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을 찾아서>'아낌없이 주는 나무'
소모임을 찾아서>'아낌없이 주는 나무'
  • 조은주기자
  • 승인 2003.03.19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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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모임을 찾아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른들이 왜 동화를 읽을까?”

조은주기자         

          

 

 @ 광명동화읽는어른연합의 열 개 모둠 중 하나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회원들

 

‘어른들이 왜 동화를 읽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요즘 광명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광명 동화 읽는 어른 연합’의 한 모둠이 있는 평생학습원을 찾았다. 아이들과 함께 모둠 활동에 참가한 회원들은 오늘 모임에 참가했던 한 회원의 아이가 뜨거운 커피 물에 발을 데여 병원으로 간 일을 이야기하며 걱정이 한참이었다. 회원과 아이가 병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모둠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모둠장 신수현님)’란 이름을 가진 이 모둠은 이제 동화 읽는 어른 연합에 참여한지 2년차 되는 회원들의 모임이다. 아직 아이들의 연령이 좀 어린 회원들끼리 모여서 하는 모둠 이어서 인지 엄마들의 모습도 풋풋해 보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2년차 이지만 작년의 어린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였고, 올 해의 어린이날 행사도 이 모둠에서 진행하기로 할 만큼 활동력이 왕성한 모둠으로 인정 받고 있다.

 

처음 이 모임에 가입 하게 된 동기는 대부분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할까 하는 개인적인 고민으로 출발했다. 6회에 걸친 신입회원 교육을 마치고 모둠 활동을 하다 보니 오히려 엄마들끼리 모여 하는 공부에 푹 빠지게 되었노라고 말한다.  오늘 공부할 내용을 언뜻 보니 아동문학에 관계된 전문 서적이다. 한 회원이 대표로 발제를 해오고 그 내용에 대해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모둠에 따라 그 성격이나 색도 많이 다르다. 그 모둠에 속한 회원들이 자기 모둠 만의 성격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 다른 연합의 모둠과는 좀 달라 보였다.
현재 광명 동화 읽는 어른 연합은 10개의 모둠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모둠의 성격에 맞는 이름을 지어서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의견들을 나누고 다른 모둠 과의 의사소통도 한다. 모둠의 이름들도 동화나라에 온 듯 참 신선하다.
오늘 만난 ‘아낌 없이 주는 나무’ 외에 ‘굴렁쇠’, ‘아이와 함께 크는 엄마’, ‘반딧불이’, ‘노란 우산’, ‘동그라미’, 어린 왕자’, ‘아기별’, ‘우리 생각’, ‘마주이야기’ 등의 모둠이 활동 중이다.

 

모둠 활동을 하면서 자신에게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물었다.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긴장감 있는 생활을 하게 되고, 아이들이 읽는 책에 대해서도 책과 작가에 대한 배경을 알고 아이들과 이야기 함으로서 아이들과의 정서적인 공감을 폭 넓게 할 수 있게 되었죠.”
또 다른 회원은 “ 모둠 활동을 하면서 생활의 활력이 생겼어요. 또한 자원봉사나 사회 참여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짐을 느끼게 되요.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큰 기쁨도 알게 되었죠..”  
신수현 모둠장은 어린이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 자원봉사등을 통해 사회에 나름대로 참여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 뿌듯하다고 말한다.

 

회원들이 조금 아쉬워 하는 점은 아직 자녀들의 연령대가 엄마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미취학 아동들이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점이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함께 크는걸 지켜보면서 어른들의 돈독한 정도 더욱 깊어졌던 윗 선배들을 보면 그리 조급해 할 일은 아닌 듯하다.  ‘빨리 빨리’ 친해지고 ‘빨리 빨리’ 무엇을 위해 움직이기를 바라는 조급한 이 사회에서는 이해 하지 못할 느림의 철학이 있어 보인다. 아이들이 커나가듯이 느리지만 꾸준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는 것 만큼 두터운 신망이 있을까?

기자가 만난 이 모둠의 회원 뿐만 아니라 다른 모둠의 회원들도 기본적으로 학교 도서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3월 말에 문을 열 평생학습원 어린이 도서관 자원봉사 활동 외에 학교 운영위원회에 조직적으로 참여하여 올바른 학교 세우기에도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또한 만남의 집 꿈 터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부방 봉사와 더불어 ‘광명지역 여중생 사망사건 범대위’, ‘광명시 고교 평준화를 위한 시민연대’ 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 광명 동화 읽는 어른 연합은 이렇듯 광명 지역운동의 중심체로 깊숙히 자리잡아 가고있다. 지역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봉사활동과 참여 활동을 벌여나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이 시대 젊은 엄마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남경화 동화 읽는 어른 연합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화 읽는 어른 연합은 1993년 다른 지역과 함께 어린이 도서 연구회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1998년에 모둠 연합회를 만들면서 현재의 ‘광명 동화 읽는 어른 연합’으로 발전하여 온 10여년의 역사를 지닌 모임이다. 

동화 읽는 어른  연합은 현재 10개의 소모임과 82명의 회원을 가진 큰 지역 조직으로 자리잡고 있다. 동화 읽는 어른 연합은 매년 3~4월에는 시민 대중을 위한 공개 강좌(‘작가와의 만남’, ‘학급 문고 살리기’, ‘도서관 살리기’ 등의 주제로) , 4월에는 아나바다 장터, 5월에는 지역 내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어린이 날 행사, 7~8월에는 회원연수, 10월에는 가을 책 문화행사(각 모둠에서 공부한 내용을 인형극, 슬라이드 공연, 연극 발표. 매년 10월에 신입회원 신청을 받는다.), 12월에는 총회 등의 알찬 회원 활동을 하고 있다.

@ 남경화 광명동화읽는어른연합 회장

 

동화 읽는 어른 연합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모둠 활동을 기본으로 한다. 모둠 활동은 이 모임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체계이며, 모임의 근간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모둠은 10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10명이 넘어 갈 때에는 아이들의 연령을 고려하여 새로운 모둠을 만들어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각 모둠은 각자의 일정에 따라 주 1회 모임을 갖고있으며, 평생학습원 또는 어린이 전문서점 ‘동원’을 모임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모둠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동화 읽는 어른 연합이 그 건강함을 잃지 않고 탄탄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남경화 회장은 마지막으로 “동화는 어린이도 읽지만 동심을 잃은 어른들이 읽을 필요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정말 이 사회의 어른들이 동화를 읽고 그 마음 그대로 살 수 있다면 사회의 많은 어두움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처음에 ‘어른들이 왜 동화를 읽을까?’라고 의문을 가졌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이야기 중에 병원에 갔던 아이와 엄마가 돌아왔다. 다들 걱정스런 마음에 우르르 일어나 아이의 다리를 살펴보느라 잠깐 이야기가 끊겼지만 그렇게 함께 걱정하고 위로해주는 모습에서 회원간의 각별한 우애를 느낄 수 있었다. 어서 빨리 나아야 할텐데…

 

 ‘아낌 없이 주는 나무’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회원들 간의 돈독한 우애를 바탕으로 ‘나’만의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꿈과 정서를 위해 즐겁게 봉사하는 마음이, 그리고 소외된 삶에 대한 애정어린 살핌의 마음가짐이 참 예쁘고 따뜻해 보였다. 동화 읽는 어른 연합은 마치 무지개처럼 각각의 다른 색들이 참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와 각기 다른 색들을 동화처럼 조화롭게 만들어 나가는 동화 읽는 어른 연합을 통해서 본 광명지역 내일의 날씨는 ‘ 맑음’이 될 것 같다.

광명 동화 읽는 어른 연합 http://dongmuya.x-y.net/

 

 <광명시민신문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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