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중 에피소드 3(독감 중 촬영)
촬영 중 에피소드 3(독감 중 촬영)
  • 구현정
  • 승인 2004.03.26 22:5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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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 에피소드 3(독감 중 촬영)


취중 촬영은 들어봤어도 독감 중 촬영이란 말은 아마도 낯설 것이다.
지난주에 이어 금주까지 2주에 걸쳐 지독한 독감에 시달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어지간하면 약을 먹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자꾸 약의 힘을 빌리면 내성이 약해질 것 같아 그저 끙끙 앓는다.
지난주엔 대단한 편이 아니라 숙면과 배 즙(배 +꿀)으로 이겨 낼 수 있었다.
월요일을 거쳐 화요일에 기어이 지독한 독감 증상이 서서히나타나기 시작했다.
파카를 입어도 감당할 수 없는 오한과마디 마디가 욱씬 욱씬 쑤셔 오는가 하면 목소린 누가 들어도 뭔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이 쉬었다.
이번 아이템은 장미 댄싱팀이라고 입양아들과 양부모가 함께 한국을 방문해서 전통 무용을 배우고 나중에 미혼모와 장애우 앞에서 배운 춤사위를 선보인다는 내용이다.
아이템이 일찍부터 움직여야 하는것으로 주말 근무에 이어 월요일 6시 50분 출근, 화요일 7시 10분 출근, 수요일 7시 30분 출근 연이은 조출(조기출근)과 당출(당일 출장)로 독감으로 약해져 있던 몸이 기여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수요일도 이른 아침부터평택으로 당출을 가고있는데 손목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여차하면 실수 할가 싶어 삼각대를 주로 써야 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몽롱한 상태로 실려 갔다.
사실 다른 VJ와 바꾸고 싶었지만 이번주는 아이템이 넘쳐서 그런지 대체 할인력이 없었다.
평택의 동방 학교에 도착하면서 난 우리가 약물이라 칭하는 피로 회복제를사먹었다.
분리되 있는 정신과 육체를 합일 시키고자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촬영장엔 우리 뿐만 아니라 MBC 화제집중팀과 케이블에서 와 있었다.
촬영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속과 몸속에선 식은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그래도 이번 촬영을 놓치면 않되는 상황이기에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그만 카메라를 떨어뜨린것이다.
무대 쪽 촬영을 마치고 객석의 반응을 찍으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중심을 잃으면서 카메라를 놓친 것이다.
손에서 벗어난 카메라가 공중에 뿡∼ 떠나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지만 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저 "아 카메라가 떨어진다"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 내 몸이나 내 손은 마네킹 인형처럼 꼼짝 하지 않았다.
공중을 날아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는 라이트(조명)와 와이어리스(무선마이크) 그리고 몸체로 따로 분리가 되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함께 나간 기자와 작가는 너무 놀라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 쪽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정작 나는 상황이 어떤 상황 인줄 알면서도 그저 초점을 잃은 눈으로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자와 작가가 깨진 조명과 마이크를 집어 들었을 때서야 난 제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괜찮아요" 이 짧은 한마디만 하고 난 쭈그리고 앉아 다시 조립에 들어갔다.
다행히 카메란 제대로 작동이 됐다
함께 간 작가는 "언니 지금까지 카메라 떨어 뜨린적 없잖아"하며 걱정의 말을 했다.
그리고 장소 이동을 해서 용인 민속촌으로 갔다.
사실 촬영중엔 취재원을 쫓아 다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담아야 하는데 내 상태는 10대의 그녀들을 쫓아 다니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름길로 가서 미리 기다리고 있다 민속촌 간지(분위기)만 내려고 촬영에 들어갔다.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올려 놓는 순간 그만 카메라가 또 떨어진 것이다.
다행이 이번에 내 팔을 거쳐 떨어지는 걸 기자가 잡았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있던 손바닥에 카메라가 미끄러 진것이다.
그후 한시간 가량 촬영은 더 이어졌다.
이아들의 민속촌 구경하는 모습과 전통 놀이하는 모습 그리고 인터뷰..
촬영중 내내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이 절실했다.
솔직히 어떻게 찍었는지 어떻게 실려 왔는지 기억이 안 났다.
방송국에 도착하자 마자 컴버팅도 하지 않고 장비만 내려 놓고 집으로 왔다.
자기 관리를 못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함께 나간 기자와 작가에게도 미안했다.
기자나 작가가 성품이 착하고 사람을 잘 배려하는 사람이어서 그렇지 까다롭고 말 많은 기자나 작가와 나갔으면 아마 곱으로 더 힘들었을 것이다.
목요일 하루 푹 쉬고 출근을 해서 그런지 몸이 많이 개운해 졌다.
취중 촬영보다 더한 독감 중 촬영은 이번으로 끝을 내려 한다.
누구 말마따나 몸 둥이 하나로 먹고사는 직업이기에 체력관리를 정말 잘해야 겠다.
지독한 이번 독감.... 아 이젠 정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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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당 2004-03-26 22:51:27
빨리 쾌유되길 빕니다. 감기에는 각탕(뜨거운 물에 발만 담그고 이불 뒤집어 쓰고 땀흘리는 일)이 최고인데...

구현정 2004-03-26 22:51:27
아직 다 낳지 않았으니 한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 감 2004-03-26 22:51:27
아프지마세요.. 정말 아프지 마세요

구현정 2004-03-26 22:51:27
덩치는 산 만한데 잔병치레를 많이하네요 아프지 말아야지요 ..걱정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