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로움으로~
자원봉사,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로움으로~
  • 김가연
  • 승인 2008.01.31 09: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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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제언6> 김가연(재단법인 광명시자원봉사센터 홍보사업팀장)

지난 해, 책자를 구성하기 위해 단체들의 활동사진을 받아 편집하던 중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사진을 한 장 만났다.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단체의 사진이었다. 중증 암 투병 어르신의 등에 생긴 어른 손바닥만한 욕창 부위는 사진일 뿐인데도 썩어 들어가는 듯 진물이 질질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내 코에는 어찌된 일인지 부패한 냄새가 진동하는 듯했다. 환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 고통으로 찡그릴 얼굴을 상상할 수 있었다. 움푹 패여 들어간 욕창 부위와 여기 저기 피가 튀어 있는 듯 불그레한 반점 투성이의 앙상하게 말라붙은 환자의 등.

사실 환자의 모습 자체도 내가 평소에 볼 수 없던 두려운 상황을 보여줬지만 그보다도 더 내가 전율하는 감동을 느낀 것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저 베인 손가락에 붕대하나 감는 듯한 눈빛으로 상처를 바라보며 소독하고 씻어내는 자원봉사자의 돌봄의 손길이었다.

또 한 번의 잔잔한 감동은 내 친구에게서였다. 작년 여름 겨우 짬을 내어 친구네와 조촐하게 떠난 1박 2일 서천 여행에서 내 친구는 자원봉사란 무엇인지에 대해 내게 소리 없이 가르쳐주었다. 남편들도 없이 달랑 두 여자가 다섯 아이들을 해변에 풀어놓고 노을빛 비치는 황혼의 바닷가를 마주하며 쌓고 또 허물어지는 모래성, 그러다 모래밭에 이런저런 낙서와 그림을 장식하는 아이들의 풍경을 바라보며 평안한 하루를 보내던 날이었다.

하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갈 즈음에 내 친구가 하는 말, “애들아, 해변에 쓰레기가 너무 많다. 우리 치우고 가자” 평소에도 어르신 도시락 배달을 하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듯 한가로운 곳에서 청소이야기를 할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아니, 저 말은 내 입에서 나와야 하는 거 아닌지...부끄럽기도 했다.

아무 말 없이 따라 일어서 쓰레기를 모을 그물을 집어 들고 아이들과 해변 끝에서 끝까지 술병이며, 과자봉지며, 음식찌꺼기며 사람의 흔적을 몽땅 풀어놓은 듯한 지저분한 해변을 청소했다. 소위 자원봉사센터에서 관리자로 일한다는 내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울 뿐이었다. 그토록 열심히 생활 속 자원봉사를 외쳤건만, 막상 내 생활에서는 선뜻 손 내밀기 힘들었던 것이다. 친구가 제안할 때까지 나는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저 쓰레기들을 치우자고 할 것인지,..피곤한데 그냥 이렇게 편안한 시간만 보내면 안 되는지 등의 갈등들과 함께....

자원봉사의 현장은 사실 무궁무진하다. 앞의 호스피스 전문자원봉사처럼 어렵고 힘들고 아무나 할 수 없을 듯한 일에서부터 내가 놀던 바닷가를 청소하는 일,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단순한 일까지 그 모두가 내가 아닌 이웃과 지역과 사회를 위하는 것이라면 모두 자원봉사가 되는 것이다. 쑥스러운 마음에, 부끄러운 마음에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현장으로 알고 기꺼이 그에 참여하는 자세가 자원봉사에 도전하는 첫 걸음일 만큼 쉽고 단순하고 즐거운 것이 자원봉사이다.

그러나 바라기는 자원봉사라는 이름이 없어지면 안 될까? 우리의 전통 세대가 이웃과 나누던 사소한 정들이 자원봉사라는 거창한 가치로 포장되어 현대의 순수성을 오히려 좀먹는 것은 아닌지. 언제 우리가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떡을 나누고, 김치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던가. 그저 습관처럼 당연히 내 이웃과 함께 하던 일상이 아니었던가. 우리의 나누는 마음 하나하나가 자연스런 삶의 방식이 되었으면 한다. 비록 그날 자원봉사센터가 없어져서 내가 실업자가 된다 할지라도 나는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자원봉사, 세상을 바꾸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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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봉이 2008-02-01 11:18:26
자원봉사!
어렵게 생각하지만, 주변에 흐트러져 있는 사소한것을 스스로 바로 잡는 것이 자원봉사 아닐까 합니다.
어렵게 생각해서 못하시는 분들 많죠. 가연팀장님 경험과 같은 것이 바로 자원봉사라 생각됩니다.
저도 실천하도록 마음을 다지겠습니다.
아자! 아자! 화이팅

화이팅! 2008-01-31 16:38:12
자연스럽게 자원봉사를 봉사가 아닌 내 삶의 일부처럼 받아들일수 있는 그런날이 오겠죠 저도 자원봉사를 어서 실천해야겠습니다^^*