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편이 ‘나무’ 라면 아내는 그 옆에 서 있는 ‘또 하나의 나무’다.
칼럼> 남편이 ‘나무’ 라면 아내는 그 옆에 서 있는 ‘또 하나의 나무’다.
  • 정애숙
  • 승인 2007.05.0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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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숙 (가정폭력상담소장)      
  

 가정의 달 5월이다. 
생명의 원천인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이켜보면서, 우리는 또 한 번 숙연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왜 하필이면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했을까’라는 의문보다는 ‘가정의 달에 다시금 가족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부호 하나를 가슴에 새겨본다.

5월 달에는 세대 간 소통의 소중함과 지역 공동체를 통한 가족 돌봄 문화 확산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가족과 이웃,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행사도 많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에서도 매년 “5월은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 로 26개 지부가 캠페인을 실시한다. 광명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에서도 5월 2일 “5월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 행사로 거리 캠페인을 실시했다.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가정폭력 예방의 필요성을 느끼고 가정의 소중함을 지역사회에 알리는 거리 캠페인이었다.
 
가정폭력상담소에 찾아오는 많은 여성들은 모두가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위해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가족에게 상처를 받고, 또 상처를 주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면서도 가정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있다. 그 가정을 지키겠다는 일념 속에는 사랑하는 내 자식을 위해서라고 확신한다. 그 여성들이 자식사랑이라는 확신 속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자녀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폭력이 있음을 느끼지 못한 채 오로지 가정을 깨지 않았다는 안도(?)의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많은 여성들은 가정이 깨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담자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변화하기를 열망한다. 또 그렇게 열망하는 마음한편에는 가정의 행복을 깨고 있는 가족구성원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는 절망적인 믿음 때문에 이중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자기 자신이 남편을 변화시키기에는 그 여성들은 너무나도 지쳐있고, 무기력해 있고, 에너지가 소진된 상황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내담자에게 가족들을 변화시키기보다 여성 자신이 먼저 변화할 것을 알려준다. 그 때 여성들은 “문제가 있는 남편이 변해야지 왜 내가 변해야 하는가”라며 항변한다. 다시 내담자에게 “문제가 있는 사람보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먼저 변해야 빠르다”고 말해준다. 그 순간  또 다른 책임감과 의무감에  여성들은 깊은 한숨을 짓는다. 

5월은 가정의 달답게 어린이 날·어버이 날·스승의 날·성년의 날이 있다. 게다가 몇 해 전부터 어느 목사님이 제안했다는 5월 21일 ‘부부의 날’도 있다. 둘이서(2) 하나(1) 되라는 부부의 날의 의미로 21일로 했다고 한다.

한 지붕에서 한 가족으로 살아가면서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대화 없이 지내게 되는 부부들에게 이날 하루만큼은 부부 둘이서 생각을 공유하며 같이 의논하고 대화하는 날이 되라는 좋은 의미라고 해석 해 본다. 

행복한 부부는 둘이 마주보고 있기 보다는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말도 생각난다. 하지만 상담소에 오는 많은 내담자들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생각하기에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남편을 ‘나무’라고 한다면,  아내는 그 나무에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어떤 여성은 “그 나무의 뿌리”라고 말하고, 또 어떤 여성은 “그 나무의 가지”라고 말하며, 어떤 여성은  “그 나무의 줄기”라고 말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은 내가 믿고 사는 그 남편이라는 나무가 흔들릴 때 엄청난 충격으로 같이 힘들어 진다. 여성자신들은 그 나무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배워 왔기 때문이다.

남편이 ‘나무’ 라면 아내는 그 옆에 같이 서있는 ‘또 하나의 나무’로 다시 태어난다면 많은 여성들은 지금보다 더 힘들지 않게 소중한 가족과 가정을 더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2007.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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