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는 KBS, 반성없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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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안티조선
  • 승인 2003.07.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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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는 KBS, 반성없는 조선일보


7월 1일자 조선일보 아침논단에는 '5년마다 반성문 쓰는 KBS'라는 제목으로 문학평론가 박철화 씨의 칼럼이 실렸다. 지난 토요일에 첫 방송된 '미디어 포커스'를 보고 느낀 소회를 적은 이 글은 사실상 조선일보에 되돌려져야 할 글이다.
필자의 말대로 5공, 6공 군부독재하에서 방송과 신문 중에서 누가 더 권력의 나팔수 노릇에 충실했는가를 따지는 것이 부질없는 짓이라고 치자. 그러나 그런 자신들의 행태에 대해 조선일보는 반성문을 쓰기는커녕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토로해 본 적이 없다. 일제하에서는 황국신민된 자의 도리를 외치고 군부독재하에서는 광주를 '폭도의 도시'로 매도했던 조선일보가 이제는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고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KBS를 비아냥거린다.
최근 조선일보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일종의 불안감의 표출로 읽힌다. 신임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묵은 색깔공세와 병역시비, 정 사장 취임 이전에 이미 결정되었던 인물현대사 신설과 문성근씨의 사회자 선정 등에 대한 이념공세는 사실상 변화된 KBS가 몰고 올 여론 주도 기능의 재편을 염두에 둔 선제 타격 성격이 강한 움직임이다. 조간인 조선일보가 만들어 놓은 의제를 저녁뉴스시간에 거의 무비판적으로 확대 재생산해내던 얌전한 KBS를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KBS는 두 개 채널의 편성상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불평등하고 소외된, 따라서 여론 조명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했던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을 비추는 시사프로그램의 운영도 시도할 것이다. 앞으로 조선일보가 기대할 수 있는 의제의 확대 재생산은 자사 편집국장 출신이 대표가 된 한나라당과의 '주고 받기식' 핑퐁게임 뿐이다.
이번에 불거져 나온 소위 '방송개혁안'은 그러한 조선과 한나라의 여론시장에서의 핑퐁게임 운영방식을 보여주는 전형이었다. 여론시장에서의 독과점 지위에 타격을 입게될 조선의 불안감을 미리 포착한 한나라당은 사실상 '2TV, MBC 민영화'가 핵심인 방송개혁안을 발표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수신료 폐지나 MBC 감사원 감사 추진 따위의 안을 냈으나 그 안들은 그 자체로서 모순된 주장이다.
MBC의 경우 민영화와 감사원 감사는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이다. 소유구조를 민영화해서 시장 기능에 맡긴다면서 무슨 근거로 감사원 감사를 한단 말인가? 반대로 국세청 감사에도 회사가 망할 지경인 조중동에게 감사원 감사를 실시한다면 과연 그네들은 순순히 받아들일 것인가? 민간기업에게 감사원 감사를 한다는 황당개그 수준의 주장이다. 또한 KBS의 경우에도 2TV를 족벌자본에게 팔아 넘기면서 수신료는 폐지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1TV와 해외동포방송, 장애인 방송 등은 뭘 가지고 운영하란 말인가? 그야말로 공영방송 말살음모다. 광고도 하지 마라, 수신료도 폐지하라, 게다가 2TV는 족벌(신문)자본에게 불하하라!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1TV 없애라는 주장만 안했지 거의 막가파 수준이다. 사실 이번의 발표는 그동안 사용자 연구단체들이 그때그때 발표한 아이디어 수준의 안을 황급히 끌어 모아 뱉어낸 것이다. 그러니 조선을 제외한 보수신문들 조차도 그 아이디어의 천박함에 대해서 한마디씩 충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직 조선일보만은 그 주장의 최소한의 논리적 완결성에 대한 검토도 외면한 채 한나라당의 주장을 되새김질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남들이 다 잠든 밤에도 홀로 깨어 무엇인가를 만지작거리는 신문 조선일보! 그들이 그토록 아쉬워하며 놓지 못하는 것이 '죽은 자식 불알'임을 언제나 깨달을까!

김영삼 (KBS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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