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문화체육조사특위, 물렁해지는 것인가?
기자의눈>문화체육조사특위, 물렁해지는 것인가?
  • 강찬호
  • 승인 2007.11.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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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분야특별조사위원회(이하 조사특위, 위원장 나상성) 활동이 종반을 향해가고 있다. 조사특위는 특정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는 활동이다. 시작부터 조사특위는 그 조사 대상과 범위 그리고 방식에 대해 이해관계인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조사특위 구성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구성됐다.

이런 정황만을 놓고 본다면 조사특위는 대단한 포커스를 받아야 마땅하다. 긴장도 흘러야 한다. 그러나 특위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로서는 그러한 긴장을 감지하기 힘들다. 특위의 출발 목적이 무엇인지,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를 다시 정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특위의 결과는 무엇일까? 관행의 시정인가? 제도의 개선인가? 아니면 정치적 손봐주기와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인가?

특위의 ‘결과’는 특위의 ‘출발’로부터 찾아져야 한다. 특위의 출발은 무엇일까? 이번 특위는 문화예술분야와 체육 분야의 보조금을 조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조금 사용의 적절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보조금 문제가 왜 갑자기 불거진 것일까? 보조금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치는 무엇인가? 

제도개선이라고 한다면 결국 사업목적에 맞게 집행이 된 것인지, 투명하게 집행되었는지, 그리고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 방안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일이다. 조사특위에서 이 문제는 주요한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해당 단체별로 사업의 식대부터 홍보비 등 세부 내역을 따지고 있다. 반면 개선대책과 관련해 시는 올해부터 보조금 사용단체에 대해 체크카드사용을 시행하고 있다.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개선 방안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관행의 문제가 있다. 잘못된 관행이 무엇인지 조사하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시정돼야 할 관행도 있기 마련이다. 무엇일까. 특위위원들은 따진다. “출연료가 제대로 지급된 것인가. 단체장이 왜 해당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출연해 출연료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인가. 이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가. 현수막이나 출연료의 가격이 왜 다른가. 식대로 정산을 짜맞추는 것은 안 되는 것 아닌가. 있는 그대로 영수증 첨부하고 남는 것은 남는 대로, 모자라는 것은 모자라는 대로 정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투명성 확보를 요청하는 것이지만, 결국 보조금 단체들의 관행을 시정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행의 문제들에 대해 '온도차'가 존재한다. 시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이런 문제들에 손이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해당 분야 예술인들 역시 특위로 인해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는 표정들이다. 특위 역시 조사권의 한계가 있고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사실관계 규명에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특위라도 구성됐으니 이나마도 거론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는 목소리도 나올 법하다. 특위의 성과에 대해 관행의 시정, 긴장감 부여 정도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제도개선, 관행의 시정을 특위의 출발과 결과로써 평가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아니, 이런 결론을 내기 위해 특위를 시작했다면 특위에 동원된 물량의 투입대비 결과 즉, 특위의 사회적 책임론이 남는다. 꼭 특위가 필요했던 것인지 회의론도 제기될 수 있다.  

이미 해당 부서 공무원들의 잦은 출석과 시간 투입은 특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사대상 분야 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출석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또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특위 활동을 두고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 같은 것도 존재한다. 특위 위원들에 대해 현장에 대한 ‘몰이해’라고 하는 비판이 쏟아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정분야 조사라고 하는 것은 특정분야 활성화라고 하는 양날의 칼을 동시에 갖고 있다. 자칫 현장 위축이라고 하는 부정적 효과만 얻는다면 득보다 실이 많은 특위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특위를 시작한 것일까. 아마도 드러나 있지 않지만 정치적 지형과 그 관계의 틀 속에서 자존심 싸움 같은 것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한다. 보조금 사용의 투명성 확보라고 하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드러나는 목적일 뿐이다. 특정단체와 그 단체장들로 대변되는 지역 정가의 힘겨루기 같은 것이다. 기싸움이다. 이번 기회에 의회의 힘을 빌려 손을 봐주자는 식의 접근이다.

그러나 특위 진행 과정을 보면 이런 목적 역시 뚜렷하게 부각되는 것도 아니다. 특위위원은 5명이다. 그러나 진행을 보면 2명이 진행하는 모양새다. 대체로 3명의 의원은 모르쇠다. 2명이 5명의 특위를 짊어지고 간다. 모양이 이러하니, 바빠지는 것은 2명의 의원이다. 이 2명의 의원이 특위 발의의 진짜 주인공인가? 특정단체 관계자들의 지역사회 영향력과 향후 관계를 고려해 적정선에서 모양만 취하고, 적당히 마무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5명의 의원이 합심해 공동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당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출발이었을까? 정치란 여야가 있고, 그 이해관계 역시 다를 것이다. 따라서 의회의 권한을 활용해 특정단체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겠다는 정치적 목적 역시 이해득실에 따라 분산될 것으로 보이고, 전면에 등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래저래 특위가 갈수록 밋밋해지는 이유다. 제도개선과 관행 개선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 확대. 그 어디쯤에서 특위는 출발했고,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행정감사 외에는 의정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이나 체육 영역에 대해 관여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영역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는 활동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조사 활동을 단행했다. 반발이나 위축을 무릅쓴 쉽지 않은 선택이고 결정이다. 그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을 만큼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다. 특위 연장 기간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가 줄다리기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특위의 진행은 다소 지쳐 보이기도 하고, 밋밋하기도 하다. 특위를 놓고 전방위적인 물 타기가 이뤄지는 것인가? 특위가 무딘 전략을 취하고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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