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여 평화로 생명으로 다시 흘러라’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 열려
‘한강이여 평화로 생명으로 다시 흘러라’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 열려
  • 이승봉기자
  • 승인 2006.07.28 14: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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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장맛비가 줄기차게 내린다. 비 피해를 당한 이들이 또 다시 퍼붓는 비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오늘은 625전쟁을 잠시 중단하기로 정전협정을 맺은 지 53돌이 되는 날이다.
이날 강화군 외포리 선착장에서는“ 제2회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라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한강을 평화의 강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행사는 강화지역, 고양지역, 인천지역, 서울지역 등 한강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의 조직위원회가 준비한 행사다.

2006 평화의 배 띄우기에는 총 3대의 배가 띄워진다.
마포에서 서해로 띄우는 평화의 배는 막혀있던 강과 바다가 이어지는 소통의 새 역사를 상징한다. 외포리에서 한강하구선 너머로 띄우는 평화의 배는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남북이 평화로이 공존하려는 민족의 의지를 선포하는 것이다. 창후리에서 교동을 향해 항해할 평화의 배는 분단과 단절로 온갖 불이익을 겪으며 고통당하고 있는 피붙이들의 아픔에 함께하기 위한 것이다. 

55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2006 7.27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조직위원회(공동대표 김정택, 김혜정, 박성준, 박종렬, 최태봉, 이하 조직위)는 이번 행사의 의의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분단 반세기를 넘겨 새천년을 맞이하고도 한강은 분단과 단절에 막혀있다. 전쟁의 살벌한 기운에 막혀있고, 편리와 이익이라면 생명조차 빼앗아가는 광폭한 자본에 밀려 한강은 갇혀있다. 소통하지 못하는 강은 이미 강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거대한 경계선이요, 죽음의 울타리일 뿐이다. 한강은 다시 흘러야한다. 남북이 평화로이 오가는 공존과 교류의 강으로, 만물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강으로 흘러야 한다. 한강을 가두던 분단의 사슬을 끊으며, 얼었던 민족의 가슴을 녹이며, 움츠렸던 생명의 기를 살리며 흘러야 한다.”
조직위원회는 생명과 평화가 흘러넘치는 한강을 꿈꾸며 “▲ 한강은 평화의 강이다. - 남북이 평화롭게 소통하도록 해야한다. ▲ 한강은 생명의 강이다. - 무절제한 개발과 이용을 반대한다. ▲ 한강하구지역을 생명평화지대로 삼아 사람과 자연, 생명이 온전히 살아 숨쉬게 하자” 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되었다. 각 지역에서 속속 도착한 참가자들은 비옷을 챙겨 입고 행사에 합류하였다. 제2회 갯벌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음악인들과 지역의 동아리들이 음악회를 만들어 갔다. 
갯벌음악회에는 소리넝쿨 어린이들, 박향이, 박창근, 김애영씨 등이 참여하였다. 마지막 순서에는 김애영씨가 작곡한 '한강을 평화으 강으로"라는 곡을 모두가 소리 높여 합창하며 장장 2시간의 막을 내렸다.
장맛비도 이런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를 막지 못하겠는지 이내 잦아들었다.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평화의 배 띄우기. 외포리와 창후리에서 각각 한척씩의 배가 떠 강화도 교동도 한강하구 어로한계선 남방 800m 지점을 향한다. 북위 37도 45분 50초. 남쪽 민간 선박이 갈 수 있는 사실상의 한계점이다. 

외포리에서 출발한 삼보 6호와 창후리에서 출발한 화개 9호가 실향민의 섬 교동도 앞에서 만나 선상 행사를 가졌다. 코 앞 강 건너에는 실향민들이 꿈에도 그리던 황해도 고향이 보인다. 삼보 6호 선상에서는 ‘평화의 강’이란 주제의 상황극이 펼쳐졌고 화개 9호에서는 음악회와 춤 공연이 펼쳐졌다. 화개 9호에는 우리사회의 분단현실 가운데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수고한 박형규 목사, 조화순 목사 등 민주 인사들이 타고 있었다. 





선상 행사는 평화의 갈대 배 띄우기로 마무리 되었다. 참가자들이 직접 접은 갈대배들이 조그만 땟목에 실려 강물에 띄어졌다. 평화와 통일의 마음을 담은 갈대 배는 정전협정 53돌을 맞는 저녁 밀물을 타고 북을 향해 흘러갔다.  

마지막 행사는 교동 선착장에서 대부분이 실향민인 교동 섬 주민들과 함께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아 치러졌다. 일행을 맞이하는 장단이 흥을 돋우고 참가자들은 어울려 함께 춤을 추기도 하였다. 교동중학교 아이들의 모듬북 공연과 교회 사모합창단의 통일 노래 등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공동대표인 김정택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이 교동의 행사가 시민단체를 넘어서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평화의 배 띄우기의 시작이 되어 앞으로 강화, 인천, 서울, 고양, 파주까지 모든 주민들이 참여하는 계기가 되자고 역설해 근 호응을 받기도 하였다.

일몰 때문이 서둘러 행사는 종료되었고 교동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허기를 메운 참가자들은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배에 다시 올라야 했다.
뉘엇 뉘엇 어두어져 가는 밤 바다는 구름 덮인 하늘을 배경 삼아 처연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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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7-28 19:49:37
오랫만에 보는 얼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