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생활의 발견' 38년 자전거 수리 인생, 장석종 사장을 찾았다.
이 사람> '생활의 발견' 38년 자전거 수리 인생, 장석종 사장을 찾았다.
  • 강찬호기자
  • 승인 2006.04.05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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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을 깊게 파는 사람들을 일컬어 장인이라고 부른다. 철산3동에서 자전거 수리만 28년째 하는 이가 있다. 그것도 4평 남짓한 공간에서. 철산자전거수리점을 운영하는 장석종 사장(54)이 그다. 
자전거 수리점이라고 하지만, 4평 공간이니, 밖으로 알려지기는 쉽지 않다. 골목길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자전거수리점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하면, 해볼만하다고 하는데, 문제는 돈이라고 한다. 작은 공간을 떠나지 못하고, 28년째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돈이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보니, 날 때부터 돈이 없었던 장 사장은 번듯한 점포를 가질 수 가 없었다고 한다. 점포에서의 일상에 대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라고 말한다. 

돈이 없어, 평생 4평 공간에서 자전거 수리. 

장석종씨가 자전거 수리 일을 시작한 것은 ‘68년도다. 16살 때다. 다른 곳에서 자전거 수리일을 하다, 철산동에서 수리점을 시작하였다. 광명시가 정식으로 개청을 하기 전인 ‘78년도다. 시흥군 서면 철산리 시절이다. 자전거도 자전거지만, 광명시의 산 증인이다. 철산동 일대 옛 지명이름들이 자연스레 나온다. 벌말, 쇠머리,.. 광명에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고 있는데, 세월이 금방이란다. 당시 광명시는 허허 벌판에, 논·답이 많았다. 이때는 독점이었다고 말한다.(웃음) 시가 개청을 하고, 구로공단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했다. 그러나 아파트가 들어서고 오토바이가 붐을 이루기도하면서 자전거 이용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장석종씨가 자전거와 인연이 닿은 것은 부친 때부터다. 부친 역시 자전거 수리를 했다. 일제 때다. 2대를 이어온 일이기에, 군대 가있는 아들에게 이일을 물려주고 싶은 것이 장 사장의 마음이다. 아들이 대학에 가기를 바랐지만,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광명공고를 나와 군대에 가있는데, 아버지 일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이어지면, 3대째 자전거 수리 일이 이어지는 것이다. 
장석종씨나, 아들이나 광명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곳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현재 광명시에 수리점이나 판매점이 있는 곳은 대여섯 곳. 판매만 하는 곳도 있고, 수리를 겸하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 수리점은 여름과 가을이 성수기다.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는 비수기다. 자전거 이용이 줄기 때문이다. 장석종씨의 수리점이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고, 규모 역시 작은데, 그래도 이를 유지하는 것은 장석종 사장의 실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기술 좋다’는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것이다. 단골은 물론이다. 

아들이 바통 이으면, 3대로 이어지는 자전거 수리 

장인의 요건. 글쎄. 우선 실력이다. 그리고 일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장석종씨의 실력! 자전거 수리만 38년이다. 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정도면 실력에 대해 의문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래도 조금 엿보자. 장 사장도 처음 기술을 배울 때는 남달랐다. 부친에게서 기본만 배우고, 서울로 올라왔다. 남 밑에서 혼나가며 배웠다. 밤에 혼자서 신문지를 깔고, 해체와 조립을 반복했다. 그렇게 배운 실력이다. 
원칙도 있다. 수리에 있어 남달라야 한다. 소위 경쟁력이다. 장 사장의 경쟁력은 신속함과 정확함이다. 남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해내는 능력이다. 자전거 부속만 해도 5백여개. 해체와 조립의 반복을 통해 배운 실력이니, 문제가 있어 자전거를 가지고 오면, 탁 보면 안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을 먼저 파악하고, 그 순서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고 한다. 장인의 안목인 것이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장 사장은 사용을 하지 못해 고물상에 버려진 자전거의 경우도, 재조립해서 중고로 되팔기도 한다. 재활용이다. 저렴하게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는 이곳을 찾으면 된다. 



신속과 정확으로 승부한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자전거 관리에 있어 주의 사항도 들어 봤다. 눈이나 비를 맞게 하지 말라고 한다. 정기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일종의 예방이다. 타이어(튜브)는 1~2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체인이나 기어의 경우는 ‘와이어’라서 늘어나게 되므로, 조시(센터)를 점검해서 원위치로 잡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리 이야기도 들어봤다. 니모(님, 휠, 바퀴)의 수평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한다. 이 니모와 허브를 이어주는 것을 스포크라고 하는데, 이런 부위들이 휘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크 마웃이라고 하는 작은 도구를 이용해 니모의 수평과 조절 작업을 한다고 한다. 
자전거 시장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한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메이커는 15개 정도라고 한다. 그 중에 삼천리, 알톤, 코렉스 등이 3대 경쟁 메이커라고 한다. 일본이나 다른 유럽 선진국의 경우는 메이커가 이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세계 시장에서 아주 비싸게 팔린다는 것이다. 이들이 세계 자전거 시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자전거 교육, 자신 있다. 

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한마디. 장 사장은 자전거 수리 박사다. 따라서 학교에서 자신을 불러주면 기꺼이 나설 의향이 있다.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는 중학교 기술책에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교사들은 그림으로 설명을 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한다. 직접 자전거를 가져다 놓고 만져보면서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이 배운 것을 잊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일리 있다.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지역학교에서 자전거 강사로 활약하는 모습 또한 멀지 않은 미래였으면 한다. 



찾으라. 장석종 사장을, 철산자전거수리점을. 

프랑스의 유명한 삽화가이자 작가인 장쟈크 쌍페의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따뷔랑>이라는 책이 있다. 어느 지역에서 유명한 자전거 수리로 이름을 날리는 아저씨가 있는데, 이 사람에게는 말 못할 자기만의 비밀이 있다. 그것은 자전거 수리 전문가인 본인이 정작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내용이다. 혹시 장석종씨가 그런! 이 소설의 주인공만큼이나, 장석종씨의 자전거 수리 인생 역시도 광명시에서는 유명세를 타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자전거가 대체교통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운동도 되고, 공해도 없다. 차세대 교통수단이다. 이용이 확대되는 만큼, 수리와 자전거 관리 역시 필요하다. 
자전거 시대. 장석종 사장을 만난 것은 ‘생활의 발견’이다. 찾으라. 철산역 파보레 백화점에서 구도로 방향으로 대로를 건너 철산4동 동사무소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에 있다. 두리번거리며 잘 찾으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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