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새 대북전략 보도...남북경협에 '빨간불'
, 미 새 대북전략 보도...남북경협에 '빨간불'
  • 정욱식대표
  • 승인 2005.02.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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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대북제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발표되기 수개월 전부터 북한의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들을 개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계획에 관여해온 정보관계자 및 정책결정자들을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14일자 보도한 것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알-카에다에 사용한 방법을 바탕으로 북한의 돈줄을 끊는 방안을 강구해왔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하고 6자회담 불참 의사를 밝히기 훨씬 전부터 마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2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본질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도구 모음'(tool kit)으로 명명된 새로운 대북제재 방안은 마약, 위조지폐, 무기 수출 등을 통해 김정일 정권이 벌어들이고 있는 외화를 추적·동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이 계획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도로 마련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계획의 설계자가 NSC의 대량살상무기 대확산(counter-proliferation) 담당자인 로버트 조지프라는 점이다. 그는 초강경파인 존 볼튼의 뒤를 이어 국무부 국제안보 및 군비통제 담당 차관으로 사실상 내정된 상태이다.

그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초강경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온 볼튼과는 달리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전략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은 14일자 <한겨레> 기고문에서 "볼튼처럼 대담하거나 공공연히 도발적이지 않은 '은밀한' 조정자로서 조지프는 강경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있어 볼튼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은 '계기'

특히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그동안 대북한 압박과 제재를 꺼려온 한국과 중국을 동참시킬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이들 국가들을 본격적으로 설득·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이미 대북 제재에 돌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만 설득하면 미국이 말하는 '대북 압박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 체니 부통령이 남한의 대북 비료지원과 경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북한이 핵 개발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고자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 그것을 차단하려고 한다"고 말해, 북핵 문제 해결 방식으로 북한의 돈줄을 끊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강력히 암시했다.

한편 미국 관리들은 이와 같은 새로운 전략이 김정일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환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추측의 문제"라고 말해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이러한 계획을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부시, 생각보다 깊숙이 개입"

이와 같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 전략과 관련해 미국의 전직 관리가 "부시 대통령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새로운 대북제제 전략에) 훨씬 강도 높게 관여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도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인 혐오감이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에 대한 부시의 개인적인 혐오감은 '피그미', '폭군', '부도덕한 사람' 등의 표현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작년 12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부시에게 "김 위원장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부시는 "좋다.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부시가 과거와 같이 북한에 대한 초강경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꿔서가 아니라 '은밀히'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고 말한 것은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부시는 북한의 경제적 생명줄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보장한 적은 없다"고 이 신문은 강조했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 국무장관을 지냈고 여전히 미국의 대외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제임스 베어커는 13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라고 주장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도 위태로울 듯

이렇듯 부시 행정부가 진작부터 북한의 돈줄을 끊기 위한 새로운 전략들을 마련하고 북한의 핵보유 선언을 계기로 이를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 남북경협도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국도 남북경협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는 경협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 때에도 금강산 관광사업의 중단을 요구한 바 있고, 김대중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자 대북송금 정보를 흘리면서 한국을 압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가 이미 밝힌 것처럼 남북경협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향후 정부의 대북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안 그래도 금강산 관광대금으로 밀린 금액이 5억 2천만 달러에 달해 이 문제의 처리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고, 미국 주도의 전략물자통제체제로 인해 개성공단 사업도 순항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핵보유 선언과 6자회담 불참 의사를 발표하고, 미국이 대북 현금 차단 전략을 본격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이들 사업이 '제2의 경수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욱식/ 2005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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