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갖춘 스승 얻기도 어렵지만
인격 갖춘 스승 얻기도 어렵지만
  • 박석무소장
  • 승인 2005.11.1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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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은 시끄러운 일도 너무 많습니다. 안기부 도청문제로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고, 쌀 수입을 늘리느냐 줄이느냐의 비준 문제도 조용해지지 않는데, 교원평가 문제도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도청 문제야 법을 어기고 인권을 유린한 일이어서 법대로 처리하면 끝나겠지만 쌀의 문제와 교원평가 문제는 당사자 입장이 얽힌 국가적 현안 문제여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나라의 농업이나 농민을 생각해보면 마냥 쌀 수입의 개방을 늘릴 수만은 없고, 다른 교역(交易)을 생각하면 그냥 두고만 있을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교원평가 문제는 원칙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산의 저서 『이담속찬(耳談續纂)』이라는 책은 세상에 떠도는 많은 속담을 모아 엮어놓은 책입니다. 우리나라의 속담도 많으나, 중국의 속담까지 모아놓아 ‘속담대사전’이라고나 할까요. 그 책 속에는 중국 속담으로, “경서(經書)를 가르치는 스승은 얻기 쉬우나, 인품이 뛰어나 인간을 가르칠만한 스승은 얻기 어렵다”(經師易得 人師難得)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다산은 이 부분의 설명을 부연하여 “문장의 구절은 통달하기 쉬우나, 덕행(德行)의 모범을 보이기는 어렵다”(章句易通 德行難作模楷)라고 하였습니다.

경서를 해석하고 풀이하는 일이나 문장의 구절을 이해하는 스승은 얻기도 쉽지만, 아울러 그 점을 평가하기도 어렵지 않다는 다산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인품이나 덕행이 뛰어난 스승은 구하기도 어렵지만, 그 점을 평가하기도 정말로 어려운 일임을 다산은 더 강력히 주장하였다고 여겨집니다.

교원을 평가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주장, 그 누가 반대하고 거부하겠습니까마는 구하기도 어렵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인격과 덕행의 문제를 묵살하고 접근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격과 덕행을 제대로 평가하는 그런 고도의 평가술이 개발된다면 교원평가는 참교육이 살아나는 길임을 속담을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가술의 개발 없는 교원평가, 실(實)을 거둘 수 있을까요?

2005. 11. 17  /  박석무(다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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