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호> 예비군가
56호> 예비군가
  • 임락경
  • 승인 2004.07.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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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가


1.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직장마다 피가 끓어 드높은 사기
총을 들고 건설하며 보람에 산다
우리는 대한의 향토예비군
(후렴)나오라 붉은 무리 침략자들아
예비군 가는 곳에 승리뿐이다

2. 반공의 투사들이 굳게 뭉쳤다
마을마다 힘찬고동 메아리소리
서로돕는 일터에서 나라 지킨다
우리는 막강한 향토예비군

3.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나라위한 일편단심 뜨거운 핏줄
철통같은 제이전선 힘이 커진다
우리는 무적의향토 예비군

1968년 1월 김신조를 포함한 소대병력이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오다가 자하문 밖에서 경찰과 대치해서 죽었고 김신조가 살아서 이북에 대해 이곳저곳에 강연하러 다녔다. 그 때 나는 군에 복무중이었는데 전방부대 극장 안에서 김신조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북에는 노동적위대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역 28개월만에 제대하고 만약 전쟁이 나게되면 18세부터 40세까지 다시 군인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배웠다. 전쟁이 없는 한 군복무는 끝나는 때였다. 그런데 갑자기 김신조가 내려온 뒤에 군복무 기간을 28개월에서 36개월로 늘렸다. 나또한 제대를 앞두고 있다가 36개월을 채우게 되었다. 2년인 줄 알고 있다가 3년으로 늘어나는 현실을 직접 당했다. 그러다가 제대하니까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었다. 지금은 연중 몇 번 훈련으로 끝났으나 그 때는 마치 군복무 연장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예비군 훈련은 매달 있었고 지역에서 간첩이라도 나타나면 밤낮으로 동원되었다. 어느 곳에서는 2개월 간 연속 동원된 때도 있었다. 나 또한 이곳 전방부대에 예속되어 수시로 동원되었다. 그리고 예비군 훈련수첩이 있어 훈련 때마다 수첩에 도장을 찍어야되고 도장이 찍혀있지 않으면 검문소를 통과할 수 없었다. 또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예비군 수첩을 반납해야 되고 새로운 거주지에서 발행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사는 이곳 중대장이 이유없이 수첩을 발행해주지 않았다. 법에 있지도 않는 전 거주지에 경찰서장 확인을 받아오라는 것이다. 수첩이 없어 출타도 못하고 몇 개월을 보내고 매일 찾아가도 해주지 않더니 점심때가 되어 짜장면을 시켜서 같이 먹고 점심값을 내가 냈더니 그때야 발행해주었다. 그 중대장 이름이 안도연이었다. 지금은 노인이 되어서 처량해보인다.
예비군 수첩에 얽힌 사연 한가지 더 소개하련다. 나보다 나이 좀 더 먹은 친구 박세정씨가 있다. 박(朴)씨 정권 밑에서 세상을 바로 잡고자[世正] 장준하 선생님과 유신체제를 반대하면서 유신헌법이 국회통과 되던 날 단독으로 유신헌법반대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의사당에서 뿌리고 잡혀간 경력이 있는 친구였다. 장준하 선생 국회의원선거 참관인으로 부정선거를 파헤치다가 불순자로 몰려 쫓겨 다녔고 경찰의 수배까지 받게 되었다.
이 친구는 주민등록증도 없고 예비군 훈련도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검문을 잘 피해다녔다. 한번은 제주도에서 예비군수첩에 도장을 확인하고서야 배에 오를 수 있는데 그는 예비군 수첩이 없었다. 경찰은 수첩을 보여달라고 하고 박세정씨는 수첩이 없으니 그냥 통과시켜달라고 하고 실랑이를 하다보니 배 떠날 시간은 지연되고 뒷줄 서있는 이들은 아우성이고 경찰들은 예비군 수첩을 보여주어야 된다고 15분 이상 실랑이를 하다보니 줄 서있는 이들도 배에 먼저 오른 이들도 내려와서 서로 구경하였고 그 재미로 더욱 더 큰소리를 치니 난장판이 되었다. 훈련수첩 보여달라, 못 보여준다. 안 보여주면 통과 못한다. 그러면 보여주어도 괜찮겠느냐 보여줘도 후회 않겠느냐고 시비가 오가고 경찰은 이 양반이 수첩이 있으면서도 안 보여주고 그런다고 빨리 보여주고 배 타라고 하니 박세정씨는 갑자기? 모치(瑁嗤)? 홀랑벗고 경찰 얼굴에다 엉덩이를 추켜드는 것이다. 그리고 항문에 힘을 주었는데 평소 지병인 치질 때문에 똥구멍에서 주먹만한 덩어리가 빨갛게 붉어져 나왔다. 경찰들은 당황하고 놀라서 이것이 무엇이냐고 하니 ‘이것이 바로 예비군 훈련수첩이다. 자고로 현역도 치질이 걸리면 제대가 되는 법인데 예비군이 치질이 있으니 어떻게 훈련을 받느냐. 다른 훈련수첩은 가짜가 많다. 돈 오천원만 주면 수첩 두장 만들어 준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다니는 수첩은 가짜가 많지만 내 똥구멍에 불거진 치질이야말로 진짜 예비군 수첩이다. 그래도 통과 안시키겠냐. 더 보여주어야 확인이 되느냐’고 엎드려 있으니 빨리 옷 입고 배 타라고 해서 배를 탔다고 한다. 그 후로는 배 탈 때마다 예비군 수첩 보여줄거냐고 하면 창피하니 빨리 가시라고 하면서 그 곳 파출소는 언제나 무사통과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무적의 향토예비군 나오라 붉은 치질 뜨거운 핏줄이었다.
아주 신성한 국민의 의무인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고 피해다닌 이러한 못된 국민도 있었다는 이야기다.[임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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