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장애인복지관 목욕봉사팀을 찾아서
[소모임]장애인복지관 목욕봉사팀을 찾아서
  • 조은주기자
  • 승인 2003.09.01 14:0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복지관 목욕봉사팀을 찾아서


장애인 복지관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광명 5동 사무소 옆쪽으로 자리잡은 장애인 복지관을 발견하고 입구로 들어서는데 약간의 긴장감이 든다. 혹시라도 어설픈 나 때문에 목욕봉사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하는 사소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10대로 보이는 두 남자친구가 “안녕하세요?” 라고 큰 소리로 인사한다. 활짝 웃는 얼굴로 반가이 맞아 주는 모습에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진다. “안녕하세요?” 라고 답하고는 주간보호센터 위치를 물으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주간보호센터를 찾아 들어가니 넓은 마루 중앙에 폭신한 시트가 깔려있고, 그 안에서 10여명의 아이들이 목욕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친구, 움직일 수 없어 누워있는 친구, 앉아 있기조차 힘들어 하는 친구. 한 눈에 보기에도 장애의 정도가 중증인 아이들임을 알 수 있다.

팀장 수녀님이신 고여호수아 수녀님과 인사를 나누고, 목욕봉사팀의 취재 허락을 부탁 드렸다. 흔쾌히 허락을 해주신 수녀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번 봉사팀은 복지관이 개관한 후 바로 결합하게 되어 3년째 봉사를 하고 계시다고 한다. 작년 개관 2주년 기념식 때 표창창을 받을 만큼 성실한 봉사팀이라고 칭찬이 그치질 않는다. 봉사 해주시는 어머님들은 봉사의 의미보다는 복지관에서의 활동을 통해 해 맑은 아이들한테 많이 배우고 가노라고 오히려 수녀님께 감사하다고 한단다.

아이들은 오전에 복지관에 와서 오후까지 자신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 받는다. 수업도 하고, 운동치료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수녀님은 “ 이런 장애 아동들의 가정이 상당부분 결손되어 있어요. 아빠랑만 사는 아이, 할머니랑만 사는 아이들이 많죠. 복지관에서의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집에서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났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지요.”

잠시 시간이 남아 아이들과 함께 앉았다. 가장 장애가 심한 준효는 누워만 지낸다. 언뜻 보기에 초등학교 2.3학년쯤으로 보이는 준효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가 없다.
준효의 눈을 바라보며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자 준효가 내 얼굴을 잠시 바라보더니 가는 손을 힘겹게 들어 올린다. 아마도 인사의 표시인 것 같아 얼른 손을 잡고 “반가워” 하니 준효가 웃는다. 세진이는 밤 새 모기에 많이 물려서 왔다. 아빠랑만 살고 있는 세진이가 밤 새 모기에 물린 것이 못 내 안타까우신지 수녀님은 세진이를 안고 얼굴을 계속 만져주신다.

10시30분이 되자 봉사팀 어머니들이 오셨다. 앉아만 있던 세진이가 30대의 한 어머니가 들어오자 보조기를 한 가냘픈 다리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안긴다. 무척이나 기다렸다는 듯이 안겨서 웃고, 그 어머니의 얼굴을 만지고 애교를 부린다. 아마도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혀 발걸음이 복지관으로 향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남자 팀이 먼저 목욕실로 내려가고, 여자아이들과 어린 남자 아이들을 한 명씩 안거나 휠체어에 태워 지하 일층 목욕실로 내려간다.
탈의실을 지나 목욕실 안쪽에는 운동치료를 받을 수 있는 수영장이 있었다.

네살박이 현빈이를 안고 목욕실로 내려갔다. 봉사팀 어머니들 다섯분이 모두 목욕실에 들어가 아이들을 씻긴다. 한 번에 두 명씩 목욕을 하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목욕실 앞 탈의실에서 잠시 기다린다.
봉사팀 어머니들의 손길이 부드럽게 아이들의 몸을 닦는다. 아이들을 품에 안고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기고 몸을 닦아주는 어머니들의 옷이 금새 흐르는 땀과 물로 흠뻑 젖는다. 세진이와 현빈이가 목욕을 마치고 나온다. 큰 수건으로 물기가 없이 골고루 닦아 준 후에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입힌 후 다시 일층으로 안아서 데려다 준다.
다시 내려와 다음 목욕을 마친 준효를 휠체어에 태우고 올라가면서 “목욕하고 나니 준효가 너무나 멋져졌네. 어디 머리도 한 번 이렇게 다듬어 볼까?” 하고 머리를 만져주니 준효가 함박꽃처럼 활짝 웃는다. 준효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이렇게 하기를 몇 차례 가장 나중에 목욕을 마친 경애까지 끝나고 나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어머니들의 온 몸은 움직이기가 어려운 아이들을 옮기고 눕혀서 씻기느라 물 범벅, 땀 범벅이 되었다. 목욕을 마치고 올라가서 보니 수녀님께서 아이들 머리를 드라이기로 한 명씩 말려주고 계셨다.
목욕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각자의 휠체어와 의자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뽀얗고 하얀 얼굴이 구름 걷힌 파란 가을 하늘을 닮았다. 가장 막내인 현빈이를 안고 볼에 뽀뽀 세례를 퍼부었더니 이 녀석이 깔깔깔 웃으며 내 목을 꼭 끌어 안는다.

봉사자 어머니들은 목욕탕 뒷정리를 하시고 올라오셔서는 찬 물 한 잔 안 드시고 바로 가신단다. 수녀님께서 음료수라도 들고 가시라고 붙들어도 “음료수는 무슨… 애들 주세요.” 하며 겸손히 사양을 하고 아이들과의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오늘 봉사를 오신 어머니들은 성당 교우들이다. 성당주보에 자원봉사자 모집 안내가 있어서 자원 한 후 광명 만남의 집에서 자원봉사 교육을 받고 복지관 봉사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이번 복지관 전에는 광명사랑의 집에서 빨래 봉사를 2년 하신 봉사 베테랑(?)들 이시다. 오늘 함께 하신 김광순 어머니, 윤희정 어머니, 조미자 어머니, 남분덕 어머니, 고경희 어머니 외에도 오늘은 못 오셨지만 오상옥 어머니, 조미수 현 시의원, 조명선 만남의 집 간사도 함께 봉사를 하고 있다.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금요일 마다 봉사활동을 나오신다.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몸이 힘들다는 이야기보단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조금 더 확충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목욕실도 아직은 장애인을 씻기기에는 시설이 많이 부족하고,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한 이동 목욕실도 구비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봉사팀은 대부분 40대, 50대의 어머니들이다. 한 어머니는 “ 온 몸 안 쑤시는 데가 없지. 그래도 이렇게 다녀가고 나면 오히려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된다니까. 아이들도 얼마나 우리를 기다리는데…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안 오고는 못 배겨요.”
다리를 다쳐서 불편함을 겪어 보았다는 남분덕 어머니는 “이렇게 아이들의 육신의 때를 벗겨주고 나면 우리는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에 마음의 때가 벗겨져서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이 든다니까.”

고경희 어머니는 “젊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면 좋은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어디 이런 걸 하려고 하나? 그리고 마음은 있어도 직장 다니고 아이들 어리고 그래서 조건이 안되기도 하고.
우리처럼 아이들 다 키워 놓고 할 일 없는 아줌마들이나 하지 뭐. 하하하”
“그래도 시간이 나는 젊은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봉사활동을 함께 해주면 큰 힘이 될 것 같은데, 장애인이라 그러면 괜히 이상하게 생각한다니까. 직접 와서 보면 얼마나 이쁜 아이들인데… 그 점이 참 안타까워요.”

얼마 전에는 한 친구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곤 하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서 힘을 내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곤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우리 마음을 활짝 피게 해줘서, 몸이 좀 힘들어도 충분히 이겨 낼 수 가 있어요.” 어머니들의 마음이 고와서 일까 말씀도 곱고 향기롭다. 사진을 찍으려고했더니 뭐 대단한 일 한다고 사진을 찍느냐며 완강히 거부를 하신다. 사진 찍으면 목욕봉사 안 나온다고 협박(?)을 하셔서 그만 고운 어머니들의 모습을 담아오지 못했다.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봉사활동은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알고 살았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워진다. 누군가 행복 바이러스라고 했던가? 오전 한나절의 만남이었지만 기자 역시 이들이 만들어내는 향기로운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 행복바이러스에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길 그래서 모든 이가 차별 없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낯선 이의 갑작스런 방문이었는데도 경계하지 않고 품에 안겨 드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고맙다.

장애인 복지관은 몸이 많이 불편한 친구들이 많아 자원 봉사의 손길을 항상 필요로 한다.
고 수녀님께서는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좋고, 이 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봉사활동을 하실 분 들이 조금 더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시다고 말씀하신다.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 장애인 복지관으로 연락 주세요. 복지관 문은 언제나 열려 있구요,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는 복지관 식구들이 있습니다. 많이 많이 오세요!”

장애인 복지관 (http://www.withlight.or.kr) : 2616-3700 (내선 100번)
후원금 납부
우리은행 457-151472-13-001조흥은행 434-03-000567
국민은행 215-25-0008-815은행지로 6970862
예금주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후원금 송금 후 복지관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후원회원에게는 복지관의 정기 간행물을 보내드리며, 후원금은 법인세법 제 18조 및 소득세법 제 66조 3항에 의해 당해 연도 종합 소득금액 5% 한도 내에서 면세 혜택을 드립니다.

<2003. 9. 1 광명시민신문 조은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명선 2003-09-01 14:01:37
기자님의 따뜻한 글을 읽으니...준효가 더욱 보고 싶어지네요. 목욕봉사 동아리의 이름은 푸른 세상을 여는 천여공이구요. 아이들과 만나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나누는 삶만큼 인간의 삶으로서 아름다운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2687-3405로 전화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