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무원노조가 유익하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고> 공무원노조가 유익하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고정민
  • 승인 2007.05.14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정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명시지부 사무국장)


 지난 5월 2일 광명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특별한(?) 강연이 있었다. 특강은 다름 아닌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님의 “한국사회의 정체성과 공무원노조”를 주제로 한 노동교육. 우리나라 제도권 교육에서 노동교육을 받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기에,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직위와 나이를 떠나 생소한 체험을 하는 듯 했고 반응 역시 좋았다.

강연자는 일제통치, 친일청산 실패, 남북분단, 군사개발독재 등의 왜곡된 역사가 여타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해 왔다고 주장한다.

정통성이 부재한 이 나라의 정권 그리고 이들과 결탁하여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는 자본가에게는, 노동자로서의 천부적인 권리를 찾기 위해 자본과 정권을 상대로 끊임없이 맞서 싸워야 하는 노동운동이 탄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는 여실히 증명된다.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군사정부는 공무원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였다. 이는 아무런 저항세력 없이 공무원노동자들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정권을 유지하려는 의도였다.

낮은 임금체계와 보수언론 또한 공무원노동자들을 정권에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 공무원노동자들이 박봉에 시달리다 보니 작은 부정을 저지르게 되고, 정부는 이를 묵인해 주는 반대급부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더 큰 부정을 쉽게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정권 그리고 자본과 결탁한 보수언론은 공무원노동자들의 생계형 부정과 비리를 수없이 보도하며 국민들에게 반공무원 정서를 뿌리 깊게 심어 왔고, 이로 인하여 공무원노동자들은 국민들로부터 괴리되어 갔다. 이 나라의 정통성이 부재한 정권은 세뇌교육에 버금가는 언론플레이를 통하여 반공무원 정서를 조장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한 노동계의 양보(1998년에 노동시장을 유연화 시킨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체결의 결과로 공무원의 노동자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게 됨)와 도움으로 공무원직장협의회를 거쳐 지금의 공무원노조가 태동하게 되었다.

전교조가 그렇듯 공무원노조의 역사 또한 순탄치 않은 탄압의 역사였다. 노동기본권을 상당부분 제약하는 공무원노조특별법을 거부하며(사실, 정권의 하수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진정한 국민의 봉사자로 거듭나고자 했던) 2004년 총파업을 감행하여 500여명의 해직자를 비롯한 3000여명의 공무원노동자들이 징계를 받게 되었으며, 법외 노동조합을 고수하며 설립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 당하는 극심한 노조탄압을 받았다. 

이는 국민들의 반공무원 정서를 등에 업고 노무현 정권에서 자행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특수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근래 50년간의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노조탄압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강연자는 말한다. 공무원노조는 역사적 대세임을... 그리고 지금은 일반직 공무원이지만 다음은 경찰직, 소방직 등의 특수직 공무원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강연자는 “과연 공무원노조가 전체사회에 유익한가?”라는 의문을 남기며 강연을 마친다. 이에 대한 답은 우리 공무원노동자에게 있다고 본다. 공무원노조가 태동한지 5년이 흘렀다.  그동안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청산, 단체장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내부견제, 공직내부의 민주화,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 공공부문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해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공무원노조가 없었으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4년 넘게 공무원노조에서 활동해 온 나로서는 우려되는 것이 있다. 과연 이러한 전체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조합원의 권익이나 노조간부의 사익과 결부하여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가?  공무원노조에 어용화, 권력화, 관료화, 조합이기주의 등의 위험성이 항상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공무원노조가 전체사회에 유익하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것이 나를 비롯한 많은 동지들이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정권의  탄압과 이 보다 더 무서운 반공무원 정서와 반노조 정서 속에서도 활동을 하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