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선거, 5·31지방선거, 그리고 매니페스토 운동
대학 총장 선거, 5·31지방선거, 그리고 매니페스토 운동
  • 김영래교수
  • 승인 2006.05.19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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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시민운동의 브랜드로 등장한 매니페스토가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대학 총장 선거에까지 파급되어 매니페스토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즉 지난 5월11일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인 서울대학교의 총장 후보 결선 투표가 실시되었는데, 동 선거에서 최근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매니페스토를 도입, 총장 후보 공약으로 내세운 이장무 교수와 조동성 교수가 결선 투표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 추천되어 대통령으로부터 최종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대 총장은 한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진 가장 중요한 지위이기 때문에 매니페스토가 총장 선거에까지 파급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매니페스토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불과 100여일정도 되었는데,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도입되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한국정치사회에 매니페스토가 미칠 변화를 실증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총장 공약에 매니페스토 작성 방식 도입

서울대 총장 후보 결선투표에서 최고 득표를 한 공대 이장무 교수는 자신의 후보 공약 홈페이지(http://leejm.cybering.co.kr/manifesto.htm)에 매니페스토(manifesto)를 공식적으로 표기, 교수들로부터 지지를 구하였다. ‘세계를 이끄는 서울대학교를 만들겠습니다’라는 타이틀 하에 ‘세계 일류 수준의 학문적 수월성 추구’ ‘ 대학운영의 자유화와 민주화 실현’‘ 연구하기 좋은 대학’등 7개 공약, ‘ 20년 이내에 세계 10위 대학 달성 기반 구축’ 등 19개 목표, ‘세계 정상급 대학 교수 20명 초빙’등의 세부 내용, 그리고 ‘ 학문적 연구 수월성을 위한 1,100억원 투자 ’ 등 재원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서울대학교 발전계획을 매니페스토 방식에 따라 작성, 공약으로 발표하였다.

결선 투표에서 차순위 득표를 한 경영대 조동성 교수 역시 매니페스토 방식을 적용, 후보 공약을 발표하였다. 조 교수는 홈페이지에서 '국민이 신뢰하는 세계 선도대학‘이라는 목표 하에 ’연구·교육의 질적 수준 세계화‘등 4개 비전을 제시하였다. 예를 들면 4개 비전 중 ’동북아 R&D중심을 위한 연구캠퍼스 조성’내용(http://www.dongsungcho.net/greatsnu/manifesto2.asp)에서 매니페스토 방식에 의하여 목표, 방법, 실행계획, 재원,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다.

서울대학교 총장 선거에 후보 공약으로 매니페스토 방식을 도입되었다는 것은 매니페스토가 앞으로 교육계 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징후이다. 사실 지금까지 대학 총장 선출은 직선의 경우, 후보자의 학문적 업적이나 대학발전 계획에 대한 평가보다는 학연·지연·소속 대학별 이기주의에 따라 선출되었고 또한 그에 따른 후유증도 대단했다.

한편 재단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유력한 총장 후보자가 제시하는 대학발전 계획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이나 대학 교육 개혁을 주장하는 인사보다는 학교 재단에 우호적인 인사 또는 출세 지향적인 교수들이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였다는 점에서 매니페스토가 도입된 이번 서울대학교 총장 선거 과정은 대학을 비롯한 교육계는 물론 각종 분야의 대표자 선출 과정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진일보한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 양태

최근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하여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등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상대로 각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후보자 토론의 내용이 과거와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 특히 지난 주 개최된 KBS, MBC. SBS 등 주요 TV방송국의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 각 후보들은 과거와는 달리 선거 공약의 목표, 규모, 재원, 실시기한 등을 제시하는가하면, 상대방 후보자는 제시된 공약의 문제점을 역시 구체적인 수치까지 사용하면서 반박하는 사례를 많았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뉴타운건설, 용산 미군기지의 아파트 건설, 자립형 사립고교 설립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주요 신문들도 마찬가지이다. 평가 방식에 있어 다소 차이는 있으나, 중앙지는 물론 지방지들도 주로 단체장 후보를 중심으로 공약 평가를 하고 있는데, 역시 매니페스토의 스마트(SMART) 지표에 따른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매니페스토 방식에 따른 공약 평가 결과가 앞으로 있을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후보자와 참모들은 실천가능성 있는 ‘참 공약’인 매니페스토에 의한 선거 공약 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종래의 선거 풍속도와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매니페스토는 이번 지방선거를 정책선거로 이끌기 위하여 한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매니페스토가 서울대학 총장선거에서 도입됨으로서 매니페스토는 단순히 선거문화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고 정치문화, 나아가서는 생활문화를 변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음을 인식할 수 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지방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유권자에게 선거공약을 담은 홍보물이 배달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매니페스토에 의하여 실시된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를 비롯하여, 한국의 선거문화는 크게 변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도 오는 5·31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은 네거티브 캠페인 보다는 포지티브 캠페인인 매니페스토 운동에 동참해야 될 것이며, 유권자 역시 깐깐한 유권자가 되어 후보자들의 매니페스토를 꼼꼼하게 평가, 투표에 임해야 될 것이다.


· 글쓴이 / 김영래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한국정치학회장 역임
· 한국NGO학회장 역임
· 현재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민운동정보센터 이사장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추진본부 상임대표
· 저서 : <한국정치,어떻게 볼 것인가>(2003)
           <매니페스토와 지방선거>(200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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