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민단체 활동가들, |
‘귀가 망가진 사회.’ 그러면서 주문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敬聽)’하라는 것이다. |
2003. 7. 8. 강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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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성장프로그램이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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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움직이는 학교’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많은 활동에, 자칫 스스로를 돌볼 시간을 잊고 지내곤 한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은 그런 시간을 교육이라는 정해진 틀 속에서 찾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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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있는 것들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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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목) 오후 7시 평생학습원 배움1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모였다. 강의 및 진행은 성공회대 NGO대학원 박성준 교수가 맡았다. 13년 6개월 동안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당시로서는 최장기 옥살이를 겪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출소 후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 한국을 떠나 6년간 외국 생활을 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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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준교수는 '움직이는 학교'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생각과 관념을 탈피하도록 돕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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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없이 따라온 제도와 구조, 뒤집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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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기존의 생각과 관념을 탈피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움직인다는 것’에 대해 주목하도록 한다. 반성 없이 따라온 제도,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고 한다. 강사의 자리가 따로 없다.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대등한 위치다. 책상의 배치 역시 이날 모인 자리에서 합의한 방식으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참가한 이들 모두가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원형 방식이 이날의 책상배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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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씩 마주보고 서로 경청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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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채로 듣는 경청이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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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중간 즈음, 박 교수는 생경한 악기소리를 들려준다. ‘경쇠’다. 종 모양인데, 악기라고 한다. 소리를 끝까지 따라가라고 주문한다. 그 여운이 꽤나 길다. 보통 사람들은 끝까지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참을성 있게 끝까지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병중에 하나라고 박 교수는 지적한다. 들을 능력을 상실하고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병이라는 것이다. 들을 능력을 상실함으로서 관계의 파괴, 상실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병리현상은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귀가 망가진 사회.’ 그러면서 주문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敬聽)’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서 오는 말을 듣고, 또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소리를 진정으로 들으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해 “따지지 않고, 분별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채로 듣는 방식’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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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는 참가자 축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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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프로그램 진행과정을 통해 듣는 방식에 대해 참가자가 짝을 지어 연습을 해보기도 한다. 서로의 이야기에 대해 ‘경청’을 하기 위해, 촛불을 켠다. 5분 동안 상대방의 이야기를 ‘통채로 들어 준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듣는 것이지만, 그리 만만치 않다. 프로그램은 3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진행되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듣는 것을 연습해 본 것이 전부다. 그리고 강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세 시간이라는 시간의 ‘양’에 비해, 실제 진행한 것은 턱 없이 적어 보인다. 그러나 다시 돌이켜보면, ‘움직임’에 대해, 그리고 ‘경청’에 대해, ‘닫혀진 귀’가 빚어내는 고통에 대해, 울림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활동가들에게는 한 숨 돌리며,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새겨보는 시간이 될 듯 싶다. 이번 교육은 총 4강으로 진행이 된다. 참가자들이 만남을 보다 깊게 가져가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 강의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전원 참여하는 작은 축제의 장도 마련을 할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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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민신문 강찬호 기자tellmech@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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