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가미 하라시 학생들의 한국 방문기 (1)
일본 사가미 하라시 학생들의 한국 방문기 (1)
  • 김열매 기자
  • 승인 2006.11.27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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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왁자지껄'

벌써 해가진 저녁인데 학교 안 도서실이 시끄럽다. 무슨 일일까?
도서실 책상마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즐거운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약간 다르다. 영어와 일본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대화로 평소보다 한층 더 목소리를 높여 대화를 하고 있다.

바로 일본 가나가와현에 있는 사가미 하라시의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 이들은 11월 23일 저녁 광명정보산업고등학교의 만화동아리인 '다다미'와 함께 하는 자리에 참석한 것이다. 학생들은 이들의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환영의 만화그림과 각자 본인들이 정성들여 그린 그림을 선물했다. 이에 사가미 하라시의 학생들도 '우정'이라는 글귀가 적힌 액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서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넨 사가미 하라시의 학생들과 정보산업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서로서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1시간 정도의 짧은 만남이 무척이나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단체사진을 끝으로 23일의 일정은 막을 내렸다. 사가미 하라시의 학생들은 23일부터 26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여러가지 행사들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튿날 사가미 하라시의 학생들은 오전 10시, 광명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수험생들을 위한 '한마음 축제'에 참석했다. 본격적인 공연 시작에 앞서 무대 위에 올라 간단한 인사를 한 학생들은 '보아의 No.1'을 불러 실내체육관에 모인 수험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한마음 축제를 뒤로 한채 본격적인 한국 방문기가 시작되었다. 사가미 하라시의 학생들과 대학생 봉사위원들, 그리고 광명정보산업고등학교의 학생 17명이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처음으로 향한 곳은 인사동.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일본 학생 1명당 3명 정도의 한국 학생들이 한팀을 이루어 하루동안 함께 다니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아직은 조금 서먹한듯 웃어보였다.

인사동에 도착해 먼저 한 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팀별로 옹기종기 모여앉아 서로들 이야기를 하느라 바쁜 모습들이다. 역시 학생들답게 연예인, 만화이야기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서로의 공감대를 확인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한국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오늘의 메뉴는 비빔밥. 한국학생들이 고추장을 덜어 썩썩 비벼내자 일본학생들이 모두 토끼눈이 된다.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학생들의 모습이 신기한듯 몇번이고 맵지 않냐고 물어보며 "스고이~"(굉장하다)를 외쳐댄다.

점심식사가 끝난 뒤에는 분위기 좋은 곳을 배경으로 팀별 폴라로이드 사진찍기가 시작되었다. 저마다 손에 손을 잡고 브이자를 그리며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 폴라로이드 사진은 곧 있을 '한지공예 액자만들기'에 쓰일 사진. 손에 폴라로이드를 든채 기자를 향해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한지공예장. 테이블에 짝지어 둘러앉아 열심히 한지액자만드는 법을 익힌다. 한국학생들은 일본학생들에게 만드는 법을 설명하랴, 만드랴 정신이 없다. 이렇게 섞어놓고 앉으니 누가 일본학생이고 누가 한국학생들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덕분에 한지공예선생님은 "한국사람이니?"라고 일일이 물어봐야만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을 정도.

게다가 일본학생들의 한지공예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서로의 작품을 보며 칭찬하기 바쁘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의 입은 쉬지 않고 대화를 시도한다. 일본학생이 가져온 깜찍한 디자인의 책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하고싶은 말은 아직도 많은데 대화가 제대로 안되는 것이 답답한듯 몇번이고 기자를 향해 구원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알고 있는 모든 단어를 손짓, 발짓과 함께 전달하려 애쓰는 모습에 슬며시 미소가 머금어진다. 처음에는 전혀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내던 일본학생들도 어느새 그들만의 대화방식에 눈치가 한단계 늘어난다. 단어단어만 말하고 조사는 모두 한국어로 말하는대도 알아듣는 일본학생들이 신기하기도 하다.

한지공예를 서둘러 마치고 달려간 곳은 창덕궁. 일본 가이드가 소개해준다는 시간에 맞춰갔건만 일본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정작 가이드의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만다. 하지만 파란 하늘아래 장엄하게 모습을 보이는 창덕궁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가을을 맞아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나무들은 화려한 창덕궁과 함께 최고의 조화를 이뤄준다.

그새 서로서로 친해진 아이들은 대화에 정신이 팔려 정작 창덕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일본 학생 한명을 둘러싸고 서로 대화해보려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본어를 조금 잘하는 학생에게는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들이 쏟아진다. 

창덕궁에서 함께한 단체사진과 인사동의 1시간 남짓한 자유시간을 끝으로 광명정보산업고등학교 학생들과의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새 정이 들었는지 하나 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버스 안에서 서로의 메일주소를 교환하며 꼭 연락하자는 약속에 약속을 거듭한다. 하루가 너무 짧은듯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표정의 학생들은 기어이 눈물을 토해낸다. 벌써부터 일본에 가리라고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비록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의 학생들이지만 서로 함께하고 얼굴을 마주보며 깊은 정을 나눈 것이다. 서로의 마음속에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하루를 마감한다. 언젠가는 올 다음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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