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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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봉기자
  • 승인 2006.10.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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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시청 앞 세실극장에서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다(이하 목탁구멍)>라는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9월 15일에 시작해서 11월 12일까지 공연될 예정인 연극이다. 
지난 일요일 우연찮은 기회에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문 닥터로부터 연극을 보자는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다.

<목탁구멍>은 1990년 초연되었을 때 삼성문예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남자연기상․특별상, 백상예술대상 연출상․희곡상․인기배우상 등을 휩쓸면서 해외공연 지원금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2년 월드컵 해에 서울연극제 공식 초청작으로 공연되기도 하였다. 
이번의 <목탁구멍>은 이전의 비구승 버전을 비구니 버전으로 다시 각색한 작품이다. 극단 천지인(대표 김인자)에서 제작하였고 원작자인 이만희선생과 연출가 강영철 콤비가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김인자 대표는 <목탁구멍> 초연을 보고 극단을 만들겠다는 발심을 하였고 ‘천지인’이 극단으로서의 면모을 갖추게 된 것도 이 작품 때문이라고 회고한다. 이번에 비구니 버전으로 다시 제작하게 되었고 앞으로 이 작품을 뮤지컬과 영화로 제작하여 문화적 확장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만희 작가는 “개인적 시각으로는 현재의 불교 연극이 박제화 되어 가는 듯한 인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래서 본인은 살아있는 불교로서, 혹은 일반화되어 있는 언어와 성격 구축으로써 지고한 불법을 배출해 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비구니 스님들의 일상적 생활에서부터 마지막 법을 구할 때까지의 과정을 표현한 이른바 불교 사회극(佛敎社會劇)”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저 심산 사찰에서 자아를 찾아 헤매는 비구니 스님의 갈등과 방황과 득도를, 인간적 입장에서 과정 없이 그대로 옮기려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출가인 강영걸 선생은 식도암으로 투병중인 상태다. 2005년 발병 사실을 알고 수술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1년 후 재발해서 전이된 폐부분도 잘라내야만 했다. 어려운 항암치료 여섯 번 중 네 번을 받았고 앞으로 두 번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기꺼이 연출을 맡았다. 강선생은 자신의 삶에 대해 “반쯤은 걱정스레, 반쯤은 장난스레... 사실 이쯤 되었으면 사는 재미가 쏠쏠할 수도 있는 법이다”고 너스레를 친다. 어쨌든 이번 작품에서는 완벽한 연출 솜씨로 인해 구도의 길에 관객들이 더욱 즐겁게 동참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왼쪽부터 윤순옥, 이인희, 이영란, 연운경, 손성림씨 

<목탁구멍>에는 모두 6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여자 다섯, 남자 한명이다. 주인공격인 도법스님 역할은 연운경씨가 맡았다. 연극과 드라마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중견배우다.  연극 <무희> <나생문> <신의 아그네스> <아름다운 거리> 등과 드라마 <토지> <오욕의 덫> 등에 출연하였다. 탄성스님 역에는 이영란씨가 열연했다. 연극 <자기만의 방> <페밀리 리어> <아름다운 여인의 작별> 등과 영화 <꽃잎> <정사> <태극기 휘날리며> 등에 출연했다. 
그 외 노스님으로 이인희씨가 원주 스님역으로 윤순옥씨, 월명스님 역에 손성림씨, 그리고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과거를 들춰내는 망령 역할은 최규하씨가 맡았다.

<목탁구멍은> 불교의 구도 과정을 다룬 진실된 삶과 자아를 찾는 작품으로 스님들의 일상적 생활에서부터 마지막 법을 구할 때까지의 과정을 표현한다. 불교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예술 세계와 인간 본성이라는 보편적 문제를 주제로 한다. 예술 세계를 추구하며 세속의 번뇌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심리 세계의 갈등과 방황에서, 결국 온 세상을 다 가졌어도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밖에 보지 못하는 우매함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목탁구멍>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도법스님은 전직 미대 교수이자 유명한 여성조각가이다. 그녀는 남편과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동네 깡패 7명에게 차례로 강간당한 후 그 사건의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입산하였고, 입산한 뒤로는 예술을 멀리한 채 오로지 선방과 토굴을 전전하며 수행에만 전념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큰스님한테서 봉국사의 불상을 조각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불상 제작이 세속적인 일 같아 선뜻 나서지 못하지만, 결국 지고의 불법과 지고의 예술이란 동류의 것이며 오히려 표현된 조각품 속에서 지고의 불법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강한 집념으로 큰스님의 명을 승낙하고 3년 시한의 불상 제작에 들어간다. 그러나 동료 스님들은 도법의 이러한 집착을 미(美)에 탐닉한 세속적 욕망으로 간주하여 만류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자신에게 맡겨진 마지막 원력이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그 동안 수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불상에 담고자 진력한다.

그 후 3년이 지나 불상이 거의 완성되어 가던 어느 날, 도법 앞에 난데없이 전신이 피투성이인 망령이 나타난다. 망령은 도법이 만든 불상을 엉터리라면서 부숴버리라고 한다. 만약 부수지 않을 때는 자기가 부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며칠 후 실제로 그 불상이 망령에 의해 부숴지고 도법은 괴로워한다. 불상을 다시 만들 시간도 없고 다시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망령에 대한 증오심이 그녀의 행동을 극으로 치닫게 한다. 망령이 작별주를 마시러 온 마지막 날 밤, 그는 망령과의 치열한 다툼 끝에 조각칼로 자신의 두 눈을 찌르게 된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세상에 미(美),추(醜)는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자기 스스로가 그저 아름답거나 추하다고 보는 것이고, 자신의 두 눈은 바로 그런 세속적인 미, 추의 한계였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또한 망령의 실체는 바로 자신의 불안의 그림자였음과 그 동안 자신을 억압해 온 번뇌의 근원도 인식의 뒷면일 뿐 본질이 아니라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는 법열의 충만한 기쁨으로 망령의 모습을 그대로 조각하여 불상을 완성한다. 고뇌와 우수가 어린, 징그럽고 추악하여 구역질이 나오는 묘한 부처가 이 세상에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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