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아계셨쑤? - 미향식당
아직도 살아계셨쑤? - 미향식당
  • 정중한기자
  • 승인 2004.10.15 10: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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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에 추천하고 싶은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를 시작한다. 이름하여 맛있고 멋있는 맛집 코너이다. 맛도 맛이지만 그곳이 사람 냄새가 나는 어울림이 있는 곳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독자들의 추천을 받아 주변의 평판을 들어 본뒤 취재하는 수순을 밟으려고 한다. 독자들께서는 기사를 읽은 소감과 맛집에 대한 평가, 추천하고 싶은 곳을 댓글달기를 이용해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편집자 주>



▲ 광명사거리에서 천왕동방면으로 왼쪽 첫골목에 20년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향식당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뒤 제 자리에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변해있지 않고 오직 변한 것은 나였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흘러가지만 그대로 있고 그대로 있으면서 그 세월과 함께 흘러왔던 것들은 감개가 새로울 따름이다.  
 
 광명시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높이 솟은 건물들과 새로운 건축디자인인냥 멋들어진 건물들이 많아졌다. 음식점도 신세대에 맞춰 퓨전으로 나날이 발전해 가고, 금방 생겼다 금방 사라지는 것이 음식을 먹으면 자연 소화가 되는 것처럼 당연히 받아들여진다. 
 
 이번 맛집에 소개할 곳은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그 제자리로 돌아와 술한잔 할 수 있는 이름마저 정겨운 ‘미향식당’이다. 
 
 광명사거리역에서 천왕동쪽으로 가다 한진아파트 방향 첫 번째 골목으로 고기집들이 즐비해 있는 곳 중에서 차근차근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오래된 집이라 간판부터가 도시를 벗어나야 봄직한 것이다. 촌스럽지만 반갑기도 하다. 



▲ 소머리 수육, 소머리 국밥, 선지해장국 상차림 

 안으로 들어서면 테이블 몇 개에 옹기종기 앉을 수 있는 작은 선술집이다. 하지만 이곳의 고기맛을 보고 간 사람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벽이며 다락이며 이곳의 모든 것이 오래되어 지저분해보이기도 하지만 그 때묻은 세월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며 함께 울고 웃었을 것이다.
 
 이 집은 주메뉴는 소머리국밥과 선지해장국으로 20년동안 손님들의 속을 시원히 풀어주고 있다. 소머리 수육은 정겨운 이들과의 한잔 술에 제격이다.
 소머리국밥은 쇠머리와 사골 및 잡뼈를 가마솥에서 불을 꺼뜨리지 않고 온종일 푹 고아 내고 양지머리에서 우러나온 고소한 국물에 양념을 넣고 고기의 누린 맛을 제거한 것이 특징이다.
 고기를 삶게되면 기름기가 빠져 콜레스테롤을 제거되기 때문에 옛 조상들이 장수비결로 삶은 고기를 권장했다고 한다. 
 


▲ 20년을 한결같은 맛으로 미향식당을 지켜온 전억모 사장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장국과 소머리수육이 나오자 사장님과 소주한잔을 청했다.
 가죽조끼에 청바지를 입은 전억모(65)사장님은 왕년에 종로에서 잘나가는 이발사였다고 한다. 이발기술이 넘버원이었던 사장님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천직으로 생각했던 이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이유는 그 당시 퇴폐(?)이발소가 성행하자 딸만 둘 가진 아버지로서 차마 이발사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후 도시락 사업을 하였는데 한때는 꽤 돈도벌었지만 어음결제 받는 일이 잦아지며다 그일을 접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작한게 지금의 이 작은 식당. 전사장님은 이 일을 즐기며 소박하게 살아가자 결심했다고 한다. 
 
 오래되다보니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다. 15년만에 찾아오는 손님도 있고, “하나도 안 변했네요” “아직도 살아계셨쑤?” 농담하며 반가워하는 손님도 많다. 본지 이승봉편집장이 17년동안 찾아가는 단골집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오랫동안 이 집을 찾는 이유를 묻자, 편집장은 “17년을 다녀도 처음 그 때 맛이나 지금 맛이나 한결같다”며 이유를 짧게 설명한다.
 사장님도 “소를 주문받아서 끓였는데 어느 날 손님들이 냄새가 난다는 거야. 알고보니 수입소더라구. 그래서 직접 독산동 한우집 찾아가서 계약주문을 했지” “끓일 때도 시간조절을 잘해야 하고 재료가 비싸도 들어가야 할 것은 아끼지 않아”라고 말한다.
 소머리국밥 못지않게 자랑할 만한 것이 수육이다. 불필요한 지방이 쏙 빠지도록 푹 삶은 수육은 냉장고에 보관해놓고 팔팔 끓는 물에 잠시 담가 부드럽게 풀어 접시에 곱게 차려낸다.   양념장을 곁들이면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소주와도 너무나 잘 어울려 예로부터 최상의 소주안주로 손꼽혔다. 한우수육은 푹 삶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지만 수입고기는 삶을수록 냄새가 난다. 



▲ 위) 소머리 수육, 아래왼쪽부터) 소머리국밥, 선지해장국

 손님들도 술한잔 마시고 찾아오는 새벽에 많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해장국에 소주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것인지 물었다. 사장님은 “놀면 아프니까 일 할 수 있는데까지 해야지. 운동삼아 하는거야. 그리고, 나 살아있는지 확인하러 오는 손님들 반갑게 맞아야지”하며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얘기한다. 
 
 새로운 음식점을 찾아가면 새것이라는 신선함이 있지만 오래된 음식점은 그 시간속에 깃든 사람들의 손길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미향식당도 그 자리 그 크기로 언제든지 반갑게 맞아줄 것 같은 편안함이 있는 곳이다.      

메뉴

소머리수육(대) 15,000원  (소) 10,000원
소머리 국밥  5,000원
선지 해장국  4,000원

영업시간 오후 5시 ~ 오전 11시
전화: 2689-9936, 010-3951-5767

찾아가는 길




2004. 10. 15 /  정중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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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나 2004-10-18 01:05:04
사장님 인상이 너무 좋으시네요. 새벽에 술한잔하면 가봐야겠습니다. 집도 근처인데...

우일배 2004-11-02 21:19:51
나도 자주 가는 곳인데, 소개되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