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바지자락 붙잡을 때 아니다.”
“남의 나라 바지자락 붙잡을 때 아니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06.09.07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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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도원 교수 통일시대 시민교실 3기 첫 번째 강좌 요약

강도원 교수는 ‘통일시대 준비를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지난 5일 시청 대회실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에서 강 교수는 “냉철한 시각을 가지고 최근 주변 정세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성적 접근으로 정세를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최근 FTA 문제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정세가 어수선하고, 불안해 보이는 것 역시 냉철한 시각으로 보면, 다른 시각으로 보인다. 감성의 시각으로 다가가면 불안하지만, 냉철한 시각의 견지에서 보면, 이는 불가피한 것이고,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변하는 것은 역시 이런 맥락이다. 마치 남녀간의 사랑이 식어가는 것처럼. 그리고 남녀 관계에서 ‘삼각관계’처럼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사이에 얽혀져 있는 관계 역시 복잡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냉철한 시각으로 봐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불변의 사랑이 있는가.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모파상의 말이 있지만, 그 뜨겁던 사랑도 900일 정도면 유효기간이 지난다는 어느 다큐멘타리의 내용을 강 교수는 인용한다. ‘도파민’이라고 하는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란다. 감정은 뜨겁지만, 그 감정마저도 신체의 호르몬 분비라고 하는 ‘작용’에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도 식는데, 한미관계 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강 교수는 왜 이런 사랑의 관계를 인용하는가.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영원한 혈맹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심지어 맹목적인 믿음으로까지 비칠 수도 있을 만큼. 그리고 이런 시각으로 다가가면 자칫 근거 없는 ‘감성’으로 발전할 위험을 안고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국의 등장이다. 90년대 중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90년대 중반 들어 그 관계는 복잡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92년 중국과의 수교, 90년 러시아와의 수교가 있었다. 수교이후 중국과의 경제교역 규모가 세계 최대 규모로 발전했다. 수교 당시 63억 7천만 달러의 교육 규모도, 지난해는 1005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의 최대 무역 수출국이 중국이고, 무역 이익국이 중국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의 수도 15,000개를 넘어섰다.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었고, 이제 많은 사람들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오가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해 금강산을 방문한 사람이 128만이다. 다른 목적으로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도 22만 이상이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가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미국 ‘예스’, 북한 ‘노’하면 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북한은 무조건 ‘노’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예스’, ‘노’하는 시대 지나갔다.

그렇다면. 북한과의 관계를 인정하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어떠한 전쟁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가지고서.

강 교수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의 삼각관계를 두 가지 핵심을 가지고 봐야 한다고 한다. “북한이 남한이나,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실제적인 힘이나 능력이 있는가. 정말 그런 정황이 있는 것인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을 할 의지나 능력이 있는 것인지를 냉철하게 볼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 “위 두 가지를 냉정하게 검증하지 않고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골목’만 시끄럽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전시든, 평시든 군사작전통제권을 다른 나라에 부여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는 것 역시,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상황이 있지만, 이런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한국은 국내총생산 규모로 세계12위 규모다. 군사력 규모도 7위 규모라고 한다. 모든 것이 이미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냉철한 현실 인식 가지고 비판적 사고 할 때

한편 북한의 경제규모나 군사력 규모를 제외하고도 북한의 국내 현실은 절박하다는 것이다. 이미 식량문제가 위기다. 강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국내 생산규모와 필요량을 비교할 때 국제기구의 평가에 의하면, 100~150만톤 규모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중국과 한국이 100만톤 규모를 지원하고, 기타 부족분 중 10만톤은 다른 나라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북한이 직접 조달을 했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촉발된 식량지원 중단은 식량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번에 겪은 북한의 수해 피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피해규모도 사망자가 1만명에 다다를 것이라고 추정된다. 북한 인민국의 동원으로 수해 피해를 복구할 여건도 안 되는 상황이다. UN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후 북한군은 준 전시상태로 비상대기 상태라, 수해복구에 동원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뒤늦게 알려졌지만, 지난 6월에는 열차추돌 사고로 650여명이 압사한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악재가 국내에 반복 되고 있는 것이다. 또 수해규모도 규모지만, 북한 주민들의 경제활동 규모를 감안한다면, 이런 피해는 상대적으로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절박한 현실 고려해야 할 때

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본토를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중국 견제가 본질이라고 진단한다. 미국의 부시 정권은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통해 중국의 위협에 방어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 MD체제 구축에 반대하는 국내 여론을 무마하는 수단으로 북한 위협론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강 교수는 북한이 실제로 미국이나 남한에 대해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런 도발에 대한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경제력이나 군사력 규모 면에서 세계 강대국인 우리나라가 오히려, 군사력 지휘권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왜 남의 나라 바지자락 붙잡아야 한다고 골목에 나와서 외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냉철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비판적으로 지지를 할 것인지, 비판적으로 반대를 할 것인지 냉철한 이성의 판단에 따라야지, 맹목적인 감성에 휘둘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의 나라 바지자락 붙잡지 말자. 군사지휘권 가져와야.

국내 여론을 통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100년 전이나, 분단이후 60년 동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이런 현상이다. 감정이 앞서고 소리 먼저 지른다. 이성을 통해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강대국이면, 그에 걸맞는 문화와 의식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1만명 이상의 북한 동포가 수해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 되고 있다. 동족의 고통에 대해 보지 못하는 척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이 하나로 나아가고 있듯이, 유럽과 여건이 다를지라도 동북아도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남과 북의 통일도 온다고 본다.

국민소득 2만 달러, 분단 상황에서는 힘들어…여성들이여,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해 달라.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늦어지는 이유 역시 분단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은 배제해달라고 주문한다. “국민 소득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에 이르는 것은 다른 나라의 경우 3년에서 5년이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니다. 왜 인가. 분단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분단 현실에서 2만 달러로 가는 것은 어렵다. 갈등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정치인들은 배제해야 한다. 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의 문제에 대해 ‘여성들이 나서야 한다.’고 요청한다. “서로 모이면 육아와 가사 문제 외에도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토론해 달라. 남북이 잘 사는 길에 대해 토론해 달라.”


강도원 교수

민족문화교류재단 이사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및 교육위원회 간사

통일아카데미 원장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및 중앙협의회 운영위원

경동대학교 교양학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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