적 지위에 대하여 기사를 내보낸 점에 박수를 보낸다. 기사가 전하 듯이 삼성그룹이 국가에 공헌하는 이익 때문에 정부기관도 '설설' 대는 정도를 넘었다. 노무현 정부는 재벌에 대하여 그 어느 정부보다 강경한 개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현재까지 기대에 미치기는커녕 오히려 친재벌적인 양상을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이중국적과 아들 병역문제로 도덕, 윤리적으로 비판받은 진대제 씨를 정통부 장관에 앉히는 것을 관철했다. 그즈음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경제연구소의 두툼한 자료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까지 움직이는 실세가 삼성그룹 회장이다. 전경련에서도 그의 지위는 회장보다도 우위에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전경련이 현승관 부회장 체제가 되면서 친 삼성그룹 쪽인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정관계의 최고급 정보를 삼성그룹이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알만한 이든 다 아는 바다.


삼성의 영향력은 강하나 공익성은 약해

삼성그룹의 막강한 영향력은 스포츠 부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김응룡을 영입해서 한국시리즈를 재패한 것은 삼성그룹이 주는 이미지를 퇴색시키는데 일조했다. 박세리를 대표로 하는 골프, 이봉주를 내세우는 마라톤 같은 개인 중심의 제일주의를 넘어선 단체가 제일주의를 달성한 쾌거를 삼성라이온스가 해냈다. 삼성의 막강한 자본은 선동열과 차범근 같은 내노라하는 왕년의 스타를 영입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은 삼성그룹의 홍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거리를 무심코 지나다가도, 텔레비전과 언론, 잡지, 레저, 음식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삼성의 집요한 광고를 접한다. 한마디로 대단한 회사다.
삼성그룹이 내세운 1위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제일주의의 경영은 한국의 성장주의와 맞물려 탁월한 열매를 거두었다. 1위가 되기 위해선 누군가를 밟아야한다. 물리쳐야한다. 흔히 듣는 예로 ‘아프리카의 산양은 사자보다 더 일찍 일어나 토끼를 잡아 먹어야한다. 아프리카의 사자는 산양보다 먼저 일어나거나 더 빨리 달려 산양을 잡아 먹어야한다.’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재벌이나 사업을 하는 모든 이들은 부지런해야 한다. 약육강식이 자리한 전쟁터가 자본주의 아니던가.
그렇지만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동물세계에서는 먹고나면 쉬는 사이클이 존재하지만 기업은 쉬면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기술을 더 개발하고 앞서가야 하는 피곤함과 긴장이 존재한다. 거기서 1등을 하거나 지키려면 정당한 방법으로만 살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삼성그룹을 향해 기업윤리를 말하는 것은 어리석음에 가깝다. 오직 1등이 선한 것이다. 1등이 되기 위하여 약자는 버려야한다. 보호할 필요가 없다. 잘난 놈만 대우하고, 잘난 놈 본받으라고 소리치면 된다. 이 토대 위에 악명 높은 인사고과로 직원을 선별하여 대우한다. 꼴등의 몫을 1등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삼성의 이러한 경영 방식은 정상만을 보게하여 타기업이나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원성을 사는 일이 적지 않았다. 영향력은 커졌지만 커진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놓아가는 것은 삼성의 공익성 결여 까닭이다.


무노조와 천재론

근자에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이런 바탕 위에서 선대 이병철 씨가 경영이념으로 내세운 인재제일을 넘어선 ‘천재론’을 주장했다. 그래서 삼성그룹엔 노동조합이 설 자리가 없는지도 모른다. 1등은 협력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 이병철 씨와 이건희 회장이 내세운 인재든 천재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전형적인 인물상이다. 삼성그룹은 이 사회에 육체의 질병을 이루는 암보다 더 나쁜 사회적인 질병의 요체인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양산하는데 일조하였다. 일류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연예인을 좇아서 열광하는 일부 십대들과 같이 한국사회가 ‘삼성맨’에게 보내준 호의에서 알게 모르게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물질주의에 젖게하는데 일조하였다.
얼마 전에 5천억원의 자본으로 장학재단을 세운다는 발표도 기실 기업윤리에 입각한 순수 자선형 복지기금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이기적긴 기업형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포석 같다. 또 천재론을 현실화하려는 투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의도는 후계과정에서 빚어진 이재용 씨 상속재산 탈세와 관련한 위장 전술이다. 돈으로 선을 사려는 일도 무모한 일이지만 은폐나 물타기는 오히려 더 악한 것이다.
삼성그룹이 강한 것과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은 별개의 개념이다. 기업은 이윤을 남김이 최고의 가치다. 삼성그룹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상은 이제 개인의 소유를 넘어서 국가의 이익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그렇다면 국민이 자랑스러워 하는 기업이 되어야 하고, 소유자도 그런 인식에서 경영을 해야 한다. 공기업은 아니어도 영향력 못지않은 공익성이 있어야 한다. 삼성그룹은 이점에 있어서 거리가 멀다. 우선 노조가 인정되지 않는 기업이다. ‘노조 없이도 얼마든지 일류 기업이 되지 않느냐.’ 그래서 삼성그룹이 갖는 위상과 이룬 성과 그리고 업적은 기업총수의 결단력과 감각적인 경영 리더십의 결과라고 귀결되고 만다. 구성원들의 노고는 설 자리가 없다.


직원들도 노조의 필요성에 눈뜨기 시작

최근에 참여연대의 김상조 소장이 사이버참여연대에 올린 '삼성의 미래가 걱정된다' 글에 보면, 삼성그룹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지적이 눈에 띤다.
그는 “삼성그룹 조직에 남은 마지막 하나의 문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지배구조다. 쉽게 말하면, 총수 패밀리의 재산 및 지배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그룹 내의 그 누구도(!)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의사결정구조의 경직성과 폐쇄성이 그것이다”를 지적한다. 그 예로써 삼성생명 상장의 문제와 13년간 유예된 자산재평가세 납부 문제, 이건희 회장의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문제, 이재용 씨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문제 등을 들고 있다.
필자는 이런 문제들의 근원은 무노조 경영원칙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본다. 노총조차도 관철시켜주지 못한 삼성프라자의 노조설립 기도를 무력화시킨 무노조 경영 원칙의 힘은 결국 김 소장의 지적대로 독선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는 천재다. 천재만이 천재를 뽑을 수 있다. 천재론을 내세울 만큼 충만한 자신감은 그가 천재임을 은근히 과시하고자함이며, 선친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하는 몸부림일 수도 있지만 누구도 그에게 천재가 기업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주체임을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노조 신화가 낳은 병폐다.
현직 삼성그룹의 모 과장도 “삼성은 천재가 이끄는 기업이 아니라 시스템이 기업을 만든다”고 말한다. 20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두가지 얼굴로 살아남았는데, 이제 하급자를 평가해야하는 위치에서 그 자신도 자신처럼 두가지 얼굴로 처신하는 자가 있을까봐 두렵다고 한다. 직원 개인의 이런 고민은 확대하면 삼성그룹의 두얼굴이다. 비단 SK그룹만 비자금을 제공하였다고 여길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삼성그룹이 정상에 서기까지 정권에 혜택이 얼마나 지대했는지의 단적인 예가 반도체 공장이다. 기업을 이루는 구성원인 직원이 두가지 얼굴로 살아야하는 위법, 반윤리적인 기업운영으로 1등만 달성하면 된다는 식의 경영은 이제 누군가 노조를 만들어 주었으면 싶다는 의식의 변화를 갖게 한다고 한다.무노조는 구조조정 앞에 선 이들에게 바람막이도 없음을 실감시켜 주었다는 것도 개인적인 위기를 상승케 했다고 한다.


노동자를 파트너로 인정해야

21세기 치열한 기업환경에서 삼성그룹이 돌파구를 찾는 일은 천재론이 아니라 노사협력 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노사협의회 같은 어용 아닌 노조 말이다. 두세 명만 모여도 감시하는 그런 비인간적인 불신을 걷어내고 노동자를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말이다. 이건희 회장이 우수한 기업가 일지언정 천재는 아니다. 그 아들 이재용 씨도 더욱 그렇다. 기업은 천재가 필요하겠지만 일인 지배, 일인 의존도, 일인의 아이디어는 한정적이다. 천재론이 삼성그룹 전체에 확대되어 현장까지 미치지 않는 것 같다. 현재 삼성그룹의 조직 시스템은 '팀제'가핵심이다. 이 조직은 시스템이다. 이것을 최고경영자가 깨려하고 있다. 그룹 총수의 독자적인 결정 구조는 삼성그룹에 근무하는 이들에겐 자신감을 주기보다는 이 그룹에서 도태된 뒤에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한다. 이미 조직을 떠난 이들이 주는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설령 천재가 지배하는 기업이라도 협력없이 혼자 어떻게 일을 추진한다는 말인가. 세종대왕도 집현전 학사들을 파트너로 인정하였다. 세종은 가도 그들은 남는 법이다. 강자만 살아 남는 세상은 없다. 약자가 있어야 강자가 있기 때문이다. 도를 떠난 유아독존적 해석은 결국 자신조차 파멸시킨다. 상성그룹의 천재론이 주는 의미는 그만큼 경영환경이 살벌한 경쟁구조임을 절감케 하지만, 기업 내부에 있는 자들에겐 의욕을 꺾는 말이다.


천재라면 노조를 인정한다

삼성그룹이 노동조합을 세우려는 이들을 더 이상 탄압하지 말기 바란다. 빨갱이로 내몰지 말라. 군부독재 시절에 군화발은 몇 년 동안 민중을 밟을 수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삼성공화국도 현재의 독선 구조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공화국이라는 비아냥 속에서 천재론까지 관철시키려 든다면, 독재자가 독재를 영구화 하겠다는 의도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노동자의 몫과 업적을 독차지 하지 말고 나누기 바란다. 노동조합이 없어서 다른 기업에 비하여 경쟁에 수훨했던 점을 인정하여 상속하지 말고, 직원과 국민에게 환원하는 결단을 하기 바란다. 모든 기업이 삼성그룹을 벤취마킹 대상으로 하는 현실이라지만, 삼성그룹은 노사관계에 있어서만은 적어도 LG그룹에게 배워야 할 것 같다. 삼성그룹은 돈으로 선을 사려는 눈가리식의 복지에서 벗어나 한국내 1위 그룹에 걸맞는 분배와 나눔을 실천하여, 이익에 눈먼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바꿔가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제일주의를 달성하는 것이야 말로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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