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결단을 촉구한다
북한과 미국의 결단을 촉구한다
  • 정욱식대표
  • 승인 2007.01.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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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는 깊은 어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 열린 6자회담 역시 '혹시나'했지만 '역시나'였다.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고, 미국은 금융제재와 북핵 문제는 별개라며 북한이 핵폐기의 구체적인 조치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아 차기 회담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말았다.

이처럼 대북 금융제재를 둘러싼 갈등은 반세기 넘게 지속되어온 북미간 적대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말로는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고 하면서도 금융제재를 부과하고 1년 4개월이 넘도록 제재를 해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반면 미국은 금융제재는 북한의 불법활동에 대한 법집행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 대신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금융제재로 묶여 있는 2천4백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북한이 금융제재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구실찾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부시, 언제까지 소탐대실 하려나

그러나 이 시점에서 부시 행정부는 무엇이 심각한 문제이고 우선순위에 해당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미국이 실체조차 불분명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문제에 매달려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한 사이에 북한은 제네바 합의에 따라 동결했던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재가동해 5개 안팎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했다. 대북 금융제재는 법집행의 문제라며 비타협주의를 고수한 사이에 북한은 7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이어 급기야는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이러한 북한의 핵·미사일 시위 강화 및 이에 따른 동북아 정세의 불안은 미국의 정책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금융제재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금융제재의 목적이 북한의 불법 활동에 경고를 보내고 재발 방지를 하는데 있다면, 이미 그 효과는 충분히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러한 수준을 넘어 "한번 찔러보니 북한이 아파하더라"며 금융제재를 대북 고사(枯死) 작전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북한의 핵능력을 키워줄 시간만 줄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고 금융제재의 사슬을 풀어줄 때가 되었다.

김정일과 부시, 윈윈은 가능하다

기실 김정일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만 내린다면, 두 사람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은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김정일은 '약한' 부시 행정부와 '강한' 민주당 주도의 의회라는 미국의 정치적 조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란과 북한 핵문제 등으로 부시 행정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이렇게 가다가 부시 대통령은 어떤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최근 대북정책에 있어서 약간의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까닭도 이러한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북한에게 줄 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자는 상호주의 정신이 공화당보다 강하다. 북한이 부시 행정부와 대타협을 이룬다면 민주당 주도의 의회의 지지와 협력을 받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보수적인, 그러나 약해진 공화당 정부와 온건한, 그리고 힘을 회복한 민주당 장악의 의회 사이의 조합은 북한에게 역사적인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문제 가운데 북핵 문제 해결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반미적인 국가이면서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가장 원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이 핵포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제제재와 테러지원국 해제, 에너지 지원, 평화협정의 체결, 북미수교 등은 부시 행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의 지지까지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을 통해 북해 동결이 아닌 폐기를 이뤄낸다면, 북미 양자대화를 통해 북핵 동결에 머물렀던 제네바 합의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승리로 기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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