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화나게 하는 짓은 있어도 맞을 짓이란 없다.’
칼럼> ‘화나게 하는 짓은 있어도 맞을 짓이란 없다.’
  • 정애숙
  • 승인 2007.01.2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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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가정폭력사건을 보며...

정애숙 (광명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장)

2007년 정해년 새해가 밝은지도 어느덧 20일이 지났다. 결혼 12일만에 이찬, 이민영의 가정폭력 사건으로 새해 벽두부터 신문 지면을 장식하면서 가정폭력실태와 심각성이 다시 대두 되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연예인 부부의 가정폭력, 흥밋거리로 다루어선 안 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새삼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그 동안 개그우먼 이경실과 김미화, 탤런트 최진실씨 등 연예인 부부의 가정폭력사건은 잊혀질만하면 터져 나왔다.

이번 이찬, 이민영 사건에서도 누가 폭력의 빌미를 제공했느냐가 언론의 초점이 되고 흥밋거리고 전락하고 있다. 때린 이유를 묻고 그것을 두고 진실공방전을 펼치는 흥미위주의 보도로 가정폭력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는 피해 당사자에게는 2차적인 폭력이며 가정폭력을 부부싸움의 일환으로 보는 전형적인 태도이다.

1983년에 한국여성의전화가 처음으로 아내구타 문제를 가지고 전화 상담을 한 이후로,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면서 10년의 세월이 흐른 동안 가정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법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정폭력은 사회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다.”  “내 마누라 내가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는가?” 이런 사회적인 잘못된 통념은 이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주로 여성인데 비해 여성들 자신이 폭력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광명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에 상담을 하는 내담자들도 뺨 한대 정도는 폭력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원래 남편은 좋은 사람인데 술이 문제다.” 또는 “내가 맞을 짓을 했다.” “내가 남편의 화를 돋구었더니, 남편이 화가 나서 때린 것이다.” 라는 말들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생각은 가정폭력 재발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생명의 위험까지 갈 정도의 폭력이 있어야만 가정폭력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다.

이번 이찬·이민영 사건에서도 보듯이 가정폭력가해자들은 폭력을 행한 후에는 눈물로 잘못을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가정폭력가해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제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범죄임을 다시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가정폭력에 대한 대중의 인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며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정과 사회,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당연히 갈등구조가 생기기 마련이다.  적절한 의사소통으로 갈등해결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그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화나게 하는 짓은 있을 수 있어도  매 맞을 짓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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