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민단체 활동가들, ‘움직이는 학교’ 통해 사유(思惟)의 시간 가져
광명시민단체 활동가들, ‘움직이는 학교’ 통해 사유(思惟)의 시간 가져
  • 강찬호기자
  • 승인 2003.07.08 09:2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명시민단체 활동가들,
‘움직이는 학교’ 통해 사유(思惟)의 시간 가져

‘귀가 망가진 사회.’ 그러면서 주문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敬聽)’하라는 것이다.

2003. 7. 8. 강찬호 기자    

 

 

 

▲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성장프로그램이 열렸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움직이는 학교’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많은 활동에, 자칫 스스로를 돌볼 시간을 잊고 지내곤 한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은 그런 시간을 교육이라는 정해진 틀 속에서 찾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굳어있는 것들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

 

지난 7월 3일(목) 오후 7시 평생학습원 배움1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모였다. 강의 및 진행은 성공회대 NGO대학원 박성준 교수가 맡았다. 13년 6개월 동안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당시로서는 최장기 옥살이를 겪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출소 후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 한국을 떠나 6년간 외국 생활을 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어려서 겪은 가난의 기억을 알고 있다. 감옥에서 겪은 배고픔과 외로움도 알고 있다.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에 해방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런 삶의 과정을 겪으면서 관심을 가진 분야가 ‘마음공부’다. 그리고 구체화된 모습의 하나로 등장하는 것이 ‘움직이는 학교’다.
“고이면 물이 썩듯이 고이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굳어 있는 것들을 흔들어 움직이게 하고 싶다. 나의 의사결정, 자기결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박 교수가 움직이는 학교를 구상한 이유다. ‘움직임’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사람과 만나는 지혜를 전달하고자 한다.

 

▲ 박성준교수는 '움직이는 학교'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생각과 관념을 탈피하도록 돕는다.

 

반성 없이 따라온 제도와 구조, 뒤집어 보기

 

박 교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기존의 생각과 관념을 탈피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움직인다는 것’에 대해 주목하도록 한다. 반성 없이 따라온 제도,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고 한다. 강사의 자리가 따로 없다.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대등한 위치다. 책상의 배치 역시 이날 모인 자리에서 합의한 방식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참가한 이들 모두가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원형 방식이 이날의 책상배치다.
박 교수의 ‘뒤집어 보기’는 매우 날카로운 시선을 간직하고 있다. 이 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영역은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박 교수는 무의식중에 길들여진 우리 안에, 우리 주변의 곳곳을 거침없이 지적하기도 한다. 깨어있는 집단이라고 일컬어지는 시민단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서, 진행의 구조가 반성 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지적한다. 종교영역도 언급한다. 교회 설교자의 설교단상이 너무 권위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초대교회의 정신이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너무 달라졌다는 것이다.
박 교수가 제안하는 방식대로 참가자들은 자신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눈다. 소위 ‘관등성명’은 일체 사절이다. 당장 소개를 하기 싫으면, 통과를 시킬 수도 있고, 말을 잘 하지 않아도 된다. 어눌하게 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참가자들은 소개의 시간을 통해 프로그램 취지를 이해하고, 지역사회 일로 만나던 활동가들에 대해 한 호흡 쉬어가며,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으로 삼게 된다.

 

▲ 둘씩 마주보고 서로 경청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통채로 듣는 경청이 필요

 

프로그램 중간 즈음, 박 교수는 생경한 악기소리를 들려준다. ‘경쇠’다. 종 모양인데, 악기라고 한다. 소리를 끝까지 따라가라고 주문한다. 그 여운이 꽤나 길다. 보통 사람들은 끝까지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참을성 있게 끝까지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병중에 하나라고 박 교수는 지적한다. 들을 능력을 상실하고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병이라는 것이다. 들을 능력을 상실함으로서 관계의 파괴, 상실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병리현상은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귀가 망가진 사회.’ 그러면서 주문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敬聽)’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서 오는 말을 듣고, 또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소리를 진정으로 들으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해 “따지지 않고, 분별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채로 듣는 방식’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마지막 강의는 참가자 축제로

 

그리고 프로그램 진행과정을 통해 듣는 방식에 대해 참가자가 짝을 지어 연습을 해보기도 한다. 서로의 이야기에 대해 ‘경청’을 하기 위해, 촛불을 켠다. 5분 동안 상대방의 이야기를 ‘통채로 들어 준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듣는 것이지만, 그리 만만치 않다. 프로그램은 3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진행되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듣는 것을 연습해 본 것이 전부다. 그리고 강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세 시간이라는 시간의 ‘양’에 비해, 실제 진행한 것은 턱 없이 적어 보인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보면, ‘움직임’에 대해, 그리고 ‘경청’에 대해, ‘닫혀진 귀’가 빚어내는 고통에 대해, 울림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활동가들에게는 한 숨 돌리며,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새겨보는 시간이 될 듯 싶다. 이번 교육은 총 4강으로 진행이 된다. 참가자들이 만남을 보다 깊게 가져가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 강의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전원 참여하는 작은 축제의 장도 마련을 할 계획이다.

 

 

  

<광명시민신문 강찬호 기자tellmech@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성현 2003-07-08 09:21:37
박선생님 연구원에서 뵙고 여기서 또 뵙네요. 매번 수고하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