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초등학교 송광율 교장
도덕초등학교 송광율 교장
  • 이재길기자
  • 승인 2005.04.06 10:5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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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사진 찍을 때 웃는 것이 좀 부자유스런 편인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웃는 송 교장 모습

 도덕초등학교는 1986년에 개교했다. 송광율(58세) 교장은 이 학교 6대 교장이다. 2003년 3월에 부임했다. 3년 전부터 실시한 초빙 교장제에 따라 학부모와 교원들 초빙으로 부임한 것이다. 광명시와 인연은 1992년 광덕초등학교에 발령받아 온 데서 시작됐다. 다음 해, 교감으로 발령 받아 오산 성산초등학교에 갔다가 99년부터 교장으로 발령 받아 온신초등학교, 하안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2001년엔 광명이 마음에 들어 아예 이사 와서 소하동에 거주하고 있다.
 자기 직업에 만족하며 사는 이가 많지 않다고 한다. 사명으로 여기지 못하는 까닭이리라. 그러다 보니 ‘제대로’ 사는 이도 드물다. 부동산 투기한 장관도 그렇고, 박사학위 사다 의사가 된 이들도 그렇고. 교사가 교사답지 못하거나 기자가 기자답지 못하거나 그런 식이다. 제대로 된 이는 누굴까? 윌리엄 딜이 쓴 <월요일을 기다리는 사람>이란 책 제목 대로 종사하는 분야의 일이 즐거워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이가 아닐까. 송 교장에겐 그런 분위기가 완연하다.


교직입문과 가정사

 4남 2녀인 6남매 맏이였던 송 교장.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10% 범위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했다는 실력파. 이름(光律) 대로 법조인이 되고 싶어 법대에 진학하려 했으나 가정형편상 교육대학에 진학한다. 
졸업 후 첫 발령지는 전남 영광의 대마 초등학교. 얼마나 열심히 가르쳤든지 20대 중반에 부장(주임)교사가 되었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선생님’으로 불려진다. 요샛말로 ‘떴다’고 한다. 처녀총각들에게 첫 직장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  근무하다 보니 “중학교 때 친구 여동생이 발령 받아 왔어요.” 이쯤 되면 더 들어보나 마나다. 오빠-동생 하다가 거시기 있잖여.
 5년을 열애하다가 29세에 드디어 가정을 이루었다. “큰 아이는 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인 딸은 대학 3학년 때, 다니던 교회에서 기회를 얻어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교 3학년입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지요. 막내는 단국대 의대에 다니고 있고요.” 교육자 집안에서 자식 잘 키워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여기서 또 놀랄 일이 있다. 부인도 관내 초등학교에 재직 중! 부부교사라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실천하며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자기 개발을 계속 하지 못한 점이다. 부부가 교육대학원(석사)을 마쳤지만 박사 과정을 밟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한다.



▲ 도덕초교 3학년 매 반 고범석 외 아이들

눈높이 교장

 송 교장은 6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얼굴에 주름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 이면엔 부단한 자기 관리가 있었다. “30 초반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요. 이마에 주름이 잡혀 있는 겁니다.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눈을 치켜뜨지 않습니다. 반드시 고개를 드는 거지요.” 이런 정도의 노력으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송 교장이 젊어 보이는 데는 직업정신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그는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고 산다. 그래서 마음이 젊다. 얼굴의 웃음이 해맑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가르치는 어린이들이 자식 같이 사랑스럽다. 그래서 교직을 천직이라고 여긴다. 송 교장은 오전 8시에서 8시 50분까지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직접 맞아준다. 아이들의 키에 맞추어 무릎을 굽힌 채,  악수하고 하이파이브도 한다. 페스탈로치처럼,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참 겸손한 교육자이다.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는 학생들을 불러 물어 보았다. “교장 선생님 어떠셔”라는 질문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와 “교장 선생님 너무 좋아요.” 왜냐고 물으니, “ 친절하셔요”, “밝으셔요”, “친근해요”, “항상 웃으셔요” 등등 거침 없는 존경심이 우러난 칭찬 일색이다. 

 도덕초등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송 교장의 어린이 사랑하는 자상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학생들의 글에 친절하게 덧 글을 다 달아 놓았다. 지행합일이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진회 같은 모임에서 학생을 보호하는 일도 이런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2년 전에도 중학생들이 아이들을 00회 가입권유 하던 일을 대화를 통해 막아 낸 일도 있었다. 
광명교육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라는 코너에도 송 교장에 대한 칭찬이 가장 많이 올라있다. ‘딸아이 아빠’라는 아이디로 들어온 학부모는 횡단보도에서 교통정리 하는 송 교장을 칭찬했다(금년 3월 12일자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합력(合力)에 담긴 교육 철학
 
 송 교장의 경영방침은 “바른 행동 웃으면서 모범보이는 자랑스런 道德人을 길러내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이다. 이를 위해서 학교-학생-교직원-학부모의 연결을 강조한다. 목표를 이루는데 있어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무엇일까? “합력(合力)입니다. 합(合)자의 구조만 보아도 사람들의 입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나타냅니다. 한마음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이해, 양보, 겸손을 서로서로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지요.” 

 그는 합력의 주체를 세 분야로 나누어 설명했다. “교육은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비전을 심는 일입니다. 한국인은 지능이 우수하고, 끈질긴 근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국가 경쟁력입니다. 희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초등학생들은 약해요. 근성이나 인내심 부족이 심각해요. 버릇도 없고, 스스로 무엇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하지 못합니다. 이것을 바로잡아 비전을 심으려면 학교와 교육 당국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정과 연계되어야 실효가 있어요. 가정에서 이이들을 떠받들어 키우면 곤란합니다. 바른 인성을 갖추고 책임과 약속을 잘 지키는 일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서 학부모와 유대에 힘쓴다. 매월 1회 학부모에게 유인물을 보낸다. 그런데 안내장을 보니 글이 상당히 파격적이다. 도대체 공문형식이 아니다. 글 자체가 초등학교 학생들의 분위기가 난다. “처음엔 학부모님들도 당황하시며, 의아해 했답니다.” 안내장 일부를 가져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대체적인 반응이 ‘너무너무 신선하다.’ ‘이 학교로 전학 보내고 싶다.’ ‘시인 같다’ 등임을 보아도 기존의 학교 유인물과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다.

 비전을 강조하는 송 교장의 교육 철학 핵심엔 교사가 자리하고 있다. “선생님들을 존경해 줘야 합니다. 옛날 서당에서 행하던 방식으로 담임선생님을 존경하면 학생들도 당연히 존경하지요. ‘부모님들이 자녀들 앞에서 선생님을 최고 훌륭한 분’이라고 인정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게 됩니다. 비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송 교장의 교사에 대한 배려는 이런 철학의 연장이다. 기자와 만나는 동안에 교사 몇 명이 결재 때문에 들어왔다. 여느 회사의 결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저는 교사를 세워놓고 결재하지 않아요. 교사가 앉으면 앉고, 서면 섭니다. 일단 교사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오면 99.9%는 재가하는 편입니다. 제게 올 때까지 얼마나 고민했겠어요.” 만약 교사가 고민하면 그 스트레스가 학생들에게 전이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기에 그래서 좋을 이유가 없지요. 때문에 그는 가급적이면 교사를 편하게 행복하게 해줘야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진행되는 전인교육은 학생들에게 기초를 든든히 해주고 있습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자주 바뀐다 해도 흔들리지 않아요. 바다의 폭풍도 심연을 흔들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입니다. 이것을 책임진 교사들이니 어찌 중요하지 않겠어요.” 


주 5일 수업의 방향

  주 5일 수업에 대해 물었다. “도덕초교는 2003년부터 2년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주5일 수업제 선도학교로 지정 받아 우선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로 보면 처음 실시할 때만해도 학교에 나와 특활을 하던 학생들이 300여 명이었어요. 올해는 8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주 5일 수업이 정착되어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졸업 후 30년 만에 찾아 온 제자들

 제자들은 졸업 후 중학교 때 가장 많이 찾아온다. 그러다가 40살이 넘고 인생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찾아오곤 한다. 지난 3월 5일에도 30년 만에 제자들 초청을 받아 만났다. 70년대 초에 가르쳤던 제자들이다. 교육장이 임명한 채육주임으로 배드민턴을 지도해 도 대회 준우승을 했다. 그 아이들 중엔 장차 의사가 되어 송 교장의 미간 사이에 난 상처를 수술해 준다던 아이가 있다. 그런데 비전대로 의사가 되었다. 김용식이라는 제자는 라식수술의 권위자라고 한다. 송 교장 자녀들이 태어나는 것을 본 한 제자는 ‘의사가 되어 선생님 손자들 다 받아줄게요’ 하더니 정말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 있다. 송 교장의 제자자랑이 길어졌다. 앞으로도 수많은 제자들이 인생의 비전을 이루어 찾아올 것이다. 
 랄프 에머슨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 존재목적이다’라 했는데, 그런 의미로 본다면, 송 교장은 존재 목적을 이룬 인생이리라.

<덧붙임>
송 교장을 <광명사람>으로 소개하게 된 것은 광명교육청에 문의 -광명에 주소를 두고 가장 오랜 동안 교육에 종사하신 분을 소개해 달라- 후에 이루어졌다. 인터뷰는 3월 31일 오전에 도덕초교 교장실에서 진행된 것을 정리한 것이다.


2005. 4. 6  /  이재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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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주민 2005-04-19 10:24:13
도덕초등학교 바로 옆에 철산9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입니다. 아직 아이는 없어 학교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요...
아침에 아이들 등교길을 웃음으로 지도하시는 도덕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볼때마다...기분이 나빠집니다.

아침에 그 분을 만났다는 것은...제가 회사에 늦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제가 좀 부지런해져서...만날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도...그 웃는 얼굴은 보고 싶네요.
나중에 제가 학교 보낼 아이가 생긴다면...꼭 도덕초등학교에 보내고 싶습니다.

도덕초등학교 옆 사거리에...또 매일 나오셔서...교통지도를 하시는 할아버지도 한분 계신데...그 분도 훌륭하신 분이라...취재 부탁드립니다. 그분도 제가 뵌 것만 5년이상 하신 것 같습니다.

천도화 2005-04-14 19:18:30
언제나 해맑으신 미소로 천사들을 만나시는 교장선생님!!
언젠가 아침 학교정문에서 함박웃으시며~ 천사들을 기다리시는
선생님의 손에는 행복이 가득 넘쳐났답니다~~
멋진 교장선생님~^*^~언제까지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선구자가
되어주십시요~~

현 웅 2005-04-13 09:52:41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기쁨이 있고 웃음이 넘치며
비전을 향해 힘차게 노력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갈
터전을 만들어 주시는 송교장님과 같은 교육자가 있기에
대한민국의 교육은 날로 발전하리라 기대됩니다.
송교장선생님 훌륭하십니다. 존경합니다. 광명의 영광입니다.

오버란 2005-04-07 00:08:56
학교에서 보냈다는 가정통신문을 보고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은사람중에 한 사람입니다!! 교장 선생님 정말 멋지십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행복한 미소가 그냥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