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반디불이, 널 다시 보고 싶다.
신년기획> 반디불이, 널 다시 보고 싶다.
  • 장귀익
  • 승인 2003.02.1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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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불이, 널 다시 보고싶다.

장 귀익         

연휴만 되면 도시인들은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해서 산으로 바다로 떠난다.
연휴가 아니더라도 주말이면 가까운 자연이라도 찾아서 집을 나선다.
하지만 오고가는 교통체증에 자연에서 풀고 온 심신이 다시 피곤해진다.
집 가까이에 걸어서 오를 산이 있고, 그 산길에서 계곡을 만나고 가재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집안은 도시요 집밖은 시골같은 곳에 내가 산다면 그야말로환상적인 주거조건이 아닐까?
우리가 살고 있는 광명의 자연환경 조건은 여기에 아주 근접해 있었다. 적어도 2년전까지는...

@ 도덕산 8부 능선에서 본 해넘이

@ 팔각정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반디불이를 보다

철산동에 사는 주부 강 아무개씨는 결혼하면서 광명에 들어온지 올해로 12년째다.철산동 아파트에만 살았던 강씨는 집주변 아이학교나 시청, 상업지구가 주 활동지역이고, 멀리 버스를 타고 나간다고 해도 광명시장 정도였다. 강씨는 광명시도 경기도 다른 수도권 도시와 마찬가지로 서울에 생활의 근거지를 두고 아파트 중심의 생활을 하는 곳이라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생태안내자 교육생 모집' 광고를 보게 되었다. '지역의 환경을 찾아가서 느끼고 전해주는'이란 문구에 호기심을 느꼈고, 요즘 텔레비젼에 나오는 환경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던터라 접수를 하게 되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주부 10여명이 광명의 자연환경을 찾아서 관찰하고 배우는 생태교육이었다. 강씨는 깜짝 놀랐다. 번화한 하안동 사거리를 지나서 10-20분정도면 구름산과 가학산을 만날 수 있었다. 더구나 멀리 지리산에나 있을법한 들꽃들을 만나는 기쁨이란.

강씨는 그 때의 일들을 이렇게 회고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다. 10년이 넘도록 살면서도 모르고 있었다니, 놀라움과 함께 새삼 광명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았다.
특히 가학산의 가을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산들이 둥굴게 감싸안아서 포근한 첫 느낌이 들었다. 추수를 끝낸 밭이 여기 저기 있었고, 조그만 습지와 저수지 주변의 단풍나무가 붉게 물에 떠 있었다. 주변 나무사이로 까치와 박새, 가끔씩 파랑새도 왔다 간다. 밭 가장자리쪽 소나무 숲에서는 내려오는 길에 앉아서 쉴 수도 있었다. 특히 길 끝, 계곡의 물소리는 멀리 떠나온 듯한 착각이 들게한다. 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며꽤 길게 이어진 계곡에서는 돌을 들치면 어렵지 않게 가재를 잡아서 관찰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유명한 '반디불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하루는 밤8시에 모임의 주부들이정말 반디불이가 나오는지 현장검증(?)을 하기로 했다.
반디불이는 불빛과 소리에 민감하다고 한다.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우리는 조그만 손전등 하나만 달랑 들고한 줄로 서서 숨을 죽이고 반디불이가 서식하는 계곡 주변 숲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밤9시, 처음 '반짝'하는 것에 눈이 둥그레지는 순간, 저기서도 여기서도 '반짝' '반짝' 형체를 감추고 순간적인 불빛으로 반디불이는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었다. 그날 발견한 것만도 50여 개체...
그 순간, 아이, 어른 모두 와~ 아 아 숨죽인 감탄이 새어나왔다."

@ 반디불이 서식지가 가학터널 공사로 파괴되었다. 원안은 이 곳에서 살던 늦반디불이

서식처 이식 뒤 반디불이는 단 3개체만 발견 되었다.

강씨가 생애 처음으로 반디불이를 목격한 뒤 한 달이 못되 반디불이 서식처는 파괴되었다.
광명고속철도 역사에 접근하는 도로 건설이라는 명분이 반디불이 서식처를 여지없이 파괴해 버린 것이다. 가학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내기위해 주변의 나무는 모두 베어졌고, 습지는 메꿔졌으며, 땅은 파헤쳐졌다.
반디불이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시민단체에서는 공사중단을 강력히 주장하였으나 관철시키지 못했다. 대신 광명시가 궁여지책으로 받아들인 대안이 반디불이의 서식처를 이식하는 작업이었다.
시는 반디불이가 서식하는 곳의 땅을 사방 1m, 깊이 50cm로 떠서 도로선 밖 윗쪽 수변가까이로 옮겨놓았다.
성공도 실패도 예측할 수 없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계속되는 모니터링에도 잡히지 않던 반디불이가 3종류중에서 겨우 1종류만 발견되었다. 지난해 여름과 가을까지 모니터링을통해 발견된 것은 파파리 반디불이 단 3개체였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반디불이의 생존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갖게 된 것은 그나마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반디불이는 왜 중요할까? 광명시의 어떤 관계자는 벌레 몇마리를 가지고 너무 요란을 떠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말 그럴까?
반디불이는 깨끗한 흙속에만 알을 낳는다.유충이 되면 깨끗한 물 속에서 살다가 성충이 되면 수변 숲에 나와서 짝짓기를 한다. 즉 오염되지 않은 흙, 물과 나무가 있어야만 반디불이가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세가지 조건은 사람이 사는 데도 가장기본이 되는 조건이다.
그래서 반디불이가 살고 있다는 것은 그 곳의 자연환경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존재를 지표생물이라 한다. 역으로 말하면 오염 되어 반디불이가 살 수 없는 곳이면 사람도 건강하게는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 생태학습장이 조성될 안터 저수지

@ 환경보호종인 금개구리가 산다.

광명은 자연환경 때문에 살고 교육환경 때문에 떠난다.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일본의 작은 마을을 소개하였던 것이 생각난다.
아무 특징도, 빼어난 경치도 없는 작은 도시가 국제적 관광도시가 된 사례를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한 쪽으로 주택들이,그 반대편에는 상가가 늘어서 있고, 한 가운데는 신작로라고 하면 어울릴 만한 좁은 도로가 있다. 마치 광명의 목감천변의 모습과 흡사하다. 주변에 주택과 상가가 있는 일반 생활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하천의 물이 맑아서 작은 배를 타고 하천을 관광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이곳도 처음에는 하천이 오염되어 악취가 많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곧 하천을 살리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시와 주민들은 수질정화 미생물을 넣은 정화조를 설치하였다.각 가정에서는 그 미생물이 들어있는 활성액으로 설거지나 청소를 하였다. 시에서도 정기적으로 하천에 활성액을 뿌려 준다. 또 주민들이 언제나 활성액을 받아갈 수 있도록 통을 약수터처럼 한 곳에 마련해 놓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에 냄새가 나서 창문을 열어놓기도 힘들던 마을이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이 있는 마을로 바뀌게 되었다. 이제 이 마을은유명해져서 관광수입으로 세수까지 올리고 있다.

광명은 산과 녹지가 풍부한 만큼 작은 하천도 많이 있다. 10개의 작은 하천이 모여 서쪽의 목감천과 동쪽의 안양천 수계를 이루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작은하천이 오염이 되면 사람들은 시멘트로 덮어 버린다.안보이면 문제가 다 해결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작은하천을 살리는 일이안양천, 목감천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광명에도 시내를 흐르는 하천이 있었다. 도덕산에서 시작한 작은하천이 하안천을 이루고 그 물줄기가 지금의 철산주공 3단지를 따라 흘러서 안양천으로 합류한다. 하지만 철산주공아파트를 지으면서 복개해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 하천을 살려냈으면 지금쯤 어떤 마을풍경이 되었을까?
철산주공3단지 주민들은 아파트를 따라 흐르는개울 위 돌다리를 건너서 철산한신아파트로 놀러간다. 여름이 되면 아이들은 철산초등학교 앞 개울에서 물장난을 친다. 철산동 주민들은 쇼핑하러 갈 때 개울을 따라 버드나무 그늘로 걸어서 세이브존으로 간다.

@ 소하천 상류는 아직도 맑다.

'친환경적인 개발'이라는 말은 '아름다운 살인'이라는 말과 같다.

광명시는 전 구역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이다. 도시지역 중 개발제한구역은행정구역의 77.4%로 경기도에서 6번째로 많다.
그러나 지금 광명의 개발계획은 거창하다. 일직동, 소하동 일대 130만평에 달하는 광명역세권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이에 따른 교통량 증가와 현 34만에서 50만의 인구팽창을 감당할 도로들이 곳곳에 신설될 계획이다. 개발 계획이 모두 끝나면 기존 광명시의 절반정도 크기의 도시가 새로 하나 더 생기는 셈이 된다.나무를 잘라내고 산을 없애고 습지를 메운 대가로 도시가 건설되는 것이다.

이제는 삶의 질을 보장하는 도시관리를 할 때이다. 소비문명이 발달할수록 쾌적한 환경에 거는 주민들의 기대는 커간다. 도시의 녹지면적은그 척도가 된다. 하지만 개발을 좋아하는 행정가는 이런 시대적 욕구를 외면한다.한 해 경기도에서 사라지는 녹지 면적은 여의도의 5배에 해당하는 40㎢나 된다고 한다. 한번 파괴된 환경을 되살리는 것은 어렵다. 돈도 많이 든다.
사실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적은돈으로 가장 질높은 생활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숲과 하천은 도심의 습도를 조절하고 대기 오염을 막아준다.여름의 살인적인 더위를조절하고 홍수를 막아준다. 경제적 효과뿐만아니라 시민들의 심리적, 정서적 안정에도 큰 역할을 하게된다. 경기도에서 녹지비율이 가장 높은 과천시가 전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꼽히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광명의 잇따른 택지 개발과 도로개설, 시가지의 확대가 가져오는 것은 산림의 훼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산림 훼손이 결국에는 녹지축의 단절을 가져오고도시 생태계의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이는 동.식물의 서식은 물론 인간의 생존도 위협할 수 있다. 무분별한 녹지파괴의 고리를 끊지않고서는 결코 시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다.

개발이 부를 가져다 주기를 기대하지만 환경과 바꾼 부는 몇배의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무책임한 개발은 결국 시민들을 광명에서떠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친환경적인 개발'이란 '아름다은 살인'이라는 말과 같아서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다. 광명시는 시정 목표로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를 내걸고 있다. 환경관련 목표로는 '녹색환경 광명'을 말한다. 과연 이 목표들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환경은 우리 후손들에게 빌려쓰는 것이다. 나 좋다고 내 마음대로 해서는 안된다. 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미래를 지켜나가는 일이다.

@ 목감천 하류. 여름에는 악취가 심하게 난다.

<광명시민신문 장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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