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호) 멸공의 방첩
49호) 멸공의 방첩
  • 임락경
  • 승인 2004.04.06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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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 싶은 노래]

멸공의 방첩


1.자유천지 평화의 성벽을 뚫고
생명까지 빼앗는 독사와 같이
도시에도 농촌에도 숨은 스파이
아침저녁 인사도 웃음 소리도
간첩에겐 탄약이 되는 정보다
삼천만을 노예에 철쇠로 얽을
모략전술 부수라 멸공의 방첩

2.자유천지 평화의 성벽을 뚫고
불평불만 죄악속에 헤매는 우리
공장에도 광산에도 숨은 스파이
쓰지못할 기계도 휴지 한 장도
간첩에겐 무기가 되는 정보다
삼천만을 압박에 함정에 넣을
용공전선 부수자 멸공의 방첩


휴전직후 각급학교에서 가르쳤던 노래로서 군가로도 불려졌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배웠었고 휴가 나온 군인들도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그때는 진짜 스파이들이 있었고 간첩들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남한이 자유천지 평화 같았고 북쪽은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공산사회주의였었다.
스파이들이 도시에는 많았지만 농촌에는 별로 없었다. 아침저녁 인사소리도 웃음소리도 스파이들에게는 탄약이나 마찬가지였으나 후에는 그것을 무기삼아 잘못된 정부에서 오히려 인사도 웃음도 통제하게 되었다. 옛날에는 노예제도가 있었는데 전쟁에서 지면 붙들어다 노예를 삼게되고 빚을 지고 못 갚을 때 노예가 되는 수도 있었는데 이 제도는 모두 없어졌다. 그 때 이 노래 지은이는 만약 전쟁에서 지게되면 삼천만 민족이 노예가 되는 줄 알고지은 것 같다.
불평불만이 있어서도 안되지만 잘못된 일에도 불평을 하지 말라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국민들이 불평도 하고 호평도 해야된다. 무슨 일이나 잘하면 좋은 평가가 있어 칭찬도 해야되고 잘못하면 불평도 해야된다. 불평이 없으려면 불평을 받을 짓을 말아야된다.
그 옛날 왕권시대에 써먹었던 말이다. 그때는 왕이 잘하던 못하던 따지지 말고 백성들은 따르고 충성만 하면 다 된 시절에 있었던 말이다. 왕권시절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때도 어진 임금은 백성들을 어버이처럼 섬기었다. 그리고 임금이 직접 나서던지 어사를 시키던지 해서 백성들의 불평이 무엇인지 불만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다녔었다. 더러는 임금이 사복을 입고 서민들 속에 묻혀 생활도 해보기도 했었다. 말하자면 임금이 직접 나서서 스파이가 되어 보았던 것이다.
아침저녁 인사소리를 귀를 기울여야 된다. 그 옛날 아침인사는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로 했었다. 꼭 역적모의도 공작도 밤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자고 나면 애매하고 억울하게 죄를 덮어 씌워 붙들어간 것이다. 밤만 되면 불안하다. 6․25직후에는 더 그랬다. 북에서 왔는지 남에서 왔는지 붙잡아 가면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야 그쪽 편에 유리한 생각을(思想)해야 살아남게 되었다. 조선시대 했던 인사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일제때도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자유당시절 6․25전후 그 인사가 70년대 얼마나 적절한 인사였는지는 70년대를 살아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웃기기는 정치하는 이들이 언제나 웃겨왔다. 물론 다 웃기지는 않는다. 언제나 청렴결백한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들 때문에 정부나 국가가 유지해왔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고 웃기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그 때마다 적절하게 잘 웃어야지 잘못해서 비웃음이 발각되면 그대로 붙들려가서 고문당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낙인 찍히고 살아가는데 괴롭고 한평생 의심스러운 생각하는 사람으로(思想家) 조사대상이 되고 만다. 나도 잘못 웃다가 70년대 80년대 곤욕을 많이 치루었다. 이제는 맘놓고 인사하고 맘놓고 웃을 수 있어 다행이다.
휴지 한 장 요즘 말로 메모지 한 장, 이 휴지 한 장에 죽고 살았다. 휴지 한 장이 간첩에게 무기가 되는 정보였는데 그 휴지 한 장이 70년대 정보부 요원들에게는 큰 무기가 되었다. 이 휴지 한 장으로 삼천만을 압박하고 함정에 넣었었다.
일기를 맘놓고 못쓰는 시절을 살아왔었다. 나는 그래도 일기장만은 수사대상에서 제외될 줄 알았었다. 그래도 혹시나하고 일기를 쓸 때 유신정권 비판하지 않은 덕에 몇 십년 썼던 일기장이 남산 모 기관까지 가져갔으나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 노래를 어릴 적부터 배워 불렀기에 휴지 한 장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루었는지 휴지 한 장 때문에 곤욕을 치루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제는 휴지는 휴지통에 맘놓고 버릴 수 있어야지 휴지조각 하나 버릴 때 불안한 생각 갖고 사는 사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간첩제조창이 없어지니 간첩도 없다. 그래도 이 휴지조각이 죄가 될까봐 불안하다.[임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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