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37년·담임 35년, 평교사로서 ‘오직 외길’을 걸었다.
교사 37년·담임 35년, 평교사로서 ‘오직 외길’을 걸었다.
  • 강찬호
  • 승인 2007.02.26 0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광명북고 이기응 선생 정년퇴임



▲ 제자들이 행사 후, 단상으로 올라가 큰절을 하고 있다. '스승님, 감사드립니다.'

지난 23일 광명북고등학교에서는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오직외길’을 걸어온 한 ‘평교사’의 정년퇴임식이 있었다. 37년 교직 생활에, 35년간 담임을 맡았다. 정년퇴임을 앞두고서도 고3 담임을 맡았을 정도로, 그의 교직 생활은 열정적이었다. 광명북고 이기응 선생이다.

오직 평교사의 길을 걸었고, 승진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교사로서 본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교육적 소신 때문이었다. 교사는 있지만 스승이 없다고 하는 시대에, 이기웅 선생의 정년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사표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를 알기라도 하듯, 이날 정년퇴임식에는 각지에서 찾아 온 제자들로 행사장은 만원을 이뤘다. 축하와 아쉬움을 전하는 꽃다발이 행렬을 이뤘고, 스승에게 인사를 하기 위한 인사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모처럼 찾은 스승을 향해, 큰절 역시 이어졌다. 

이기응 선생은 1970년 강원도 영월군 상동중고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하여, 수원 유신고등학교, 서해5도 대청중 소청분교, 성남의 창곡여중, 일동정합고등학교, 문산고등학교, 부천고등학교, 광명고등학교, 그리고 광명북고등학교를 끝으로 이날 정년퇴임을 맞았다.

오직 교사로서 사명감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재산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제자들.

이기웅 선생은 퇴임사를 통해 “37년 교직생활 중에 35년간 매년 담임을 맡다보니, 그리 긴 세월인지 모르고 살아왔다.” 감회를 밝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슴에 담아 온 이야기도 소개했다. “지식이 있는 자는 지식을 내고, 땀이 있는 자는 땀을 내라. 그것도 없는 자는 사표를 내라.” 79년도 당시 동력자원부 초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양윤세 장관이 산하기관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한 말이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다. 



▲ 학생대표의 송사를 듣고 있는 이기응 선생. '담임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이기웅 선생은 이 말을 가슴에 새겼고, 흔들리는 국가 교육정책이나 교원들에 대한 근무평가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만을 바라보면서 힘껏 살아왔다고 말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교원 근무평가에 대해 물은 일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학급당 인원을 줄이기 위해 기존 학교 교실을 증설함으로서 거대학교가 탄생되게 되었지만, 이는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거대학교에서는 교사들이나 학생들 상호간에 친밀한 교감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학교를 증설하여 학급당 인원을 줄여가는 방식이 바람직하고, 이러한 과정은 서둘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학교는 규모가 크다고 해서 교육효과가 증대되는 것이 아니라, 규모가 작을수록 전인교육을 통한 학습효과가 상승한다고 생각합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전인교육을 통한 학습효과는 상승…교사는 교사로서 사명감 우선해야.

교사단체인 전교조에 대해서도, 노동자이기 전에 교사로서 사명감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교사로서 변함없는 자세로 사명을 다할 때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또 교육의 붕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교육의 붕괴는 곧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과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며 교육주체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학부모와 사회의 전폭적인 관심을 주문했다. 그리고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만큼,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신중에 신중을 더해줄 것을 당부했다.



▲ 인사를 하고자 하는 제자들의 인사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기웅 선생은 그동안 교직생활을 해오면서 힘이 되어준 친 형님과 동료들을 이날 행사장에 초청해, 직접 감사의 인사와 함께 선물을 전달했다. 이날 광명북고 장인태 교장은 축사를 통해 “교육적 가치보다도 물질적 가치가 우선하는 시대에 사도의 길을 걷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이기웅 선생은 평교사의 길을 걸음으로서 사도를 보여주었다.”며, 열정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섭섭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0여년전 부천고등학교에서 당시 후배교사로서 이기웅 선생을 만났다는 정순권 성남외고 교장은 이기웅 선생에 대해 ‘교육계의 장인’이라며 존경을 표시했다. 그는 또 이기웅 선생은 “자기분야 전문가이자, 전문가로서 윤리의식을 갖췄고, 교육계에서 가장 중요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며, 여러 일화를 소개했다. “관리자가 될 기회가 많았음에도, 오직 평교사의 길을 걸으신 분으로 원칙을 보여준 분”이라고 소개했다.

제자들은 ‘오직외길’이라는 기념문집을 발간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