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의 전망과 과제 - 한국의 역할을 중심으로
2차 6자회담의 전망과 과제 - 한국의 역할을 중심으로
  • 정욱식대표
  • 승인 2004.02.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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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6자회담의 전망과 과제
- 한국의 역할을 중심으로 -


1. 들어가며

작년 8월말 1차 6자회담이후 6개월만에 2차 회담이 열리게 됐다. 이로써 길게는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짧게는 2002년 10월 북핵 파문이 불거진 이후 지속되어온 한반도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근본적으로 6자회담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상처가 곪아터지기 전에 봉합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6자회담의 실패나 지체는 그만큼 위기의 크기를 더해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각국 정부 관계자들조차 이번 6자회담에서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회담 발표 직후 6자회담의 한국측 대표인 이수혁 차관보는 "회담에서 큰 기대는 못하더라도 무엇이 각국들 주장이라는 것은 분명하게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러시아의 대표인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역시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북미간의 입장 차이가 아직 너무 크다"며, 이번 회담에서 "특별한 돌파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핵심적인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은 기존의 입장을 대체로 고수하면서 상대방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반응과 전망을 종합할 때, 2차 6자회담도 이렇다할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2차 6자회담의 결과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 노무현 정부는 "최소한 이번 6자회담에서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겠다"는 단호한 각오로 회담에 임할 필요가 있다. ‘문제 해결의 가닥'이란 북한이 제안한 "동결 대 보상"과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프로그램 폐기"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과, 최근 첨예한 문제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 의혹에 대한 북미 양측의 시각 차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1차 회담에서 논의된 공동합의문 발표와 6자회담의 정례화, 그리고 워킹 그룹 구성에 합의하면 핵문제는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가 ‘한미공조’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중재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갖출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의 적극적인 자세와 미국 측의 미묘한 입장 변화, 그리고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 등을 종합할 때 이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2. 새로운 한미공조의 방향 : ‘편승’에서 ‘견인’으로

먼저 노무현 정부는 구체적인 제안을 꺼려하면서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정보 조작으로 궁지에 몰린 부시 행정부로서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체면을 살릴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되면 대북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최근 들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진전이 있다”며 문제 해결의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감’을 덜어내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부시 행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외교적 진전”은 다른 맥락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즉, 북핵 문제가 북-미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핵개발 카드를 가지고 국제사회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라는 홍보에 집중해온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인 중국, 러시아, 남한, 일본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제거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는 점을 “외교적 진전”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6자회담을 대북한 다자 압박 구도로 접근해온 기존의 관성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처한 안팎의 상황은 이러한 접근법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 핵문제 해결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는 맥락 속에는 부시 행정부가 대북한 인센티브 제공을 포함해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요구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성의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을 경우, 부시 행정부가 원하는 다자간 압박구도가 쉽게 마련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또한 ‘이라크 침공’의 주역들이 이라크 유혈사태의 장기화와 대량살상무기 정보 조작 혐의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미국 대외정책의 강경파들이 이라크 문제에 발목이 잡힘으로써 북한에 눈을 돌릴 여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에 따라 상대적인 온건파인 국무부가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민주당 후보 진영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문제삼고 있는 것도 대선을 앞둔 부시 행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부시 행정부는 취임이후 처음으로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강경기조를 계속 살려나갈 것인지, 아니면 좀더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면서 ‘체면을 세워주는 탈출구(face-saving exit)'를 모색할 것인지 중대한 분수령에 서게 된 것이다. 이는 미국 강경파의 위세에 눌려 그 동안 ‘대미 편승’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노무현 정부의 한미공조 접근틀도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한미공조의 기조는 ‘편승’에서 ‘견인’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시 행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데, 설득 근거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제네바 합의와 관련된 부분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 체결된 제네바 합의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는 '최대 외교 업적'으로 보고 있는 반면에 부시 행정부는 ‘최대의 치욕'으로 간주해왔다. 이에 따라 제네바 합의를 대체할 새로운 합의문을 6자회담을 통해 도출할 경우 부시 행정부는 이를 외교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된다. 물론 새로운 합의문에는 부시 행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가 포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도 2차 회담에 미국이 유연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북핵 문제 해결 방식이 부시 행정부가 원한 것처럼 '다자간 회담'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핵문제가 미국의 적대정책으로 초래된 사안으로써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3자회담에 이어 6자회담에 임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부시 행정부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부시 행정부가 최근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와 관련해, 이는 기본적으로 양자간의 비밀접촉과 경제제재 해제 등 미국의 인센티브 제공, 그리고 영국, 사우디 아라비아 등 관련 국가들의 중재에 의해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과도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3. 핵심 쟁점과 해결 방안

이처럼 노무현 정부는 이번 2차 회담을 계기로 북-미간의 대결을 해소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미국을 견인하려는 노력과 함께, 핵심 쟁점들을 미리 점검하고 최소한 이들 문제로 인해 판 자체가 깨지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2차 6자회담에서 예상되는 핵심 쟁점으로는 북한이 제안한 “동결 대 보상”에 대한 합의 여부와 구체적인 내용,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의 핵 폐기(CVID)”의 북한 수용 여부,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 6자회담의 궁극적인 목표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일본인 납치 문제, 회담의 정례화 및 워킹 그룹 문제, 유럽연합(EU)의 참여 문제 등도 중요 현안이지만, 이는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먼저 “동결 대 보상”과 관련해 북한은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 중단 △핵실험 및 핵물질 이전 자제 △원자로 가동 중단을 ‘동결 대상’으로 제시했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테러지원국 해제 △정치경제군사적 제재와 봉쇄철회 △중유, 전력 등 에너지 지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처음에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가 최근에는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으로 조금은 유연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이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는 북한이 과거에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 그들에게 다시 무엇인가를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북한이 제안한 '핵동결'에는 흥미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요구한 상응조치는 거부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는 2차 회담에서도 ‘제네바 합의 사문화’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대단히 안타까운 점은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혀 말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남한 정부가 미국 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승주 주미대사가 1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만 동결한다면 이미 과거 합의에 의해 어차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은 못한다는 것이 한미일의 입장"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북한이 플루토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HEU 관련해서도 인정을 하고 폐기 의사를 밝혀야 보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 강경론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부의 이러한 주장은 ‘일방성’에 기초한 것이다. 북한의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 동결이 “과거 합의”, 즉 제네바 합의에 따라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 동결에 대한 보상도 제네바 합의에 따라 이뤄져야 할 ‘상응조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지혜를 짜내야 할 부분은 동결과 보상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북미 양측의 입장을 고려한 ‘가능한 조합’을 만들어 ‘1단계 일괄타결’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노 정부는 북한에게 세 가지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세 가지 제안은 2차 회담에서 궁극적으로는 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이끌어내는 것과, 핵동결 ‘검증’ 방식과 관련해 2002년 12월 31일 추방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재입국을 허용하는 것, 그리고 미사일 실험 및 수출도 중단하겠다는 것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작년 12월 15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이제라도 미국이 우리의 동시일괄타결안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미국이 바라는 핵완전철폐로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고, 북한이 영변에 핵사찰단의 재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미 1차 6자회담 때, 조건만 맞으면 미사일 실험 및 수출 중단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남한이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을 설득하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근거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핵동결과 관련해 또 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북한의 갖고 있다는 ‘핵 억제력’의 문제이다. 북한이 핵동결 의사를 밝히면서 “핵무기를 더 만들지 않으며”라는 표현을 쓴 것은,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더라도 억제력 차원에서 ‘핵무기’나 ‘무기급 플루토늄’은 상당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6자회담의 실패시에는 ‘억제력’ 차원의, 6자회담이 계속 진행되면 ‘협상용’ 및 ‘미국의 약속 이행을 이끌어 낼 담보물’ 차원의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미국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중요한데, 기본적인 방향은 북한으로 하여금 궁극적으로 ‘핵 억제력’ 폐기 의사를 밝히게 하고, 이를 미국이 수용하는 방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북한의 핵, 미사일과 관련된 동결 조치라면, 이에 상응하는 보상조치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테러지원국 해제 △정치경제군사적 제재와 봉쇄철회 △중유, 전력 등 에너지 지원을 제시했다. 이들 가운데 테러지원국과 경제제재 해제 및 에너지 지원은 구체성을 갖고 있는 반면에, 정치․군사적 제재와 봉쇄 철회는 모호하면서도 첨예한 문제라는 점에서 이를 둘러싸고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문제삼을 수 있는 정치․군사적 제재와 봉쇄에는 미국의 선제공격 독트린 및 이를 대북군사작전으로 구체화한 새로운 작전계획(5026, 5030 등),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PSI), 주한미군 전력 증강과 재배치, 핵보유국의 의무 사항인 소극적 안전보장(NSA) 등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를 문제삼으면서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안보 불안감과 미국의 의도를 볼 때 ‘타당성’을 갖는 반면에, 이들 정책은 미국이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전략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을 갖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기실 이들 문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의 근본조건인 미국의 대북한 안전보장과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난제 중의 난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가능한 상응조치들은 과감하게 하되, 어려운 문제는 ‘우회’와 ‘포괄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테러지원국과 경제제재 해제, 그리고 에너지 지원 등 구체적이고 가능한 보상은 이뤄지게 하고, 정치․군사적 제재와 봉쇄의 철회와 관련해 1차 상응조치로 미국측이 제안하고 있는 문서화된 형태의 다자간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북-미, 북-일 수교 수립을 통한 교차승인의 완성 및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대체를 통해 풀어야 할 것이다.

2차 6자회담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또 하나의 문제는 고농축 우라늄(HEU)이라고 할 수 있다. HEU와 관련해 "있고 시인했다"는 미국과 "없고 날조했다"는 북한 사이의 이견이 완화되지 않으면, 2차 회담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말싸움만 하나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라크 WMD 정보 조작 시비로 궁지에 몰린 부시 행정부는 최근 국내외로부터 북한의 HEU 문제까지 왜곡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최근 북한의 HEU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것도 여기에서 더 밀리면 대선을 앞두고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가 2월 3일자 신문에서 "A.Q 칸이 우리의 체면을 세워주었다"는 부시 행정부의 관리 말을 인용보도한 것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칸은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저명한 핵기술자인데, 1990년대 중반 이란, 리비아는 물론이고 북한에도 HEU 관련 기술을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파키스탄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삼아 북한을 강하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고, 북한은 이를 강력 부인하면서 미국의 협상 의지를 문제삼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HEU 문제가 최소한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무현 정부는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에 비해 플루토늄보다 훨씬 뒤에 있는 HEU 때문에 판 자체가 깨지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 1월 미국 의회 및 전문가로 구성된 방북단에게 HEU 의혹 해소를 위한 전문가 회담을 제안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련 국가의 전문가들이 모여 HEU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미국에게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강력하게 요청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에게는 "HEU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의문을 해소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6자회담에서 피력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4. 결론을 대신해서 : 2차 6자회담을 넘어

서두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번 2차 6자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북미 대결은 장기화되거나 파국을 맞이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노무현 정부가 치밀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2차 회담을 준비하고 임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동시에 6자회담을 ‘평화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6자회담 전체를 아우르는 목표와 과정을 세워야 한다. 목표로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미국의 대북한 안전보장이 동시적으로 진행되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위기를 해소하고 △ 핵문제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WMD를 둘러싸고 북미간의 대결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고 △북-미, 북-일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10여년동안 지연되고 있는 교차 승인 구도를 완성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할 수 있는 확고한 토대를 구축하고 △동북아 비핵지대와 다자간 안보협력관계 수립 등 동북아의 공동안보의 토대를 닦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과정으로는 1단계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을 확고히 하면서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2단계로 합의 사항 이행을 통해 관련국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고 6자회담의 정례화를 통해 이를 안정화시키며, 3단계로 6자회담의 최종적인 성과물로 94년 제네바 합의를 대체할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6자회담이 잘 진행되면 ‘평화의 공고화 및 통일 기반 확충’을 위해, 6자회담이 실패하면 ‘한반도 위기 해소’을 위해 남북정상회담도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2004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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