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 "저마다 제 뿌리로 돌아오는구나"
소모임> "저마다 제 뿌리로 돌아오는구나"
  • 조은주기자
  • 승인 2003.07.02 17:4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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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제 뿌리로 돌아오는구나"

죽은 지식이 아닌 삶의 향기로 묻어나는 수심결(修心結) 모임을 찾아서

2003. 7. 2. 조은주 기자    

 

 

 

▲ 수심결모임은 매주 한번씩 모여 여러종교의 경전을 공부 한다.

 

수심결도우가(修心結道友歌)

난설표향(暖雪飄香)  송경도명(松鏡道銘)
월인해인(月印海印)  공당현우(空堂玄牛)  
풍간소설(風間笑雪)  고선청매(古扇淸[土+每])  
설초현장(雪草顯藏)  화담법연(話潭法然)
유석일속(流石一粟)  수월적향(水月笛香)
법성여해(法性如海)  박원한심(樸園閒心)

따뜻한 눈은 그윽한 향기로 퍼지고 소나무 거울에 님의 뜻을 새기니
달빛은 바닷물에 자취 남기고 빈집에 지혜로운 소 홀로 있네
언듯 바람사이 웃음으로 피어나는 꽃 옛 부채는 맑은 티끌 희롱하네
얼어버린 땅 뚫고 보일 듯 말 듯 피어난 님 이야기 샘따라 제 길로 가고
흐르는 돌은 썩어지는 밀알로 다시 태어나 달빛 머금은 피리향기로 맺힌다.
만물의 뜻은 너른 물 같아서 소박한 정원에 쉬어가는 마음일러라

 

위의 노래는 수심결 도반들의 법명을 가지고 지은 것이다. 수심결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각각 법명이 하나 씩 있다. 이번 모임에 참석한 도반들의 법명을 살펴보면 난설(暖雪- 따뜻한 눈- 광명 여성의전화 강은숙회장 ), 표향 (飄香 – 그윽히 퍼지는 향기-이복자님), 수월(水月-진리(달)를 품고 흘러가는 물-석혜주님), 월인(月印-달 그림자-이미라님), 일속(一粟-한 알의 좁쌀- 우영수), 도명(道銘-도를 새긴다- 강찬호님), 한심(閒心-쉬어가는 마음-이승봉님) 등이다. 이 외에도 적향(笛香洗心-피리향기에 마음을 씻는다-안경환님), 박원(樸園-소박한 정원-김혜영님) 등이 있다. 수심결 도반들은 이렇듯 각자의 모습에 어울리는 법명을 가지고 그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도반들의 법명으로 지어진 수심결 도반가만 보더라도 이 모임의 성격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수심결의 시작은  종교적 진리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시작되었다. 1999년 2월 달 일이다.  다양한 종교의 경전을 공부해보자는 뜻이 모여져 세계 종교철학 공부모임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도반들의 대부분이 기독교 신자였던 터라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라는 책으로 예수의 가르침의 진정한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그 다음엔 불교의 반야심경, 노자, 환경.생태에 관련된 신과학 서적, 예수 어록집, 장자 내편, 틱낫한 스님의 <화> 등의 폭 넓고 다양한 책들을 가지고 5년여 동안 함께 공부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심결 초창기 멤버인 월인(月印) 이미라 님은 현재 광명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몸과 마음을 닦아보고자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모임의 매력에 푹 빠져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서울에 근거지가 있는 수월(水月)도 매 주 월요일이면 일을 마치고 부지런히 광명의 작은 공간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공부와 뒷풀이가 끝나고 갈 길이 아득하지만 여기서 얻는 기쁨이 더욱 크기 때문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것이다.

이번 모임은 노자 이야기 16장 “저마다 제 뿌리로 돌아오는구나"라는 장이다.

원문을 수심결 수장인 한심당(이승봉 목사)의 강독으로 풀어 낸 후 원문이 가지는 의미를 서로의 삶에 빗대어 나름대로 풀어보는 것이 이 모임의 주 내용이다. 이승봉 목사는 공부는 언제나 내 삶과 함께하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식으로만 경전을 대하다 보면 그것처럼 헛된 것이 없고, 그 헛된 지식은 나에게, 또는 남에게까지 상처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도반들은 옛이야기처럼 구수하게 풀어내는 각 구절의 의미에 대한 이승봉 목사의 이야기를 듣고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선택하여 삶의 모습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한 가지의 화두를 만들어 다음 모임 때 까지 그 화두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한다. 난설(暖雪)은 첫 구절에 나오는 철저히 비어 있음에 이른다는 의미의  치허극(‘致虛極)’이란 구절을 선택한다. 살면서 작은 일에 마음이 일희일비 하지 않도록 중심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과 과연 내 안에서 무엇을 비울 것인가?를 화두로 삼았다. 수월(水月) 역시 같은 구절에 마음이 가며 많은 관계 속에 살면서 내가 상대에게 베푼 만큼 받으려고 하는 그 마음을 비우고자 노력해야겠다는 개인적 결심도 한다.

도명은 저마다 제 뿌리로 돌아온다는 각복귀기근(各復歸其根)이란 구절을 선택하며  과연 내 뿌리는 무엇인가?가 화두로 떠오른다고 말한다.

각자 돌아가면서 자신의 경험, 삶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채워지는 모임을 지켜보며 처음 가졌던 ‘道’에 대한 낯선 선입견이 작게 무너짐을 느꼈다.  

수심결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중요한 프로그램은 뒷풀이이다. 이미 어둠이 도시를 삼킨 지 오래다. 깊은 밤, 출출한 허기를 달래줄 순대며 머릿고기 등을 안주로 놓고 맑고 투명한 소주잔을 부딪히며 서로의 삶을 나누는 모습은 좀 전의 모습에서보다 조금 더 진한 향기가 배어나오는 듯 했다.  

 

▲ 경전공부는 4년 반 동안 이어져 왔다. 왼쪽부터 우영수(一粟)와 이미라(月印)

 

▲ 서울 후암동에서부터 공부하러 오고 있다. 석혜주(水月)

 

 

 

  

<광명시민신문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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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촌에서 2003-07-02 17:47:20
가까이 하기를 바랬지만 내가 있는 곳은 '참' 먼 곳입니다. 아내가 내게 '좋은 이름'을 부탁하였지만 나는 입이 거친 사람인지라 웃고 말았습니다. 다들 실마리 하나라도 건졌으면 하는 나의 마음입니다. 혹 지나다가 만날 수 있겠지요.

이 하 2003-07-02 17:47:20
그 때 내가 좋아 하는 아이는 이름에 '향'을 달고 있었습니다. 이름들이 보통 아름다운 것이 아니네요. 무슨 이유라도. 아니면 좋은 것만 찾은 것인가요. 보기에 좋은 얼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