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동 탑스터디 학원 남인옥(51세) 씨
하안동 탑스터디 학원 남인옥(51세) 씨
  • 이재길기자
  • 승인 2005.01.26 12: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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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을 계속해 온 무료급식 봉사

사람이 자기 본분을 알고,  겸손하면서도 베풀 줄 아는 심성을 지녔다면 공자가 말한 지천명에 든 것이 아닐까. 인터뷰를 할 만한 것이 없다며 사양하던  남인옥 씨를 만나서 느낀 인상이다. 
남인옥 씨는 3년 전부터 할아버지·할머니 무료급식 봉사를 해 오고 있다. 남 씨가 사회봉사에 관해 관심을 지니게 된 것은 <만남의 집>을 통해서라고 한다. <만남의 집>에서 행하던 무료급식은 남인옥 씨에 의해 남 씨가 다니는 서울남부교회(김용출 목사)에서 국을 담당해 대접하는 것으로 확대된다. 남 씨는 여전도회 회장으로서 중심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봉사자의 일원으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12시에 급식

무료급식은 시민회관과 시민운동장 부근에서 매주 금요일 12시에 어김없이 시행되고 있다. 대상은 주로 60-70대 노인들이며, 노숙자와 실직한 사람까지 포함해  대략 100-120명이 배식 받는다. 이를 위해서 남인옥 씨는 서울 남부교회 여전도회 회원 4, 5명과 함께 오전 9시부터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다가 요리한다. 배식이 끝나고 다 정리되는 시간이 오후 2시이니 거의 한나절을 투자하는 셈이다. 밥은 성공회 광명교회와 대양교회 등이 제공하고 있다.
 배식에도 요령이 있다고 한다. “처음 봉사할 때는 무조건 많이 퍼주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 보니 배식 받는 분들이 서로 앞줄에 서려고 합니다. 뒷줄에 서신 분들이 조금 밖에 못 먹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니까요. 익숙해지니까 전체 인원을 고려할 줄 아는 눈이 열려요.” 급식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은 된장국이라고 한다. 
봉사 곧 남을 위해 베푸는 일엔 뜻하지 않은 은혜로움이 따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과 얼굴이 익숙해진 까닭에 고맙다고 사탕, 땅콩, 건빵 같은 것을 손에 쥐어주는 일이 그렇다. 비록 땅에 떨어진 것도 주어 담아 먹는 부스러기지만 받아먹으면 이심전심이 된다.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 필요
 
“배식을 받고 드시는 분들이 너무 맛있다고 하셔서 더 많이 해드리고 싶은데 사실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나 지금 같은 추운 겨울이나 비가 내릴 때에는 스텐 그릇에 담긴 국이 금방 식어버려 안타깝습니다. 이럴 땐 지붕이 있는 건물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비록 광명시가 현재의 장소를 묵인해 주는 고마움은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예산 지원이나 장소 제공 등의 관심과 지원이 아쉽습니다.” 
가난의 문제는 개인의 봉사 차원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회봉사에는 언제나 봉사자의 한계가 드러나고, 그래서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이 요청되곤 한다.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분배정책에 관하여 적극적이지만 세계경제 자체가 지니는 빈부 양극화 현상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봉사 기관이든 개인이든 분배정책의 연장선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가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숨어서 봉사하는 이들에게 실재적인 도움을 주어 봉사의 발과 손까지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무료급식도 확대되어 심리, 인격 상담과 의료검진 같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무료급식은 먹을거리를 주어 사람을 살게 하지만 사람자체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안 보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늘었구요. 그래서 이들에게도 배식해야 되느냐에 대한 내부 논란이 있었습니다. 저는 누가 먹든지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분들이 왔으면 합니다.”
 남 씨가 더 많이 왔으면 한다고 한 말은 역설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당하는 분들이 많아야 한다는 말로 오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이 무료급식이라는 것을 통해 광명시민들이 참여하는 ‘나눔터’가 되었으면 한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담긴 말이다. 
성경에는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는 말이 있다. 시나 시의회의 지원을 바라기 전에 성당이나 큰 교회들이 나서서 장소나마 제공한다면 자연스럽게 여러 단체와 개인이 협력하게 되면서 나눔터가 되고 자비의 실천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남 씨의 생각이다.
“저는 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봉사요, 또 배식 후 좋아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립니다. 소박하게나마 제자리를 계속 지켜 갈 것입니다.”

 품성과 실력을 중시하는 탑 스터디 학원

남인옥 씨는 부군이 99년에 직장을 정리하고 난 뒤, 함께 하안동에 ‘탑스터디 학원’을 열었다. 남 씨가 교회 선교원 교사로 오랫동안 봉사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탑스터디 학원은 학업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에 각별히 신경 쓴다. 원래 학원이란 말 자체를 싫어했는데 허가 조건이라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는 남 씨는 품성 교육을 유난히 강조했다. 학원운영이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라 사명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저희 학원에 오는 아이들을 특별한 아이들이다 생각합니다. 인연은 소중합니다.” 탑스터디 학원이 행하는 내부적인 일들을 기사화 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형평성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만남의 집> 조명선 씨는 “아주 특별하신 분이세요. 봉사를 참 열심히 하시는 면도 그렇고 특히나 학원을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아이들을 잘 감싸주시고 품어주시면서 남 몰래 좋은 일 많이 하십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탑스터디 학원의 수강 대상은 초·중생이다.
 
더 많이 봉사하고 싶다

 남인옥 씨가 광명에서 산 지 20년이 되었는데, 광명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산다고 한다.  “자기가 선 자리가 최고의 자리이며,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자녀 교육이나 여러 여건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려는 분들에게 하는 당부이다. 남 씨 부부가 진지하게 기도하고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라고 한다. 분명한 것은 더욱 나누고 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남인옥 씨의 이후 삶이 기대된다. 가족은 남편과 1남 1녀와 함께 살고 있다. 

2005. 1. 26 / 이재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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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집 2005-02-18 15:11:10
남인옥원장님.. 봉사를 삶으로여기시는 아름다운모습을 보면서스스로를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그아름다운모습 오랫동안 광명지역에 널리퍼질것이라 기대합니다.

조명선 2005-02-03 13:38:43
남인옥 원장님... 늘 나누면서 겸손한 모습...보고 배우도록 하겠습니다.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기도하는 모든 것들 이루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